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의 향후 4년을 이끌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코스타리카, 칠레와 9월 A매치를 새 감독 체제로 치른다는 계획은 현실 가능성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노컷뉴스DB)
연이어 새로운 이름이 등장한다. 9월 A매치를 새로운 감독의 체제로 치른다는 구상은 사실상 지키기 어려운 약속이 됐다.
2018 러시아월드컵이 끝난 뒤 한국 축구대표팀은 4년 뒤 카타르월드컵 본선행뿐 아니라 본선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이끌 새로운 감독을 찾고 있다. 국내 지도자보다는 외국인 지도자를 염두에 두고 많은 후보가 물망에 올랐다.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예선에서 한국과 적으로 만났던 바히드 할릴호지치 전 일본 감독과 카를로스 케이로스 전 이란 감독 등이 최우선으로 거론됐다. 여기에 러시아월드컵 본선에서 멕시코를 이끌고 한국을 꺾었던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도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루이스 필리피 스콜라리(브라질)와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체사레 프란델리(이상 이탈리아), 루이스 판할(네덜란드), 키케 플로레스(스페인) 등 남미와 유럽의 축구 강국 출신 유명 지도자가 차기 감독 후보로 자천, 타천에 의해 오르기도 했다.
다음 월드컵이 4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많은 감독이 활동하길 원하는 유럽, 또는 유럽 인근이 아닌 극동아시아의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려는 현역 지도자는 많지 않았다. 길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겼던 새 감독 찾기 협상은 실제로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러는 동안 감독직이 공석이던 많은 나라, 클럽이 새로운 감독과 계약 소식을 전했다.
이 때문에 당초 거론되지 않았던 크로아티아 출신 슬라벤 빌리치 감독, 포르투갈 출신 파울루 벤투 감독 등과도 협상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달 초 새로운 감독 선임 과정의 총책임자인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제시한 기준에 맞춰 우선협상대상을 선정하고 실제 협상하기로 했던 만큼 새로운 이름이 거론되는 현 상황은 우선협상대상과의 계약이 불발됐다는 점을 의미한다.
대한축구협회가 찾는 새 축구대표팀 감독의 기준은 ①월드컵의 수준에 맞는 지도자 ②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한국의 격에 맞는 지도자 ③월드컵 예선 통과나 대륙컵 우승, 또는 세계적인 수준의 리그 우승 경험 등의 뛰어난 경력을 가진 지도자 ④대한축구협회가 제시하는 철학과 부합하는 지도자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사재까지 기부하며 세계적인 지도자 영입에 힘을 더했지만 여전히 차기 감독 선임 과정은 ‘오리무중’이다.
자칫 손흥민(토트넘)을 앞세운 23세 이하 축구대표팀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도전이 무산될 경우 이를 무마하기 위해 축구대표팀 새 감독을 공개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무엇보다 코스타리카, 칠레를 상대할 9월 A매치를 새로운 감독 체제로 치른다는 목표도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축구대표팀은 9월 7일 코스타리카와 고양종합운동장에서, 9월 11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칠레를 상대할 예정이다. 전례에 따르면 이달 27일에는 코스타리카와 칠레를 상대할 축구대표팀 명단이 공개되어야 한다.
하지만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새 감독 후보를 찾고 있는 만큼 새로운 감독과 계약하더라도 감독의 의중보다는 축구협회가 우선 발탁한 선수로 9월 A매치를 치를 가능성이 크다. 선수 차출을 위해서는 소속팀과 협의도 거쳐야 하는 만큼 시간이 늦어질수록 감독이 아닌 축구협회가 구성하는 대표팀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