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가 헌법재판소 재판관 '평의' 내용 등 내부 자료를 유출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하고 강제수사에 나섰다. 헌재에 파견한 판사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정보도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3부는 20일 오전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서울중앙지법 최모 부장판사의 사무실 등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최 부장판사가 헌재 연구관으로 파견 근무하던 시절, 헌재 사건 10여 개에 대한 사건보고서와 평의 내용 등 내부 기밀자료를 이 전 위원에게 이메일로 전송한 것으로 보고 이날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평의는 헌재 재판관 9명이 주기적으로 모여 헌재에 계류 중인 주요 사건에 대한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따라서 평의를 보면 특정 사건에 대한 헌재 재판관 개개인의 생각과 성향을 알 수 있다.
특히 이 전 위원과 최 부장판사가 유출한 헌재 사건엔, 파업 노동자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헌재 재판관들의 평의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할 당시 헌재 내부 분위기 등을 유출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당시 박한철 헌재소장이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한 방안을 지시하는 비공개 발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은 이들이 유출한 평의 자료를 가지고 당시 법원행정처가 헌재 재판관별 맞춤 로비를 벌인 정황은 없는지 등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평의 자료 등은 당시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위원은 이외에도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등의 지시를 받고 양승태 사법부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뒷조사하고 법관 모임을 사찰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또 지난해 2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들에게 지시해 법관 뒷조사와 관련한 의혹 문건들을 삭제하는 데 관여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날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이 전 위원과 최 부장판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