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말레이시아와 경기에서 패한 뒤 고개를 떨군 태극전사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금메달을 자신하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조별리그도 가까스로 통과했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 패하면 탈락. 한국 축구의 자존심도 바닥까지 떨어질 위기에 처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0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키르기스스탄과의 E조 최종 3차전에서 1-0으로 간신히 승리했다.
조별리그를 2승 1패로 마친 한국은 말레이시아(2승 1패)로 동률을 이뤘지만 승자승에 밀려 E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한국의 다음 상대는 '늪 축구'의 진수를 펼치는 이란이다. 조 1위로 통과해 비교적 수월한 상대를 노렸던 한국에게는 최악의 대진이나 다름없는 결과다.
'반둥 참사'로 인해 모든 계획이 꼬여버린 김학범호다. 한국은 지난 17일 말레이시아에 1-2로 패했다. 수비 조직력이 흔들리며 연거푸 실점했다. 공격 역시 밀집 수비를 공략하지 못해 쩔쩔맸다. 1차전에서 바레인을 6-0으로 완파했던 것과 비교하면 경기력이 형편없었다.
지나친 자신감이 부른 참사다. 김학범 감독은 바레인전에 선발 출전한 선수 가운데 절반 이상을 바꾼 채 말레이시아와 경기에 나섰다. 결과는 패배. 상대를 얕잡아 본 것에 대한 대가는 컸다. 예상했던 조 1위 자리는 날아갔고 2위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20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3차전 한국과 키르기스스탄 전반 경기 전 김학범 감독이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반둥=이한형 기자)
이란을 만나게 되면서 김학범 감독의 머리도 복잡해졌다. 김 감독은 "애초 우리 순위에 대한 예상이 달라지면서 아직 이란에 대한 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김학범호는 오는 23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간)에 이란과 16강전을 치른다. 이란전을 대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반둥 참사'가 아니었다면 이러한 걱정 또한 없었을지 모를 일이다.
주축 수비수 김민재(전북)의 이란전 결장 역시 '반둥 참사'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김민재는 말레이시아, 키르기스스탄전에 연거푸 경고를 받아 경고 누적으로 16강전에 뛸 수 없게 됐다. 말레이시아전을 이겼다면 김민재에게 3차전 휴식을 줄 수도 있었을 터. 그러나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기에 김민재는 선발로 나섰고 결국 역습을 막는 과정에서 태클을 범해 또다시 경고를 받고 말았다.
대회를 통해 수비 조직력에 문제점이 드러난 한국. 수비의 중심을 잡아주던 김민재의 결장은 분명 대표팀에는 뼈아픈 전력 손실이다.
'반둥 참사'로 인해 아직도 휘청이고 있는 한국. 이제 목표는 금메달이 아닌 당장 눈앞에 있는 경기 승리만 꿈꿔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