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틀째인 21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 상봉 행사에서 남북 이산가족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6.25 전쟁 때 납북된 형님을 애타게 찾았던 이재일(85) 할아버지와 동행한 이재환(76) 할아버지는 돌아가신 형님의 자녀를 만나게 됐다.
하지만 상봉 첫날, 조카들을 만난지 채 10분도 지나지 않았을 때 형제는 "아닌 것 같다"며 고개를 흔들기 시작했다.
동생 이재환 할아버지는 상봉장 밖으로 나가며 조카들을 향해 "아무리 돌아가셨어도 아버지 나이를 모르냐, 어떻게 사망하셨는지도 모르고"라며 화를 냈다.
조카 리경숙(53)씨는 아버지 사진을 들어보이며 "아버지가 맞습니다. 모습이 (작은아버지와) 비슷합니다"고 말했지만, 이 할아버지는 믿지 않았다.
그는 "형님이라고 하는데 사진을 보니 아니다. 국민학교 때 헤어졌지만 나보다 몸집이 좋았다"거나 "어떻게 살면서 남쪽에 있는 형제 얘기를 한마디도 안했다는 거냐. 이남에 누가 있는지 아무 말도 안했다고 한다. 말이 되냐"고 말했다.
소동이 일자 북측 관계자들이 직접 서류를 들고 와서 친인척 관계가 맞다고 이 할아버지에게 설명했지만, 그는 결국 단체상봉장을 나가버렸다.
둘째날에는 조카에게 "아까 준 족보와 가족앨범을 왜 복도에 두고 나왔냐"고 따지기도 했다.
진짜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개별상봉 때 전해준 족보와 가족앨범을 조카들이 방치한 것으로 오해한 것이다.
하지만 북측 보장성원은 "짐은 복도에 두고 가면 일괄 수거해 차에 실어준다는 설명을 듣고 복도에 둔 건데, (버린 것으로) 남측 가족이 오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할아버지는 북측이 주최한 만찬행사나 다른 모든 상봉행사에는 참여했다.
당국자들의 요청에 따라 상봉한 가족들과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럼에도 상봉 내내 이재환씨는 실제 조카들이 맞는지 의문을 가진 채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촌수가 먼 가족들이 생전 처음 만나고 하다보니 반신반의 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으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에는 진짜 가족이 아니라고 판단하시는 분들은 상봉에 참여하지 않고 돌아가시겠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이분들은 상봉을 계속하셨으므로 개인적으로는 상봉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