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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모멸감, 두려움으로 이어지는 이별의 후유증한 달 전 3년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진 K씨는 아직도 그녀의 홈피에 들어가 근황을 살핀다. 자신이 사준 옷을 입고 새로 사귄 남자와 웃고 있는 그녀 사진을 보면 가슴에 피가 끓는다.
처음에는 분노였지만, 그 다음은 ''''차였다''''는 모멸감, 그리고는 ''''또 누군가를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괴로운 나날이었다.
지금 K씨는 실연 후에 경험하게 되는 감정의 사이클 안에 들어와 있다. 이별은 어느 한 순간에 오는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갈등이 쌓이면서 끝내 폭발하는 결과물이다. 그런 힘든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별 전후의 얼마간은 상대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한다. 다 그 사람 잘못 같고, 함께 했던 지난 시간이 무의미해지면서 허무감이 든다.
그래도 세월이 약이라고,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니 조금씩 살맛이 난다. 문득 옆에 아무도 없다는 허전한 생각도 들고, 이별한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도 누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는가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힘든 시간이 된다.
상대에 대한 분노는 결국 자신을 향한다20대 후반의 한 여성은 사귀는 내내 남자에게 끌려다니던 자신이 가련하고, 그 남자가 새로 사귄 여자와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너무 자존심 상하고, 자신이 차였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주로 상대에게서 이별 통보를 받은 사람들이 이런 후유증을 많이 겪는다. 연애라는 게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 같기도 하고, 서로 자존심을 세우는 시소게임 같기도 해서 누가 먼저 고백을 하고, 헤어지자고 했는지가 때로는 큰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어떤 이별이든 헤어지고 나면 상처가 남는다. 상대에 대한 분노는 결국 그런 사람을 만난, 혹은 그렇게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자신에게로 되돌아온다.
상대가 헤어지자고 해서 자존심이 상했다면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하면 자존심을 세우는 것이고, 마음이 편했을까? 더 먼저 고백하는 사람은 더 먼저 사랑을 깨달은 것뿐이다. 자기 감정에 더 충실하고 더 솔직한 사람인 것이다.
혼자서도 행복한 사람이 사랑을 해도 행복하다
몇 번 만나던 여성으로부터 문자로 이별을 통보받은 한 남성은 스스로 반성하는 방식으로 이별을 정리했다. ''''그녀가 그렇게 경솔한 사람은 아닌데, 그렇다면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물론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 것도 중요하다. 남 탓만 하다 보면 이별을 몇 번 겪더라도 늘 비슷한 방식으로 연애를 하게 된다. 하지만 지나친 문제의식은 자신감을 잃게 만든다. 이별의 상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만남에 투사되어 자신을 억누르게 된다.
''''최소한 그 사람 같은 사람만 안 만나면 된다는 기준이 생겼다''''면서 이별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한때는 사랑했던 사람이니, 미워하는 것도 괴롭다. 그건 그 사람을 사랑했던 자신을, 그런 시간들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잊지 못하는 건 더 괴롭다.
이별 후 겪는 힘든 시간들은 나 자신으로 돌아가는 일종의 여행이다. 늘 누군가와 함께였고, 늘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을 받기 위해 애쓰던 나날로부터 해방되어 내가 나를 사랑해주고, 내가 내 삶의 주인공이 되는 그런 생활로. 사랑한다고 저절로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 스스로 행복을 찾을 줄 아는 사람이 사랑을 해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