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김미소 역을 맡은 배우 박민영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2006년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데뷔한 박민영은, 최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로 데뷔 12년 만에 첫 로맨틱코미디를 경험했다. 정극에서 진중한 역할을 곧잘 맡았기에 비슷한 무게감의 배역이 자주 들어왔고, 이는 박민영과 '로코'의 만남을 늦춘 원인이 됐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혹은 간질이는 장면이 가득했던 드라마 16부작을 모두 마친 기분은 어떨까. 그것도 최고 시청률 8.665%(11회)로 지상파 드라마까지 제치고 성공리에 끝냈다면. 포상휴가 갈 수 있는 마지노선 7%를 넘겨서 다들 수영복을 찾아보기 시작했다는 일화를 전해 웃음을 자아낸 박민영. 그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무척 신나는 작품으로 기억했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민영은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설명하면서 '신난다'는 표현을 곧잘 썼다. 작품을 향한 애정으로 들뜬 마음이 이보다 더 잘 드러날 수 있었을까. 그러면서 사랑에 집중하는 특성상 로맨틱코미디를 하면 좀 더 밝아지는 느낌까지 받았다고도 덧붙였다.
(노컷 인터뷰 ① '김비서' 박민영 "김미소, 같은 여자가 봐도 멋져")◇ 작은 빈틈 채운 제작진의 섬세함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내용이 단순 명확했다. 나르시시스트 부회장 이영준(박서준 분)과 그를 9년 동안 보좌한 비서 김미소(박민영 분)의 로맨스가 핵심이었다. 두 사람의 분량을 합치면 80% 이상이 될 정도로 압도적인 비중이었다. 부속실 사람들의 연애, 박유식(강기영 분)과 전처 최서진(서효림 분)의 재결합도 나왔지만 보조를 맞추는 정도였다.
누군가를 모시는 일을 그만두고 자신의 인생을 찾으려고 한 김미소를 이영준이 붙잡고, 그러면서 사랑이 싹트는 이야기.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확인하고 연애를 시작한 두 사람. 문제는 그 이후다. 연애를 하기 직전까지가 가장 흥미롭기 때문에, 그 뒤로는 조금 늘어지는 약점이 생기는 것이다. 실제로 11회 이후 재미가 반감됐다는 반응이 꽤 많았다.
박민영 역시 이 부분을 알고 있었다. 물론 제작진도. 회의 끝에 나온 결론은 '원작을 훼손하지 말자. 그래서 원작을 사랑해 준 팬들을 만족시키자'는 것이었다. 사건은 한정돼 있었으나, 시간을 때우려고 길게 늘이지 않았다. 10회까지는 리듬이 빨랐던 이유다. "속도감 있게 휘몰아친 다음에, 11회부터는 그때 가서 생각하자"는 게 제작진과 배우들의 생각이었다.
박민영은 "다른 사건을 넣으면 지저분해지고, 이도저도 아닌 게 돼 버릴 수 있다고 봤다. 다 이들(이영준-김미소)에 대한 사건이다. 그렇게 쭉 가되, 캐릭터가 잘만 잡혀 있으면 얘네가 밥만 먹어도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11회 이후 대본을 받고 "생각보다 재밌어요"라는 반응을 보이기 일쑤였다. "다음 편엔 진짜 할 얘기가 없어" 등 박준화 감독이 하도 겁을 준 탓이다.
박민영이 맡은 김미소는 완벽한 업무 처리 능력으로 까다로운 성미의 이영준 부회장을 9년 동안 보좌한 '프로 비서'였다. '능력 있는 김비서'는 단지 인물 소개 문구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품에서도 구체적인 장면으로 종종 나타났다. (사진='김비서가 왜 그럴까' 캡처)
박민영은 "보시는 분들이 아쉬워했다는 걸 안다. 우리나라 로코가 16부작으로 많이 만들어지는데, 다른 로코에서도 (연인이) 이뤄진 다음에는 루즈해지지 않나. 어쩔 수 없는 수순이다. 그저 최대한 노력했다는 것만 인정해 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어쩔 수 없이 늘어진 부분이 있긴 해도, 제작진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려고 무척 애쓰는 편이었다. 박준화 감독은 항상 귀가 열려 있는 사람이었다고. 덕분에 배우들은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었다. 원작에서 조금 불친절하게 나타나 있는 내용을 꾸준히 보충했다. 극중 미소가 실력파라는 것이 구체적인 화면으로 나온 것이 한 예다.
박민영은 "저희는 회의를 많이 해서 보충 씬이 많았고, 그래서 좀 더 좋아진 면이 있다. 미소가 능력을 보여주는 씬도 보충 씬이다. 얼마나 능력 있는 캐릭터인지 미리 잡고 가야, 왜 영준이가 안 놓으려고 하는지 당위성이 생길 것 같았다"고 부연했다. 이어, "감독님은 천재성이 있으신 것 같다. 똑같은 앵글도 굉장히 감각 있고 풍요롭게 해 주신다. 감독님 정말 좋다"고 고백했다.
백선우-최보림 작가에게 놀란 것도 있다. 미소가 퇴사 선언하고 나서 복직하기까지 과정이 친절하지 않다고 느껴져 아쉬웠는데, 마치 박민영의 마음을 읽은 듯 다음 대본에 그 부분이 보강돼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쫑파티 때 작가에게 감사의 인사를 따로 전했다.
박민영은 "미소는 일에 대한 애착이 크고, 자기가 한 말에 대해 책임질 것 같은데 이런 부분이 정확하게 그려지지 않은 면이 있었다. 근데 그다음 대본에 딱 그 내용이 있는 거다. 이 팀은 참 좋은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찍으면서 제일 신났던 작품'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데뷔 12년 만에 박민영을 찾아온 첫 로맨틱코미디였다. 의외라고 하니, 박민영은 "제작진에게도 전작의 이미지가 강하게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하이킥'으로 데뷔한 후 정극에서 진중한 연기를 하고 싶어 했고, 실제로 했다. 연기력을 향상시키는 데 정말 좋은 수업이 됐고 제게 큰 힘이 되어주었지만, 그때 이미지가 다음 작품으로도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물론 로맨틱코미디 장르가 전혀 들어오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박민영은 스스로 재미를 느낄 만한 작품을 하고 싶었다. 웃음이 터질 만큼. 이번 작품은 특히 다른 배역들을 보고 웃음이 터졌단다. 박민영은 "제가 원하는 캐릭터가 미소로 그려져 있었다. 행운이었다. 첫 로코 도전이지만 로코의 끝판왕 같았다. 매회 클리셰가 정말 많아서 저도 많이 배웠다"고 회상했다.
박민영은 첫 로맨틱코미디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사진=tvN 제공)
여러모로 완벽한 비서 김미소를 잘 소화한 박민영은 그 어느 때보다 '예쁘다'는 반응을 많이 듣기도 했다. 이에 대해 언급하니, 촬영감독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박민영은 "저희 촬영감독님이 '도깨비'도 하시고, 앵글 예쁘게 잡기로 유명하신데 모두의 예쁜 각을 아시더라. 한 번에 다 보이시나 보다. 저는 약간 로우(낮은 앵글)로 찍는 게 예쁘더라"며 "만화 원작이기도 하고 드라마 속 모두가 예뻤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서 다들 예쁘게 찍어주셨다"고 말했다.
좋은 동료 배우들을 만난 것도 빠뜨릴 수 없다. 부회장-비서라는 굳은 서열 아래 있다가 사랑을 키워가는 이영준 역의 박서준을 비롯해 강기영, 황찬성, 황보라, 표예진을 향한 애정 어린 관찰과 칭찬이 쏟아졌다.
"(대본에서) 제일 재밌는 건 영준이었거든요.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헉하는 대사들이 많아서 과연 이걸 어떻게 연기할까 했는데 너무 담백하게 잘 처리했어요. 진짜 저런 성격이 아닌가 할 정도로 나르시시스트도 너무 자연스럽게 잘 소화하더라고요. (박서준은) 로코를 워낙 잘해서 호흡할 때 굉장히 좋았고, 설렘 포인트를 정확히 아는 되게 똑똑한 친구였어요. 깜짝 놀랄 정도로 연기 잘하는 좋은 배우였고요. 그다음에 웃긴 캐릭터가 강기영 오빠였어요. 오빠를 꼭 칭찬하고 싶어요. 기영 오빠 얼굴만 나오면 웃었거든요. 나중에는 '오빠, 너무 웃긴 거 아냐?'라고 했어요. (웃음) 정말 재밌어서 그 오빠 나오는 씬에선 다 웃었어요. 처음엔 긴장했는지 다 못 보여준 것 같다고 고민이 많았는데, 저는 고민 안 해도 될 것 같았어요. (웃음) 저랑 전작 '7일의 왕비' 같이 했는데 찬성이도 그렇고 기영 오빠도 그렇고 (작품이) 빛을 못 봐서 뭔가 이상하게 죄스러움이 있었는데 (웃음) 이번에 (각자) 다 만개한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찬성이도 정말 온몸으로 연기하는 배우더라고요. 서구적으로 생겼는데 눈이 그렇게까지 커지고, 또 뭔가 안쓰러운 면도 있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잘했어요. 짠한 설정까지 가는데 눈빛이 너무 좋아서 '와, 진짜 연기 잘하는구나. 엄청 좋은 배우가 됐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황보라 언니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웃겼어요. 대본 리딩 때부터 웃기더니 마지막까지 웃기더라고요. 코믹 분야에서 언니만큼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어요. 표예진 이 친구도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인데, 대본을 보면 행주 같아요. 너덜너덜하니. 그만큼 열심히 본 거죠. 싹싹하고 밝고 명랑하고요. 너무 귀엽고 새내기 같았어요. 그래서 코카스파니엘 같은 귀여운 강아지 같다고 말을 많이 했어요."
"저의 김미소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행복했고 그게 저한테 가장 큰 힘이 나는 칭찬이었다"고 밝힌 박민영. 그에게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제일 신나게 찍은 작품이었다. "정말 신났고, 너무 재밌었고, 졸려도 자꾸 나오고 싶은 현장"이었다.
◇ 로코와 예능은 기회 닿는 대로 하고 싶어
배우 박민영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최대 수혜자로 거론될 만큼 박민영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는 "드라마를 하면서 체감하는 반응이 다른 때보다 훨씬 좋다고 느꼈다. 일일이 찾아볼 시간은 없지만, 더 많은 분들이 우리 드라마를 얘기하는 것을 보면서 감사했다"고 밝혔다.
좋은 기억을 남긴 로맨틱코미디.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것인지 묻자 박민영은 "확실히 사람도 밝아지는 것 같다. 주변 분위기도 좋고. 촬영장에서도 웃고 시작하니까 분위기가 정말 좋더라. 그래도 너무 (로코만) 하다 보면 보시는 분들이 지칠 수도 있으니 다른 장르도 하면서 로코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로코에서 해 보고 싶은 역할이 있을까. 박민영은 "여자 이영준 같은 건 어떨까. '미소, 이 녀석. 네가 날 그냥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아?' 하는. (상대를) 반하게 만드는 캐릭터가 재밌을 것 같다. 여자가 그러면 또 다른 매력이 있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된 예능 '범인은 바로 너' 시즌 1에서 활약한 박민영은, 기회가 닿으면 새로운 시도를 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범바너'에 대해서는 "시즌 2가 추진되고 있는데 저도 웬만하면 합류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뇌섹남' 같은 두뇌 싸움일 줄 알고 갔는데 막상 몸을 훨씬 더 많이 써서 속은 것 같았다면서도 "저를 놓고 너무 재밌게 찍었다. 하다 보니까 제가 브레인 파가 아니라 슬랩스틱 파라는 걸 알았다"며 웃었다.
"다, 재밌어요. 저는. (웃음) 제가 그동안 해온 게 너무 없더라고요. 제 필모그래피를 한번 돌아봤는데 한 게 별로 없었어요. 좋은 게 있다면 계속하고 싶어요. (웃음)" <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