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경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한국연극협회 홈페이지 캡처)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으로 연극인들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아온 정대경 한국연극협회(협회) 이사장이 조만간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협회 이사회는 17일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이사장 조기선거를 진행하는 것을 만장일치(기권 1명)로 의결했다.
이사회 한 관계자는 "원래 정 이사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이지만, 이사회는 현 이사장을 사실상 탄핵 조치하고 조기 선거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선거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11~12월쯤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관계자는 "혹여나 정 이사장이 이사회 의결을 수용하지 않을 시, 이사회는 전원 사퇴하기로도 의결했다"고 했다. 정 이사장을 압박하기 위한 초강수인 셈이다.
이번 의결 배경에는 그동안 문제가 된 정 이사장의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 2018 대한민국연극제 심사 배제 사건'과 함께 '2016~17년도 문예진흥기금 미정산 문제'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협회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로부터 문예진흥기금 지원 중단을 통보받았다.
협회가 2016~17년도 문예진흥기금을 지원받고도 총 14억여 원을 미정산한 까닭이다.
문예위 측은 "10여 차례 공문을 보내는 등 독촉과 요청에도 불구하고 현재 2016년도 사업 1건(2억여 원)과 2017년 사업 4건(12억여 원) 등 총 5건의 사업이 미정산된 상태이다"고 했다.
이 중 2017년 미정산 사업 4건은 지난주 증빙서류를 협회로부터 받아 검토를 시작했다. 하지만 2016년도 사업 1건은 여전히 미정산 상태이다.
문예위 측은 "국고보조금법에 따라 현재 협회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2018년도 문예진흥기금 12억 8200만원 중 잔액 6억 8200만원의 집행을 중단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지난 17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열리는 '제3회 늘푸른연극제'가 문예진흥기금을 지원받지 못한 상태로 진행 중이다.
이사회는 이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문예진흥기금 지원 중단 사태가 지속될 시 향후 새 이사장 체제가 꾸려져도 사업 및 혁신을 수행할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이다.
이사회 관계자는 "이번 의결은 이사들이 더 이상은 정 이사장의 우군처럼 보여서도 안 되고, 더는 정 이사장 체제를 원하지도 않는다는 뜻이다"며, "정 이사장이 이사회 의결을 수용하는 즉시 혁신위를 출범해 8월 말까지 정산을 완료하고, 협회 혁신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려 한다"고 전했다.
한편 정 이사장은 "이사회의 의결에 대해 검토할 것이 있다"며 "검토를 마치고 금주 내로 거취를 결정하려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