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서 처음으로 베네치아비엔날레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던 설치미술가 전수천이 4일 오전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1세.
전 작가는 1947년 전북 정읍 출생으로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뒤 뒤늦게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와코(和光)대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무사시노(武藏野)미술대 회화과를 수료했다.
중간에는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페인트칠하기, 초상화 그려주기 같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프랫대 대학원을 다녔다.
전 작가는 1989년 서울올림픽 1주년 기념 한강 수상 드로잉전에 참여하면서 이름을 널리 알렸다. 1993년 대전엑스포 상징 조형물인 '비상의 공간'을 만들었다.
1995년에는 베네치아비엔날레에서 최초로 특별상을 수상했고, 그해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데 이어 국민문화훈장 은관상을 수상했다.
그는 베네치아비엔날레 특별상을 받은 뒤 "서구적인 영향에서 벗어난 동양적, 한국적 요소가 강한 작품이 세계 무대에서 충분히 인정받고 평가받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5년에는 미국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7박8일 동안 '움직이는 드로잉-영원한 민족 비전의 선' 프로젝트를 벌여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흰 천으로 덮은 열차를 타고 대륙을 횡단했던 이 통 큰 프로젝트에는 건축가 황두진, 음악가 노영심, 소설가 신경숙이 동승했다.
전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과 동시에 미술원 교수로 임용돼 2011년까지 학생들을 가르쳤다. 한예종 퇴임 후에는 전주에 창작예술학교 AA(Art Adapter)를 세웠고, 지난 여름 영국 런던 한국문화원에서 개인전 '사유의 공간'을 개최하기도 했다.
전 작가는 2년전 뇌출혈을 앓은 뒤 후유증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다.
유족으로는 부인 한미경 씨가 있다. 빈소는 전주 전북대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6일 오전 8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