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 시그널' 출연자는 어떻게 뽑을까, 대본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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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018 콘텐츠 인사이트 세미나-예능 콘텐츠의 새로운 전략: 스토리텔링과 포맷'
'나 혼자 산다'-'하트 시그널'-'런닝맨' PD가 들려준 제작기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MBC '나 혼자 산다', 채널A '하트 시그널2', SBS '런닝맨' (사진=각 방송사 제공)

 

더 이상 사람들이 찾지 않는 프로그램이었던 '나 혼자 산다'와 '런닝맨'은 어떻게 다시 일어섰을까. 중장년층 시청자들이 주를 이루는 채널A에서 어떻게 연애 추리 예능이 탄생했을까.

22일 오후 2시, 서울 동대문구 홍릉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린 '2018 콘텐츠 인사이트 세미나-예능 콘텐츠의 새로운 전략: 스토리텔링과 포맷'은 위 질문에 답하는 시간이었다.

MBC '나 혼자 산다' 황지영 PD, 채널A '하트 시그널' 이진민 PD, SBS '런닝맨' 정철민 PD가 나와 프로그램 제작기를 어느 때보다 자세하고 생생하게 들려줬다.

◇ '나 혼자 산다' 살리기 방법 : 무지개 라이브, 토크 활성화

지난 2016년 11월부터 '나 혼자 산다'를 맡은 황지영 PD는 당시 상황을 "프로그램의 수명과 인지도가 거의 다했다"며 "거의 폐지 위기 시점이었다"고 기억했다. 황 PD는 "돌아간 대중의 관심을 끌 필요가 있었다"며 다니엘 헤니를 투입한 일화를 소개했다.

황 PD는 "당시 '나 혼자 산다'는 팬층이 거의 남자였다. 여자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눈 둘 데가 없는 분들이 자주 나와서, 여성 시청자들을 끌어올 수 있는 전략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니엘 헤니 촬영이 쉽지만은 않았다. 황 PD는 "기본적으로 외국인이라서 자기 집 침실까지 카메라가 설치돼 있는 것에 패닉을 느끼더라"라고 부연했다.

그동안 자신을 드러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나 관찰 예능에 나오지 않았던 다니엘 헤니의 출연은 화제를 모으기 충분했고, 여기저기서 반응이 조금씩 왔다. 황 PD는 "긴가민가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남자분들은 '아, 뭐 잘생겼네~'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고 (이 방송으로) 여자 시청자들을 조금 당겨왔다"고 전했다.

한 사람이 일어나서 잠 들 때까지 하루를 보여주는 무지개 라이브를 활성화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온종일 찍어야 해서 품도 많이 들고 섭외도 쉽지 않아 말 그대로 '가성비가 떨어지는' 일이었지만, 황 PD는 거의 매주 무지개 라이브를 찍었다.

MBC '나 혼자 산다'의 황지영 PD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확대이미지

 

한 번도 집을 공개하지 않았던 이들을 출연해 주목도를 높이기도 했다. 이때 출연한 이들이 배우 김사랑, 모델 이소라, 배구선수 김연경, 빅뱅 태양과 승리 등이었다.

토크하는 시간도 늘렸다. 무지개 라이브에서 주로 나눴던 토크를 개인 영상으로도 넓혔다. 황 PD는 "일단 오디오를 채우는 것도 있지만 (멤버들끼리)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프로그램 짤 때도 친한 사람들끼리 많이 짠다. 그래야 서로 놀리고 케미도 터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어색했던 무지개 회원들이 서로 친해짐에 따라 다양한 조합이 가능했다. 둘씩(전현무-한혜진, 박나래-기안84) 묶거나, 셋씩(세 얼간이-이시언, 기안84, 헨리) 묶는 편이 등장했고 러브라인에 삼각관계까지 나왔다. 황 PD는 "멤버들끼리 케미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게 바로 토크 도입의 노림수였다"고 밝혔다.

멤버들끼리 친해지면서 '정모'도 재밌어졌다. 황 PD는 "정모는 하기만 하면 시청률이 떨어졌다. 시청자들도 혼자 사는 그림 보고 싶다, 왜 모이냐 하는 반응이었다"면서, '나래바' 편부터 멤버들이 본격적으로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황 PD는 "나래바 때 이 멤버들로 촬영 시작한 이래로 가장 많이 웃었다. 자기들끼리 너무 신나서 소위 현웃(현실 웃음) 터지는 상황이어서 '아, 되겠다!' 싶더라. 방송 나갔을 때 (시청자들도) 되게 좋아하셨다"고 전했다.

황 PD는 최근 경주 편 반응이 그리 좋지 않아 '협찬설'이 나오는 것에 대해 "노 협찬이다. 놀이기구도 노 협찬이다. 협찬 전혀 없다. 펜션도 저희 돈 다 들여서 간 것"이라며 "(정모는) 저희 나름대로 각자 명분, 구성, 이유가 있는데 지금 시청자들은 그냥 웃기길 원하시는 것 같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 '하트 시그널'에 궁금한 점 : 출연자 섭외와 대본 여부

지난해 6월 시작해 엄청난 화제를 모으고 종영한 채널A '하트 시그널'은 그 인기에 힘입어 올해 3월 시즌 2가 나왔다. 종합편성채널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보도나 시사교양에 편중돼 있던 채널A는 '하트 시그널'과 '도시어부'의 성공으로 볼 만한 예능을 만들어내는 방송사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시즌 1과 2를 만든 이진민 PD는 "회사가 중장년층 시청 층은 탄탄한데 너무 젊은 콘텐츠가 없으니 젊은 애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만들어 보라고 하더라"라며 "그럼 다 좋아하는 얘기를 해 보자, 해서 연애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 PD는 "누굴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장 고민하는 게 뭘까. 상대방 마음을 모르는 것"이라며 "그 요령을 알려주는 프로가 있으면 획기적이겠다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렇게 재밌는 기획을 해 본 적이 없다. 혹시 내게 말 걸까 걱정했던 막내들까지 말이 터지더라. 자기 연애담 하나쯤은 있으니까"라고 덧붙였다.

'하트 시그널'은 시그널하우스라는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는 남녀 8명이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맞히는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연애 추리 예능'으로 분류된다. 주인공은 각자 하는 일이 있는 비연예인이지만 '하트 시그널' 출연 이후 화제의 인물로 올라섰다.

채널A '하트 시그널' 시즌 1, 2를 만든 이진민 PD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확대이미지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출연자를 어떻게 섭외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 PD는 "찾는 루트는 매우 다양하다. 인스타그램 샅샅이 뒤지면서 다이렉트 메시지 보내기도 하고,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을 통해 추천받기도 한다. 시즌 1이 잘 돼서 시즌 2는 (자진) 신청도 많았다. 1차, 2차 면접을 보는데 1시간 정도 얘기하면 자기 스타일이 안 나올 수 없다. 그 사람을 다 알 순 없어도 분명한 매력이 보이는 분을 모신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궁금증은 대본 여부다. 시즌 1도 시즌 2도 예상과는 다른 결말이 나왔기 때문에 대본이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다수였다. 이에 이 PD는 "대본이 없다. 대본을 그분들께 드리면 저도 좋다. 누가 누구랑 좋아한다는 플롯을 갖고 있으면 좋은데, 어떤 식으로 흘러가야 최대치의 재미를 뽑을지는 알 수가 없다"고 답했다.

이 PD는 "이렇게 해 주세요, 저렇게 해 주세요 하는 순간 이분들은 몸이 뻣뻣해지고 말이 안 나온다. 그래서는 안 된다. 우리 존재(제작진) 자체를 없는 것처럼 빨리 인식하게 만드는 게 성공 포인트"라며 "다만 자정에 문자하라, 남녀 한 조씩 저녁 식사하라, 파트너가 바뀌어도 절대 자기 마음 얘기하지 말라 등 전개를 위한 판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 PD는 "리얼리티는 판만 잘 짜여 있으면 알아서 잘 돌아간다. 그래서 판 짜는 데 최대의 공을 들여야 한다. 이 사람들도 신뢰가 있어야 자기 것을 드러낸다"면서 "적어도 제작진 신뢰가 있다면 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못난 구석을 이유 있게 만들고, 잘난 모습은 더 멋지게 만들어 주겠지? 하고 생각할 것이다. 안 그러면 자기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한 이 PD는 '하트 시그널'에 시청자들이 열광했던 이유로 '공감'을 들었다. 그는 "'저 바보들…' 하면서 안타까워하지 않나. 나도 다 겪어봤던 일이라 공감하게 되는 거다. 아, 왜 저랬을까 하면서 훈수 두기도 좋고. 다들 그 정도 연애 경험이 있으니까 이 사람들에 대해 너무 말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 '런닝맨'의 재도약 : '초딩맨'과 '주작맨' 벗어나기까지

2010년 7월 시작해 올해로 방송한 지 8년을 넘긴 SBS '런닝맨'은 장수 프로그램인 만큼 신선함이 떨어지고 있었다. 거기다 지난해 말에는 당사자와의 협의도 없이 하차 통보가 이뤄져 올해 2월 종영 이야기까지 불거졌다. 하지만 현재 '런닝맨'은 원년 멤버 6인(유재석·하하·김종국·송지효·지석진·이광수)에 새 멤버 전소민, 양세찬까지 더해져 다시 순항 중이다.

도시를 배경으로 추격전을 벌이고 이름표를 떼는 틀을 기본으로 하고, 공간과 시간을 이동하거나 초능력을 쓰는 판타지적 요소가 곁들여졌던 '런닝맨'은 한때 2.8%까지 시청률이 떨어질 정도로 부진했다. 하지만 '런닝맨'은 어마어마한 해외 인기를 바탕으로 높은 수익을 내는 효자 프로그램이라, 쉽게 없앨 수 없었다. 앞서 강연자로 나선 황지영 PD처럼 정철민 PD 역시 죽어가는 프로그램을 살려야 하는 위치에 있었다.

정 PD는 "저는 사실 이환진 PD에게 맡기고 나가기로 돼 있었는데 유재석 씨가 계속 '네가 해야 한다'고 했다. 새 기획안까지 제출했는데 본부장이 불러서 '프로그램이 이런데 치사하게 딴 프로 할 거냐' 하고 설득했다. 그때 부탁한 게 '제 맘대로 하겠다'는 거였다"고 전했다.

정 PD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런닝맨'에는 재미있고, 기존 멤버들과 합이 잘 맞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투입한 인물이 배우 전소민과 개그맨 양세찬이었다. 정 PD는 "전소민 씨는 얘기를 나눠 보니 있는 그대로 똘기 충만했고, 세찬 씨는 멤버들과 합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SBS '런닝맨'의 정철민 PD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확대이미지

 

단순히 멤버만 충원한다고 끝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정 PD는 '런닝맨'이 지닌 부정적 이미지를 떨쳐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초등학생들만 열광하는 '초딩맨', 판을 다 짜고 친다는 의혹의 '주작맨'이 그것이다.

정 PD는 "현재 SBS는 인사고과나 실적 모두를 2049 시청률로 매기고 있다. 그래서 목표도 20대부터 49세가 보기 유치하지 않은, 리얼한 감성을 넣어서 '주작맨'을 벗어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름표 뜯기를 안 한 것을 두고는 "그것만 하면 시청률이 떨어졌다. 또, 멤버들이 나이가 들어서 몸싸움만 하면 다치더라. 매주 어떤 사람과 레이스를 8년 동안 하면 어떻게 될까. 이미 서로를 다 알아서 긴장감이 없고, 콩트 할 수밖에 없는 거다. 그걸 못 보겠더라"라고 부연했다.

여기에 멤버들이 정말 욕심낼 수 있는 혜택(해외 투어 등)을 거는 등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 온 덕에 '런닝맨'은 다시 시청자들에게 가까워지고 있다. 갤럽 코리아가 조사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10위권 내에 꾸준히 들고 있고, IPTV 다시 보기 서비스나 시청자 선호도도 회복 중이다.

또, 정 PD는 '런닝맨'이 해외 시청자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로 한국적인 특징을 들었다. 그는 "해외에서는 연기자들의 눈치를 많이 본다. 철저히 셀럽 위주인데, '런닝맨'에선 셀럽이 땀 흘리고 치고받고 뒹굴지 않나. 그 점을 새롭게 본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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