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들어야 할 말이 많습니다"
폭염이 한풀 꺾였다고 하지만 여전히 후텁지근한 17일 저녁. 박원순 서울시장이 '불금'을 맞이한 30~40대 직장인 14명과 '호프 타임'을 가졌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의 '깜짝 호프 방문'이 화제가 된 상황에서 박 시장도 퇴근길 직장인들을 만나 맥주잔을 기울이며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열었다.
장소는 박 시장이 '옥탑방 한달살이'를 이어온 강북구 삼양동의 한 치킨집. 맥주와 치킨, 골뱅이소면무침이 상에 차려졌다.
이날 오후 6시50분께 현장에 도착한 박 시장은 "여기 산 지 한 달이 다 돼 간다"며 "주민분들과 많이 친해진 것 같다. 지나가다 두세 번 만난 주민도 있다"고 반갑게 인사했다.
111년 만의 폭염과 함께 옥탑방 생활을 해온 박 시장은 26일간의 열대야 끝에 전날 밤 기온이 떨어진 것을 가리키며 "처음에 올 때 엄청나게 더웠는데 지금은 완전 시베리아다"라며 웃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모두 인근 은행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이었다.
박 시장은 "여기 오신 금융 기관 종사자들은 6월항쟁 등 우리 사회가 어려울 때마다 나서주셨다. 오늘 들어야 할 말이 많다"며 "여기 입구에서 '일수' 전단지를 받았다. 대부업 수요가 있기 때문에 아직 있는 것일 텐데, (이 문제에 대해) 아이디어 좀 많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북에서 40년을 살았다는 박정일(49) 금융노조 부위원장은 "교육 양극화가 제일 큰 문제다. 그것 때문에 집값도 안 오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북에서 근무한 지 2년 됐다"는 송윤주(30) 씨는 "그전에 여의도에서 근무할 때는 못 느꼈던 불편들이 있다. 열악하더라"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 직원도 여기 힘든 주민분들을 대해야 해서 역시 힘들다"며 "강북 발전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참석자들의 맥주잔은 빠르게 비워졌지만, 박 시장은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느라 맥주를 마시는 속도가 더뎠다.
오는 19일 '옥탑방 한 달 살이'를 끝내는 박 시장은 "여기 주민들 제일 큰 민원이 주차장, 좁은 길, 주택 문제더라"라며 "내가 사는 옥탑방은 샌드위치 패널로 지으니까 햇볕을 다 받는 구조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사는 옥탑방 근처에 빈집이 많다"며 "서울시에서 이걸 사들여 청년들 살 수 있는 1인 가구를 많이 공급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현재 정책 구상 중이다"고 밝혔다.
20여분 공개된 이날 행사는 이후 1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이 참석자들과 비강북권에서 강북권으로 출·퇴근하며 직접 느낀 강북의 개선사항은 무엇인지, 30∼40대 직장인으로 겪고 있는 육아, 교육, 주거 등에 대한 애로사항은 무엇인지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