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팬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이승우. (황진환 기자)
한국 축구에 또 다른 팬덤이 생기기 시작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시작점이었다. 세계적인 스타 손흥민(토트넘 핫스퍼)과 '뽀시래기' 애칭을 얻은 이승우(헬라스 베라노)를 중심으로 한 어린 선수들이 소녀 팬들의 눈을 축구로 돌렸다.
3일 인천공항에는 300명이 넘는 소녀 팬들이 대표팀을 환호와 함께 반겼다. 선수들의 이름이 쓰여진 플래카드도 등장했다.
열기는 A대표팀으로도 이어졌다.
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 평가전. 고양종합운동장은 만원사례를 이뤘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3만5920장 티켓이 모두 판매됐다. 2013년 10월 브라질과 평가전 이후 5년 만의 매진이다.
무엇보다 축구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평소 축구장에서 듣던 조금은 묵직한 함성 소리가 아닌 소녀 팬들의 응원 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특히 후반 37분 손흥민 대신 이승우가 투입될 때는 데시벨이 정점을 찍었다.
코스타리카전 후 8일 진행되는 벤투호의 첫 팬 공개 훈련을 보기 위해 밤새 대기하는 이른바 텐트족까지 등장했다.
파주NFC 입장 가능 인원은 선착순 500명.
하지만 대한축구협회가 7일 밤 "오픈 트레이닝 데이에 참가하기 위해 파주NFC 앞에 기다리고 있는 팬들이 이미 한정 인원 500명을 넘었다"면서 "지금 출발하는 분들은 입장이 불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음 기회에 참여해달라"고 공지하는 진풍경까지 나왔다.
공개 훈련 후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축구대표팀 선수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파주NFC에는 1000명 이상의 팬이 몰렸다. 대한축구협회도 입장 인원을 750명으로 늘렸고, 옆 그라운드에서도 350명의 팬들이 훈련을 지켜보도록 조치했다.
선수들도 놀랐다.
이승우는 "스페인에서도 이렇게 많은 분들 앞에서 훈련해 본 기억이 없다. 아침 일찍부터 먼 곳까지 찾아주신 팬들께 정말 고맙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한국 축구의 절정기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이었다. K리그에 등장한 안정환, 고종수, 이동국(전북) 트로이카는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또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와 함께 대표팀도 늘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후 하락세였다.
과연 한국 축구는 다시 예전의 인기를 찾을 수 있을까. 살짝이지만, 가능성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이제 팬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은 파울루 벤투 감독과 선수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