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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게임' 된 무역전쟁, 미·중 누가 먼저 쓰러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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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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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업들 자금난 현실화, 美 트럼프 지지층인 농축산업계 타격, 극적 타결 가능성 여전히 상존

 

올해 초부터 치열하게 전개돼 온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점입가경이다. 미국이 먼저 관세폭탄을 예고하면 중국이 같은 규모로 예고하고, 미국이 관세폭탄을 발효하면 중국이 같은 규모로 발효시키는 ‘랠리’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이 중국산 철강과 전해 알루미늄 제품 30억 달러 어치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한 것이 선전포고가 됐다. 중국은 곧바로 과일, 농산품 돼지고기 등 128개 품목, 30억 달러 어치 제품에 미국과 똑같은 비율의 관세를 적용시켰다.

미국이 지난 6월 25% 관세를 예고한 500억 달러 어치의 중국산 제품들 가운데 1차로 340억 달러 어치 제품에 대한 고율관세를 발효시키자 중국은 정확히 5분 뒤 340억 달러 어치의 고율관세로 응수했다. 겨누고만 있던 총의 방아쇠를 끝내 당긴 셈이다.

세계의 경제 전문가들 상당수는 세계 경제 1,2위를 차지하는 두 나라가 정면 충돌할 경우 그 피해가 막대하다는 점에서 양국이 협상을 통해 전면전만큼은 피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실제로 관세폭탄이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도 양국은 워싱턴과 베이징을 오가며 수차례 협상 타결을 시도했다. 지난 5월 워싱턴 협상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중국의 대(對)미국 무역 흑자 폭을 줄이기로 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해 한 때 무역분쟁 해소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끝내 합의점 찾기에 실패했다. 장기전이 불가피해지면서 무역전쟁은 이제 누군가 한 쪽은 반드시 쓰러져야 하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 수출길 막히자 中기업들 연쇄적 자금난 호소, 다급한 중국

무역전쟁이 격화되자 중국에서 연일 심상치 않은 조짐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중국의 최대 수출 상대국인 미국이 관세폭탄으로 사실상 시장을 닫아버리자 수출 비중이 높은 상당수 중국 기업들이 자금 압박에 휘청이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인민은행이 시중 은행에 기업들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적극적으로 늘리라고 지시한 사례는 중국 정부의 위기감을 나타내 주는 대표적 사례다. 인민은행은 올해 초부터 중국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거품’ 빼기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하고 공격적인 부채 감소 정책을 펼쳐왔다. 회사채 발행 조건을 엄격히 하고 은행 시스템 밖에서 자금을 운용하던 ‘그림자 금융’ 단속에 나서자 상당수 중국 회사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호소했을 정도다. 그러던 차에 최대 수출 대상국인 미국이 일거에 시장 문을 닫아버린 것이 치명타가 됐다. 자금난에 매출마저 급감하게 되자 상당수 기업들이 순식간에 부도 위기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018년 상반기 중국 기업이 갚지 못한 공모채권이 165억 위안(약 2조7천600억원)에 육박하면서 올해 중국 사상 최대 규모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거품 빼기에 몰두하던 인민은행이 ‘정크 본드’로 분류되는 'AA+' 이하 등급 회사채에도 투자할 것을 시중 은행들에게 지시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한 중국 경제 전문가는 “거품빼기를 강조해 오던 인민은행이 돌연 대규모 유동성 지급으로 180도 방향을 바꾼 것은 중국 정부가 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ZTE(中興·중싱) 등 중국의 대표적인 최첨단 기업들이 미국의 제재를 받자 휘청거리고 있는 현실도 뼈아프다. 미국 상무부가 대북 및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ZTE에 향후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 금지라는 극약 처방을 내리자 ZTE 주가는 순식간에 폭락하고 회사는 부도위기까지 몰렸다. 미국으로부터 핵심 부품을 조달할 수 없게 되자 ZTE는 휴대전화 하나 생산할 수 없는 허수아비로 전락해 버렸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이후 틈만 나면 핵심기술의 자체 개발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당장 이뤄질 수 없는 꿈에 불과하다는 점은 자명했다.

◇ 중국의 조직적 농·축산업 공략에 트럼프 지지층 피해 현실화

무역전쟁 초기부터 중국의 전략은 명확했다. 미국의 관세폭탄이 로봇과 의료기기, 통신기기 등 중국이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첨단기술 분야에 집중됐다면 중국은 대두와 돼지고기, 농산물 등 농·축산 제품과 자동차를 주요 타깃으로 설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지지계층이 농·축산업과 ‘러스트 벨트’로 불리는 자동차 생산업에 몰려있다는 점을 겨냥한 조치였다. 중국의 집요한 선별 공격은 점차 효과를 발휘하는 모양새다. 미국 농무부는 지난 24일 무역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농가에 최대 120억 달러(약 13조5천900억 원) 규모의 긴급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의 지원은 콩이나 사탕수수, 유제품, 과일, 돼지고기, 쌀, 견과류 등을 포함해 중국의 '보복관세'로 타격을 입은 모든 농·축산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농가들은 정부로부터 직접 자금지원을 받거나 잉여 농산물을 정부에 팔 수 있게 됐다.

중국이 노리던 지지계층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압박도 현실화되고 있다. '자유무역을 위한 농민들'(Farmers for Free Trade)의 브라이언 쿠엘 사무총장은 "최상의 구제는 무역전쟁을 멈추는 것이며, 농민들은 보상이 아닌 (거래) 계약을 원한다"며 무역전쟁의 종식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 후반 아이오와와 일리노이를 비롯한 4개의 '팜벨트'(농업지대) 주를 방문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출마하는 공화당 후보들에 대한 지원유세에 나선 것도 이런 농·축산업계의 반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미국의 거대 기업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조직적 공략도 거세지고 있다. 미국 반도체 업체 퀄컴의 대규모 인수 협상이 중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휴지조각이 됐고, 중국시장에 재진입 하려던 페이스북의 꿈도 무산돼 버렸다. 미국이 ZTE 등 중국의 거대 기업에 대한 제재에 나서자 중국도 나름의 방식으로 미국 기업들의 발목을 잡아당기고 있는 형국이다.

◇누가 이기든지 상처뿐인 승리, 막판 대협상 가능성도

차를 몰고 서로를 향해 맹렬히 달려가는 ‘치킨게임’은 한 쪽이 반드시 핸들을 꺾어야만 승부가 난다. 미국과 중국 어느 편이 먼저 핸들을 꺾을까? 중국은 인민은행이 대규모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하며 기업들의 ‘돌려막기’ 지원에 나선 상황이다. 문제는 미국의 관세폭탄이 장기화할 경우다. 미국으로 수출되던 막대한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대체시장을 찾지 못한다면 이같은 재정정책은 자칫 부실 채권에 투자한 금융기관의 부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적극적인 금융 및 재정 정책으로 내수를 진작시켜 미국 시장을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거대한 중국의 내수시장이라 하더라도 미국 수출 물량을 제대로 소화해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중국은 위안화 가치 하락을 방관하며 관세로 오른 중국산 제품의 가격 하락 효과를 기대하는 눈치지만 이것 역시 한계가 명확하다.

상대적으로 미국의 상황은 여유가 있어 보인다. 유사 이래 최대 호황이라는 미국의 경제상황 덕이다. 무역전쟁 발발시 미국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산 제품 가격의 급상승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상당수 전문가들의 우려가 무색해지는 이유다. 김병유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장은 “미국은 현재 완전 고용에 가까운 경기 호조 상황이라는 점에서 무역전쟁의 고통을 버틸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누가 이기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양국 모두 물밑 협상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놓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언제든지 (협상이) 가능하다. 그래서 조용한 대화가 계속되고 있다"며 "중국이 협상을 위해 진지한 움직임을 보인다면 우리는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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