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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인터뷰]'천재와 인성' 이정후는 왜 성공할 수밖에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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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해주세요' 넥센 이정후가 14일 삼성과 원정 경기를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를 마친 뒤 팀의 가을야구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자신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대구=노컷뉴스)

 

현재 한국에서 이 선수만큼 잘 치는 타자는 없다. 아니 전 세계를 봐도 그럴지도 모른다. 지난해 신인왕 이정후(20·넥센)다.

이정후는 지난주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에서 타율이 무려 6할3푼3리에 이르렀다. 6경기에서 19안타를 뽑아냈으니 평균 3안타 이상을 때렸다.

7월 타율 4할대, 8월 타율 5할대의 불방망이다. 이런 활약으로 이정후는 양의지(두산)를 제치고 타격 1위에도 올랐다. 14일 삼성과 원정에서도 이정후는 5타수 4안타 1볼넷의 맹활약으로 타율을 3할6푼9리에서 3할7푼5리까지 올렸다.

이러니 태극마크를 주지 않을 수 없다. 당초 지난 6월 이정후를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제외했던 선동열 감독도 13일 교체 명단에는 넣었다. 두 달 전에도 선 감독은 "외야수에 좌타자들이 많아 이정후 대신 우타자 박건우(두산)를 넣었는데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14일 경기 전 만난 이정후는 대표팀 발탁에 대해 "얼떨떨하다"면서도 "지난주 성적이 워낙 좋아 마지막에는 기대를 조금 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후 인터뷰에서 이정후는 올해 맹타의 비결 등을 설명했는데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첫 대표팀 발표 당시 탈락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을까. 이정후는 "실망감보다는 처음에 안 뽑혔을 때는 부상도 있었고, 성적도 빼어나지 않았다"면서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밝혔다. 탈락해서 흔들린 게 아니라 더 이를 갈았으니 잘할 수밖에 없었다.

주위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이정후는 올해 맹활약에 대해 "부상으로 인한 공백기도 있었는데 감독, 코치님들이 훈련 때 컨디션 조절도 잘 해주셨다"면서 "처음 대표팀에서 탈락했을 때는 팬 분들의 격려와 응원 많았고,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성적이 잘 나왔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폼 좋고' 넥센 이정후는 지난해 신인왕을 넘어 올해 타격 1위로 발군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왼손 투수의 약점도 극복하며 리그 최고 교타자로 거듭났다.(사진=넥센)

 

지난해 이정후는 왼손 투수 상태 타율이 2할8푼이었다. 올해는 무려 3할9푼8리다. 우투수 상대 타율(3할6푼3리)보다 높다. 이에 대해 이정후는 "고교 때는 솔직히 왼손 투수와 많이 상대하지 못했지만 프로는 좌타자 전문 왼손 투수도 있다"면서 "지난해는 적응 기간이었고 올해는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혼자 연구하고 생각해 좌투수 상대 비법이 생겼다"고 말했다.

아직 안타를 뽑아내지 못한 천적 브룩스 레일리(롯데)에 대한 설욕도 벼른다. 이정후는 "레일리는 폼도 까다롭고, 공도 좋아 제일 까다롭다"면서도 "올해는 아직 상대하지 못했는데 비법을 써서 레일리의 공도 쳐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장정석 감독은 "이정후가 레일리에 약했고, 대체 선수도 있어 경기에서 뺐다"고 귀띔했다.) 이정후는 "올해는 좌투수에게는 내가 생각한 대로, 훈련한 대로 쳤다"면서 "영업 비밀이라 말할 수는 없다"고 입을 닫았다.

이런 노력이 있으니 성공하지 않을 재간이 없다. 이정후는 "부상 중에도 재활 시간만 빼고 쉬었다"면서 "운동은 열심히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레이너님에게 감사한다"면서 "덕분에 통증도 없고 신경써주셔서 대표팀에도 뽑혔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첫 성인 대표팀 발탁이지만 태극마크에 대한 진중함은 선배들 못지 않다. 이정후는 "처음 뽑히든 나중에 뽑히든 책임감은 똑같다"면서 "나라를 대표해서 경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병호 선배와 김하성, 최원태 형까지 동료들이 있어 든든하다"면서 "지난해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에서 함께 한 함덕주(두산), 임기영(KIA), 박민우(NC), 장필준(삼성) 형도 있다"고 덧붙였다.

동갑내기 친구의 존재도 반갑다. 이정후는 "박치국(두산)은 청소년 대표팀도 같이 가서 여행도 가고 친했다"면서 "성인대표팀에서 처음 만나 든든하다"고 말했다. 이어 "치국이가 '물통 같이 나르자' '(타격 훈련 뒤) 볼은 네가 주워라'고 하더라"면서 "처음 성인 대표팀에 같이 뽑혀시 신기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축구 대표팀에 뽑힌 이승우와도 친구다. 둘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함께 등번호 17번을 달자고 의기투합해 화제다. 이정후는 "서로 팬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친하게 됐다"면서 "내가 먼저 연락했는데 이승우도 내 팬이었다고 하더라"고 인연을 설명했다.

지난해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종범 코치와 이정후 부자.(자료사진=황진환 기자)

 

아버지인 '타격 천재' 이종범 대표팀 코치에 이어 사상 첫 부자 타격왕과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기대된다. 이정후는 "경기가 많이 남아 아직 타이틀 생각을 안 한다"면서 "순위 경쟁이 치열해 매 경기 최선을 다해 집중하니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손사래를 쳤다. 아시안게임에 대해서도 "아직은 모르겠다'면서 "가서 최선을 다하고 오자는 마음밖에 없고 꿈은 금메달인데 나는 심부름만 잘 하고 파이팅 하면 선배님들이 다 잘 알아서 해줄 것"이라고 웃었다.

그런 이정후에게 아버지는 어떻게 말했을까. 아들은 "아빠는 '다치지 말라'는 얘기만 하셨다"면서 "엄마와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 좋아하시더라"고 말했다.

팀 구성상 대표팀 선발 중견수가 예상된다. 이정후는 "선발이요? 박해민(삼성) 형이 있잖아요"라면서도 "타격 1위가 주전이 아닐 수 있나"라는 취재진의 말에 "맡겨만 주시면 열심히 할 자신이 있습니다"고 입을 앙다물었다.

인터뷰 말미에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이정후는 망설임이 없었다. "감독님 코치님께 감사하다"면서 이정후는 "두 번의 부상 때마다 감독님이 '조급해하지 말고 몸 잘 만들라'고 하셔서 마음 편하게 재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복귀해서도 코치님이 컨디션 관리를 해주셔서 잘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버지의 천부적인 재능을 물려받은 데다 노력을 더해 실력을 키운 이정후. 여기에 겸손함과 인성까지 갖춘 20살 청년의 앞날은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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