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해당 물류센터 아르바이트생 (익명 연결)
지난 8월 6일. 최고기온이 35도에 육박하던 폭염이 한창이던 때였죠. 대전의 한 물류센터에서 일을 하던 20대 청년이 전기에 감전이 돼서 열흘 만에 숨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개인의 부주의로 인한 단순 사고사라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아 보인다는 겁니다. 조용히 묻혀 있던 사고를 저희 CBS가 단독 보도를 통해 어제 (다시) 세상에 알려졌는데요. 사고가 난 바로 그 물류센터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분에게 직접 들어보죠. 아르바이트를 했던 대학생입니다. 익명으로 연결합니다. 나와 계십니까?
◆ 아르바이트생>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사고가 있었던 그때 그 물류센터에서 일을 하셨다고요?
◆ 아르바이트생> 네, 대전 문평동에 있는 물류센터에서 일을 했습니다.
◇ 김현정> 택배 물류센터에서. 여러 가지 일이 있는데 그중에 어떤 일을 하신 거예요?
◆ 아르바이트생> 저는 물건을 분류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 김현정> 물건들. 택배 물건이면 작은 거, 큰 거 막 오면은 그걸 분류.
사고 직전 김모씨와 친구의 모습(사진=대전지방경찰청 제공 영상 캡처)
◆ 아르바이트생> 예를 들어서 경남, 제주 이런 지역으로 택배차가 다 다릅니다. 그래가지고 그 레일마다 어디 지역으로 간다 이게 있는데 경남 택배로 가는 거면 경남 쪽으로 가는 레일로 분류해 주고 차 쪽으로, 레일 쪽으로 밀어주는 역할. 이게 분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렇군요. 사망한 청년과는 아는 사이는 아니셨고요.
◆ 아르바이트생> 네. 일을 그만두고 뉴스를 통해서 돌아가신 것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사망한 분 보니까 전기에 감전이 됐어요. 레일, 분류 레일 밑을 청소하다가 감전이 된 거죠?
◆ 아르바이트생> 네.
◇ 김현정> 거기에서 누전이 발생했는데 거기에 감전이 된 거예요.
◆ 아르바이트생> 그런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아니, 작업장의 감전 위험성에 대해서는 한 번도 들어보신 적 없으세요?
◆ 아르바이트생> 감전, 전기에 관한 그런 안전 교육은 없었습니다. 전류가 흐르는 걸 직원들이 알고 있었을 텐데 차단기를 안 내리고 그 위험한 곳에 그냥 일하던 사람을 투입시켜가지고 청소를 시켰다는 것부터가 저는 이해가 잘 안 갔습니다, 일단.
◇ 김현정> 이 사망 소식 듣고 그 물류센터에서 일해 본, 혹은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은 뭐라고들, 어떤 반응들을 보였어요?
◆ 아르바이트생> “내가 감전 사고의 대상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다시는 택배 물류 센터, 그곳은 가지 않겠다. 그분, 돌아가신 분이 전역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되게 안타깝다.” 이런 반응이었습니다, 저랑 같이 일했던 친구들은.
◇ 김현정> 그때 워낙 더워서 다들 뭐 윗옷도 벗거나 단추 열어놓거나 땀을 범벅으로 흘리면서 했다는 얘기네요.
◆ 아르바이트생> 네. 레일 3개당 선풍기, 대형 선풍기 하나를 배정해 주는 것 같습니다, 거의. 그런데 그 선풍기는 바람이 좀 멀리 있어서 잘 안 오고 작업 환경이 매우 열악해가지고.
◇ 김현정> 아니, 여러분, 8월 초 기억나시잖아요. 에어컨을 틀지 않고는 사실 선풍기 바로 앞에 있거나 에어컨 틀거나 이러고도 견디기가 어려운 날씨였는데.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하셨어요, 그때?
◆ 아르바이트생> 일한 건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일했습니다. 약 13시간 정도 일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그 열대야에, 밤새도록 일을 하신 거군요.
◆ 아르바이트생> 네.
◇ 김현정> 여러분, 그때 기억하시겠지만 그때는 밤도 굉장히 더웠죠.
◆ 아르바이트생> 네.
◇ 김현정> 그럼 13시간 꼬박 일을 하는데, 야외에서. 중간에 쉬는 시간은요?
◆ 아르바이트생> 상차를 하시는 분은요. 그러니까 그 택배 트럭 안에다가 물건을 넣으시는 분들은 트럭을 보낸 뒤에 한 10분 정도 휴식 시간이 있는데 분류 같은 경우에는 물건이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정해진 쉬는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가지고 다른 분들이 로테이션으로 쉬라고 바꿔줄 때까지는 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 같은 경우에는 약 12시간 30분 정도 일했는데요. 그런데 쉬는 시간이 한 10분밖에 없었습니다.
◇ 김현정> 아니... 아니, 13시간, 12시간 30분을 일하는데 10분을 쉬었다고요?
◆ 아르바이트생> 네.
◇ 김현정> 왜요? 힘들 때는 잠깐만 좀 쉬었다 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1시간마다 한 번씩은 5분이라도 쉬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그 더위에?
◆ 아르바이트생> 그냥 레일에서 제가 너무 목이 말라서. 거기서 얼음물 하나 줬거든요. 얼음물이 한 6시간 정도 되니까 다 떨어져서 아껴 먹었는데도. 정수기로 물 좀 떠오겠다, 목이 너무 마르다 하니까 “레일에서 이탈하지 마라” 하면서 저 같은 알바는 계속 쉬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을 데려올 때까지 저는 쉬지도 못했죠.
◇ 김현정> 그러니까 1시간 돌아가고 5분 레일 멈춘 다음에 “다 같이 쉬세요, 10분 멈춘 다음에 쉬세요.” 이게 아니고 레일이 쉴 새 없이 계속. 여러분, 찰리채플린 나오는 영화 같은 거 생각해 보세요. 레일은 계속 돌아가고 사람이 거기서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나사 빠지듯이 빠지면 안 되니까 어떻게 빠질 수가 없는 거예요.
◆ 아르바이트생> 네.
◇ 김현정> 그 사망한 청년도 비슷한 상황이었을까요?
◆ 아르바이트생> 네, 비슷한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 김현정> 포도당 알약을 줬다는 얘기도 들리던데 이건 무슨 말입니까?
◆ 아르바이트생> 거기서 일하기 전에 ‘날씨가 너무 더우니까 탈진해서 쓰러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까 이 포도당 알약을 먹으면 좀 그런 게 덜해진다.’ 하면서 알약을 두 개 주고서 먹게 했습니다.
◇ 김현정> 이거는 영양 보충 비타민 주듯이 줬다고 선의로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마는 그것만 줬느냐, 아니면 다른 간식이라든지 물이라든지 이런 것도 충분히 챙겨줬습니까?
◆ 아르바이트생> 물은 얼음물 한 통 줬습니다.
◇ 김현정> 13시간 동안이요?
◆ 아르바이트생> 물 하나 그리고 포도당 2알. 제가 있었던, 제가 일했던 레일에서는 그랬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지금 7월하고 8월 초까지 일을 하셨다 그랬죠?
◆ 아르바이트생> 네.
◇ 김현정> 일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기억은?
◆ 아르바이트생> 마지막에 물도 못 먹게 하고 그냥 계속 일 시키다가 일 끝났을 때 구역질이 나서 토를 해었을 때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잠깐만요. 12시간 반, 13시간 일을 한 그 마지막 날. 끝나고 나서 구토를 했어요?
◆ 아르바이트생> 네. 구역질이 나더라고요. 그래가지고 구토를 했는데 위액밖에 없더라고요, 초록색으로 그냥.
◇ 김현정> 위액밖에 안 나와요, 속도 다 비어서.
◆ 아르바이트생> 네. 완전 몸이 빈 상태였으니까요.
◇ 김현정> 실례지만 지금 정확히 몇 살이세요?
◆ 아르바이트생> 22살입니다.
◇ 김현정> 22살. 신체 건장한 청년이고요, 대한민국의. 그런데 ‘일하고 나서 구역질이 날 정도로 나는 힘이 들었다.’ 이런 이야기가 너무나 마음이 아프게 들리는데 실례가 안 된다면 그렇게 일하고 일당 얼마 받으셨습니까?
◆ 아르바이트생> 12만 8000원 받았습니다.
◇ 김현정> 12만 8000원. 그래도 다른 알바보다는 좀 나아서 하시는 거였어요?
◆ 아르바이트생> 네, 하루 만에 그런 돈을 벌기는 쉽지가 쉽지 않으니까요.
◇ 김현정> 그래요. 감전에 대한 어떤 고지나 안전 교육이 없었던 점, 물론 첫 번째 문제입니다. 그런데 꼭 그 사고가 아니었더라도 이 지독한 폭염 속에 13시간 서서 일을 하고 고작 얼음물 1개, 포도당 알약. 그리고 3개의 레일당 1대의 선풍기. 이건 2018년 노동 현실치고는 너무 가혹했던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저는 하게 됩니다.
◆ 아르바이트생> 저도 노동 착취를 당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CBS 단독으로 오늘 이 후속 보도가 이어질 텐데요. 저희도 지켜보겠습니다. 오늘 인터뷰 응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힘내십시오.
◆ 아르바이트생>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감전 사고로 한 청년이 사망한 택배 물류센터. 거기서 일을 했던 대학생 한 분 만나봤습니다. (속기= 한국스마트속기협회)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