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을 어물쩍 넘어가려는 연예인들이 종종 있다. 자숙을 끝낸 이후 첫 공식석상에서 논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짧은 사과의 말을 남기고 화제를 돌리거나 아예 언론과의 만남을 피하는 식이다.
'욕설 논란' 이후 1년 반 만에 컴백한 가수 서인영은 그런 연예인은 아니었다. 신곡 '눈을 감아요' 발표를 기념해 소속사 소리바다 사옥으로 기자들을 초대한 서인영은 자신을 둘러쌌던 논란에 대한 질문을 피하지 않았고, 솔직하고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려고 애썼다.
"어떻게 지냈느냐는 말이 굉장히 부담스러운 요즘이에요. (미소). 앞만 보고 달려오다가 처음으로 뒤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원래 집에 있어도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편이었는데, 정신을 끄고 살고 싶어서 침대에 많이 누워있었고요. 그런 시간을 가지면서 제가 이제껏 사람들의 눈에 어떻게 비쳤었는지, 10년 넘게 함께한 스태프들을 어떻게 대하며 살았었는지에 대해 돌아봤고, 제가 공인으로서 많이 미성숙했다는 걸 느꼈죠. 앞으로 계속 이 길을 가려면 여러 가지로 많이 가꿔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됐고요"
서인영은 지난해 1월 JTBC 예능 프로그램 '님과 함께2'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와 통화를 하며 욕설을 하는 동영상이 온라인상에 퍼진 이후 욕설한 사실을 인정하고 활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영상을 올린 제보자의 주장에 대해선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았다. 당시 영상을 공개한 익명의 제보자는 자신이 '님과 함께2' 제작진 중 한 명이라면서 서인영이 두바이 촬영을 떠나기 전 비행기 비즈니스 좌석을 일등석으로 바꿔 달라고 하는 등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서인영이 촬영 때마다 지각을 했고 촬영 일정이 남았음에도 매니저를 데리고 먼저 귀국했다고 지적했는데, 이로 인해 서인영을 향한 비난 여론이 더욱 거셌다.
"제가 비행기 좌석과 숙소를 바꿔달라고 했다고 하는데 저는 솔직히 모르는 이야기에요. 당시 마음이 아팠지만 해명을 하지 않은 이유는 해명을 하려면 또 다른 사람 이름이 나와야 했기 때문이에요. 여러 사람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좋지 않다는 판단을 했고, '하늘에서 내려준 뜻인가 보다' 생각했어요. 동영상이 공개되고 나서 '왜 이게 공개됐지' 하면서 누구를 원망해본 적도 없어요. 왜냐면 제가 한 일이니까요. 그래서 벌 받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서 공백 기간을 보냈어요. 나중에는 이 시간이 저에게 더 좋은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시간일 수 있겠구나 싶었고요. 확실히 예전보다는 조금 더 생각이 깊어진 것 같아요"
서인영은 이번 신곡을 발표하기 전인 지난 4월 JTBC '투유프로젝트-슈가맨'를 통해 일종의 복귀 신고식을 했다. 솔로가수 서인영이 아닌 쥬얼리 멤버 서인영으로 시청자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그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서인영을 향한 비난 여론은 꽤 거셌다. 이번 컴백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도 대중의 반응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는 서인영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슈가맨2' 출연 이후 욕먹을 거란 걸 예상하고 있었어요. 모든 분들에게 사랑받을 순 없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제가 해명을 한다고 해서 대중 분들이 '아, 그랬구나' 하시진 않을 거란 것도 알고, 동영상을 보고 저를 욕하시는 분들의 마음도 이해해요. 저는 좀 길게 보고 싶어요. 컴백 시기가 적절한 것인가에 대해 묻는 분들도 계시는데, 전 적절한 시기에 대한 답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시기를 봐서 계획적으로 컴백하는 것도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했고요"
서인영이 컴백곡으로 택한 곡은 미디엄 템포 장르의 발라드곡인 '눈을 감아요'다. 혼자 사랑하고 아파하다가 결국 혼자 이별까지 경험하는 짝사랑의 감정에 대해 노래한 곡인데, 서인영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곡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생각이 많았고 제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서 가사를 세 번이나 바꿨어요. 겉으로 보면 사랑 이야기인데, 알고 보면 제가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과의 관계 등 꽤 복잡한 주제가 녹아있는 노래죠. 이 곡을 시작으로 다시 조심스럽게 활동을 시작해보려고 해요. 특별한 목표를 가지고 신곡을 내는 건 아니에요. 지금은 많은 분들께 좋은 노래와 제 목소를 들려드리고 싶다는 생각뿐이에요. 이전까지 항상 콘셉트에 싸여있고 예능 속 이미지로만 비쳤는데 앞으로는 목소리를 들려드릴 수 있는 시간이 좀 더 많았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