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자산순위 6위 생명보험사를 인수·합병하기로 하면서 경쟁사를 비롯한 금융권 전체의 대규모 합종연횡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지주사들의 사업 다각화, 보험업계의 현안 해소 등 수요와 공급 양측의 이해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MBK파트너스 측의 ING생명보험 지분 59.15%를 인수하기로 하고 최종 조율 중이다. 인수가는 2조원대 초반에서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ING생명은 6월말 현재 자산 31조5374억원으로 생보업계 6위다.
인수가 성사되면 신한금융은 업계 8위 신한생명까지 2개의 생보사를 두거나, 두 회사를 합병해 업계 5위 공룡 생보사를 경영할 수 있다. KB금융지주에 10조원 가량 모자란 453조2819억원의 그룹 전체 자산규모도 역전시켜 1위 금융지주사로 올라설 수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래 성장기반을 더욱 다각화 해나가겠다. 비은행, 글로벌, 자본시장 중심의 사업포트폴리오 확장을 계속 추진하겠다"면서 비은행 사업 강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신한금융의 행보는 경쟁사에 자극이 되고 있다. 신한금융과 업계 1위를 다퉈온 KB금융, 내년 금융지주사 전환을 준비 중인 우리은행도 ING 인수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각화와 규모 확장이 절실한 이들 그룹은 다른 인수 대상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지난해 11월 연임 확정 뒤 "좋은 물건이 좋은 가격에 나오면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겠다. 생명보험을 포함해 보완 기회가 있으면 보겠다"는 방침을 내놨고, 손태승 우리은행장도 취임 초인 지난해 12월 "단기적 인수·합병으로는 규모가 작은 자산운용사를 고려 중"이라는 등 뜻을 밝혔다.
이처럼 '수요'가 있는 가운데 때마침 '공급'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안팎의 전망이다. 동양생명, 롯데손해보험, 교보증권 등이 머지않아 매물로 나올 것이란 얘기다. 합종연횡이 이뤄지면 금융지주사들간 자산이 수십조원씩 변화할 수 있다.
동양생명(6월말 자산 31조1586억원), ALB생명(5월말 자산 18조4972억원)은 중국 안방(安邦)보험그룹이 대주주로, 각각 75.3%(계열사 보유분 합산)와 100% 지배하고 있다. 지난 5월 안방그룹 창업주가 횡령 등 혐의로 실형 선고받은 가운데 중국 금융당국은 이 회사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해외자산 매각을 진행 중이다.
롯데손보(6월말 자산 13조2735억원), 롯데카드(11조7637억원), 롯데캐피탈(7조1743억원) 등 롯데그룹 금융계열사도 2020년 3월 이전에 주인이 바뀐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0월 신청, 올 3월 당국 승인을 거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계열사를 전환 2년 이내에 매각해야 한다.
교보증권(6월말 자산 7조5855억원)의 경우 모회사인 교보생명의 자본 확충 필요성에 따라 매각설이 나왔다. 교보생명은 2021년 새 보험회계기준인 IFRS17 도입에 대비해 추가자금 비축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데 따른 전망이다.
금융지주사들이 인수·합병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덩치' 키우기 외에도 은행 집중도를 희석하려는 의도가 큰 것으로 해석된다. '이자놀이'라고 비판받아온 은행 편중의 사업을 다각화하고, 금리변동에 따른 은행업 자체의 리스크를 회피할 필요성도 있다.
금융지주사들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절대적으로 은행에 의존하고 있다. 신한금융, KB금융의 당기순이익 70%는 은행에서 왔다. 하나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91%로 훨씬 높다.
사단법인 금융소비자연맹 조연행 회장은 "금융업계 합종연횡에 대한 긍정·부정 효과를 당장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은행과 신용카드, 보험 연계상품 개발 등 업계가 경영을 잘해 소비자에 편익을 돌려준다면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