지역 콘텐츠 가능성 보인 서귀포시 오페레타 '이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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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서귀포시 창작 오페레타 '이중섭 : 비 바람을 이긴 기록'

오페레타 이중섭. (사진=서귀포시 제공)

 

국민화가라 불리는 이중섭(1916~1956)의 이름과 작품은 알아도 그의 삶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6일부터 8일까지 제주 서귀포시 서귀포예술의전당 대극장 무대에 오른 창작 오페레타 '이중섭 : 비 바람을 이긴 기록'은 우리가 알지만 잘 알지 못했던 이중섭을 만날 수 있는 자리였다.

동시에 지역 콘텐츠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오페레타 '이중섭'은 서귀포시의 대표 문화 콘텐츠이다. '이중섭 미술관', '이중섭 거리'로 이미 유명한 서귀포시는 2016년 이중섭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해 이 오페레타를 제작했다.

이중섭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동시에, 시민들에게 최고 수준의 창작 공연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이었다.

사실 이중섭이 서귀포에서 지낸 건 약 11개월, 그의 40년 인생에서 얼마 안 되는 기간이었다.

그럼에도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부산을 거쳐 1951년 서귀포로 피난한다.

먹을 것이 부족해 배를 곯는 힘든 시기였지만, 그가 이때를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꼽는 것은 유일하게 가족이 서로 얼굴을 맞대며 온기와 사랑을 느꼈던 때여서이다.

오페레타 이중섭. (사진=서귀포시 제공)

 

오페레타 '이중섭'의 매력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이중섭의 예술혼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오페레타 '이중섭'은 크게 4막으로 나뉜다.

동경 유학생활 중 만난 연인 마사코와 결혼하여 고향인 원산에 정착했다가(1막), 전쟁을 피해 서귀포에 4평 남짓한 방에 자리 잡으나, 장인의 부고로 아내와 아이들만 일본으로 보낸다.(2막)

가족과 헤어진 중섭은 서울에서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그림을 그리고(3막), 전시회도 열었지만 경찰에 의해 강제 철거된 뒤 신경쇠약과 영양실조로 정신병동에 입원하고 숨을 거둔다.(4막)

특히 3막과 4막은 극적 긴장감이 커지면서 관객을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든다. 연출가 김숙영의 대대적인 각색이 성공한 지점이다.

특히 3막에서 이중섭과 주변 예술인 친구들의 대화를 통해, 마치 미술관에서 그림 해설을 받는 것 같은 교육 효과도 만들어냈다.

여기에 작곡가 현석주가 만든 극적이면서도 가슴 울리는 선율이 오페레타 '이중섭'을 수작으로 만들어 냈다.

오페레타 이중섭. (사진=서귀포시 제공)

 

두 번째 매력은 지역 콘텐츠의 가능성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지역 작품은 지역성을 강조하느라 대중성을 잃는 경우가 흔하다.

작품 자체에 매력이나 감동은 없고, 지역을 홍보하는 광고 기능만 남아 관객에게 거부감만 남긴다.

결국 다른 지역에는 오르지도 못하는 애물단지가 되는 게 부지기수다.

하지만 오페레타 '이중섭'은 서귀포시의 이야기를 최소화하고, 이중섭의 삶과 작품 그리고 예술적 고민에 절반 이상 할애한다.

이중섭이 아내, 아들 둘과 서귀포 피난시절 거주했던 4평 남짓한 방 한 칸. (사진=서귀포시 제공)

 

이중섭이 강조됨으로써, 관객은 자연스레 이중섭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이는 결국 서귀포의 이중섭 거주지나 이중섭 미술관을 방문하게 하는 순환으로 이어지게 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를 위해 지자체인 서귀포시가 작품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예술가들에게 맡기고, 배려하면서, 전폭적인 지원을 했기에 가능한 결과였을 것이라고 사료된다.

향후 이 작품을 서귀포시가 아닌 서울을 비롯한 전국 여러 지역에서 만날 수 있을 거라 기대해 본다.

또한 서귀포시의 사례가 다른 지역이 보고 배울 모범적인 사례로 남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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