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너의 결혼식'에 출연한 배우 김영광이 13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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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황이든 '잘 웃는 사람'. 깊은 생각에 잠길 때를 빼면 배우 김영광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가시지 않는다. 줄곧 이어진 인터뷰 일정에도 넉살좋은 웃음소리는 그의 에너지를 대변하는 듯 했다.
영화 '너의 결혼식' 속 우연은 그런 김영광과 많은 부분 닮아있다. 앞뒤 가리지 않는 돌직구 같은 성격이 그렇고, 사랑에는 수줍음 많은 사람인 점이 그렇다. 쉼없이 밝게 장난치는 모습까지도 우연을 떠올리게 한다.
배우 스스로 아직 왕성하게 사랑하고, 성장할 시기이기에 김영광이 그리는 '우연'은 그럴듯한 설득력을 가진다. 자신의 불안감을 줄곧 '일'로 해소해왔다는 고백은 천진난만한 웃음 뒤에 숨겨진 그의 진실한 속내였다.
이제 스크린에 막 발을 내딛은 김영광은 역동적인 변화의 한가운데 서있다. 자신의 템포대로 길을 찾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그를 다음 목적지로 향하게 한다.
아래는 김영광과의 일문일답.
▶ 이전에 영화 '피끓는 청춘'에서도 박보영과 만난 적이 있는데 이번 영화에서 박보영과 함께 연기를 한다고 들었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들었나.- (박)보영 씨가 이 작품을 한다고 이야기 들었을 때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아마 보영 씨와 하게 되면 내가 도움을 많이 받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칭찬을 하다 보면 끝이 없다. 사실 '피끓는 청춘' 이후에 연락을 하거나 그런 건 없었는데 마치 이틀 전에 만난 것처럼 너무 편안하더라. 처음 만나서 친해져야 하고 이런 시간이 필요 없었다. 연기도 편했다. 특정 장면을 해석하거나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냥 내 역할에 빠져들어서 보영 씨가 승희처럼 느껴졌고, 눈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리액션이 되더라. '호흡을 맞춘다'는 개념이 아예 없었던 것 같다. 현장 분위기 자체가 현실감 있고, 그 자리에서 느끼는 감정을 중요시해서 그랬던 것도 같다. 그래서 매 테이크마다 연기가 달라지기도 했다.
▶ 촬영 현장에서 가장 좀 즐겁고 재미있었던 장면은 무엇이었나.
- 그냥 기분이 계속 좋았다. 영화를 보니까 현장에서 느꼈던 설렘이 그대로 나오더라. 우연이가 승희를 좋아하는 장면들을 찍을 때마다 좋았다. 고등학교 시절에 장난치는 것도, 친구에게 하소연하는 순간도…. 찍을 때만큼은 승희를 정말 좋아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나오는 행동들을 좋아한다. 내가 원래 수줍음이 많아서 사람을 좋아하면 배배 꼬게 된다. '우연이가 진짜 김영광이면 좋겠다'는 감독님 말대로 그런 현실적인 부분이 이번 영화에 담겨 있다.
영화 '너의 결혼식'에 출연한 배우 김영광이 13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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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찍으면서 실제로 본인의 첫사랑도 떠올렸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는 이런 것까지 해봤다하는 행동도 있나. 본인의 사랑 방식이 우연과 승희, 둘 중 어디에 더 가까운지 궁금하다.- 처음 만났던 친구에게 이벤트를 해주려고 동대문 문구 시장에 가서 풍선을 진짜 많이 샀다. 바람 넣는 도구를 같이 샀어야 했는데 그냥 풍선만 산 거다. 하나 하나 입으로 불어서 방을 채우는데 부는 게 힘든 것도 그렇지만 손가락으로 끝을 묶으니까 멍이 들더라. 몇백개를 그러게 하니까 이벤트를 해야 하는 시간대에는 사람이 초췌해서 볼이 확 들어가있고 그랬다. 기운이 다 빠져서…. 영화 내에서의 과정과 비슷하다고는 할 수 없는데 '3초의 운명'을 믿는 승희 타입이 있다면 나는 '첫사랑이 곧 끝사랑'이라고 믿는 우연 타입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좋으면 막 어쩔 줄 몰라하면서 혼자서 상대가 뭘 좋아할까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영화 '너의 결혼식'에 출연한 배우 김영광이 13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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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와 남자 모두의 첫사랑을 이야기하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우연과 승희 각자가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이 달라 성별에 따른 공감도가 갈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떤 부분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승희인 (박)보영 씨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진짜 입장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 말을 했다는 걸 잊지 못하는 게 아니라 그런 생각을 한 걸 못 잊겠다'는 승희의 대사가 있는데 이걸 두고 의견차가 많더라. 남자들은 '봐줄 수도 있지 않느냐'는 답답함을 토로하는데 여자들은 거기에 엄청나게 공감하는거다. 여자의 마음은 어렵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그 헤어짐의 순간이 정말 싫었다.
▶ 영화 속 친구들과 펼치는 코믹한 연기도 생각보다 굉장히 잘 어울리던데 어떤 식으로 호흡을 맞췄나. 본질이 로맨스 영화라 너무 과하지 않아야 하는 지점이 있었을 것 같다.
- 한 장면도 웃기려고 하지는 않았다. (강)기영이 형이 나에게 다 웃기라고 해서, 나도 형한테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그랬었다. 전혀 맞추지 않았음에도 형이 상황을 너무 재미있게 만들어줬다. 정말 아이디어가 좋고 재치있는 배우다. 우리 둘이 집이 가까워서 최근에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맥주 한 잔 했다.
▶ 자취를 하고 있으면 요리는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 궁금하다. 스케줄이 없을 때는 특별한 취미 생활이 있나.- 스케줄이 다 끝나고 소속사에 좀 쉬라고 하면 집에서 2주 간 나오지도 않는다. 그냥 누워서 TV 계속 틀어 놓고, 피자 시켜서 한 판 다 먹고 그러다가 슬슬 정상적으로 돌아온다. 촬영이 많을 때는 보통 시켜먹고 쉴 때는 해먹는다. 잘하는 편은 아닌데 그냥 해보고 싶은 걸 해본다. 실패해도 내가 한 건 실패한 맛인지 모르니까 맛있다. 파스타도 해본 적 있고, 통삼겹 스테이크, 수육도 해봤다. 이것저것 많이 해본다. 저번에는 백숙을 하려고 했는데 백숙에는 압력밥솥이 좋다고 해서 또 사야 되고 그렇게 주방가전이 늘어나더라. 해먹는 건 좋은데 치우는 게 힘들다. (웃음)
영화 '너의 결혼식'에 출연한 배우 김영광이 13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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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를 들어보니 육식 위주의 식생활을 하고 있나 보다. '정글의 법칙'에 출연했을 때는 해산물을 많이 먹었을 것 같은데 음식에 적응은 괜찮았었나. - 예전에 간장게장을 먹다가 한 번 진짜 죽을 뻔했다. 그 때 간장게장을 처음 먹어봤는데 세 입을 먹다가 입술이 붓기 시작해서 바로 약국가서 약 사먹으니까 가라앉더라. 내가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는 줄을 몰랐다. 어린이 입맛이라 햄 좋아하고 그래서…. '정글의 법칙' 갔을 때도 갑각류 익힌 살은 괜찮던데 내장이 안 좋더라. 그런데 너무 크레일피쉬를 먹고 싶어서 제작진에게 알레르기약을 달라고 해서 약 먹은 후에 맛을 봤다. '정글의 법칙' 가기 전부터 (김)병만이 형에게 계속 크레일피쉬 잡아서 먹을 거냐고 물어봤었다. 뉴질랜드가면 그렇게 사이즈가 크고 싸다는데 꼭 다시 먹고 싶다.
▶ 영화 속에는 단순히 첫사랑 뿐만 아니라 취업 때문에 힘든 요즘 청년들의 실질적인 고민도 담겨있는데 본인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나.- 군대를 다녀오고 조바심이 엄청 나더라. 성공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잊혀지면 어떡하나 그런 걱정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작품을 해야 하고 그런 생각들이 많아도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다. 일을 쉴 때면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지니까 오히려 일을 할 때가 좋다. 작품에만 몰두를 해서 다른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한 달만 쉬면 '내가 뭐하는 거지' 이렇게 다른 생각이 너무 많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