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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다" 말보다 더 돋보인 패자 박상영의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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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 펜싱 스타 박상영, 아시안게임 남자 에페서 은메달
결승전 다리 통증에도 "부상은 핑계, 나를 이긴 선수에 대한 배려 아냐"

19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 경기장에서 열린 펜싱 남자 에페 결승전에서 한국 박상영이 무릎부상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이한형 기자)

 


"할 수 있다"는 주문을 또 한번 외우고 싶었다. 하지만 박상영(24·울산광역시청)은 하지 못했다. 결승전에서 찾아온 불의의 부상 때문이었다.

박상영은 1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에서 끝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에페 개인전 결승전에서 1대4로 뒤진 경기 초중반 스스로 넘어졌다.

오른쪽 무릎 통증이었다. 무릎에 얼음을 대는 등 응급 치료를 하느라 약 5분동안 경기가 중단됐다. 누가 봐도 박상영은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오른쪽 발은 박상영이 공격을 할 때 앞축으로 사용하는 발이다. 여기에 힘을 싣지 못하면 반대쪽 발에 걸리는 부하가 커진다. 무릎을 제대로 굽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분전한 박상영은 10대12로 뒤진 가운데 또 한번 넘어졌다. 이번에는 왼쪽 발에 무리가 왔다.

그래도 박상영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스코어를 12대13까지 좁히자 교민들은 박상영의 이름을 연호하며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2년 전 리우올림픽에서 10대14 열세를 뒤집고 금메달을 차지했을 때 스스로에게 했던 "할 수 있다"는 응원 장면이 떠오를만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박상영은 다시 한번 주문을 외치지는 못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나지 않을만큼 아팠던 것 같다"고 솔직히 말했다.

박상영은 끝내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알렉사닌이 연속 2점을 획득해 15대12로 경기를 끝냈다.

19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박상영이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카자흐스탄 알렉사닌을 축하해주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이한형 기자)

 



박상영은 "심리적인 문제에서 지고 들어갔다. 더 여유를 갖고 천천히 플레이 했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과 다른 경기력을 보여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아시안게임 역대 선배님들이 너무 좋은 결과를 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짐이 있었다. 선배님들과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박상영의 결승전 몸 상태가 100%가 아니었다는 것은 누구도 알만한 사실이었지만 박상영은 부상을 핑계로 대고 싶지 않다는 뜻을 끊임없이 내비쳤다.

박상영은 "경기 전부터 살짝 조짐이 보였다. 경기력이 지장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카자흐스탄 선수가 나보다 더 기량이 좋았기 때문에 어렵게 풀렸다"며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말을 하면 우승한 선수나 내가 이긴 선수들에 대한 배려도 아닌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진 선수가 어떤 말을 하든 다 핑계라고 생각한다. 실력 대 실력으로 졌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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