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이 자신을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한 최영미 시인 등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최영미 페이스북)
고은 시인이 자신을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한 최영미 시인과 언론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고은 시인 측은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에 최영미 시인과 박진성 시인, 동아일보사 및 기자 등을 상대로 10억 7천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최영미 시인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손배소 당한 사실을 알렸다. 그는 "오늘 법원으로부터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받았다. 원고는 고은 시인이고 피고는 동아일보사와 기자, 그리고 최영미, 박진성 시인이다. 누군가로부터 소송당하는 건 처음이다. 원고 고은태의 소송대리인으로 꽤 유명한 법무법인 이름이 적혀 있다. 싸움이 시작되었으니, 밥부터 먹어야겠다"고 썼다.
최영미 시인은 지난해 12월, 계간 문예지 '황해문화' 97호에 '괴물'이란 시를 게재했다. '괴물'에는 "En 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 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 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는 대목이 있다.
실명이 나타나 있지는 않지만 고은 시인이 자신을 성추행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던 것이다. 이 시는 각계각층의 '미투'(#Me_Too, '나도 말한다'는 뜻으로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의 경험을 밝히는 것)가 터져 나오기 시작할 무렵인 지난 2월 재조명돼 큰 파장을 일으켰다.
최영미 시인은 또한 지난 2월 '동아일보'를 통해 고은 시인의 추태를 목격했던 내용이 담긴 자필 고발문을 추가로 공개했다. 최영미 시인은 '미투 운동' 확산에 기여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이달 3일 서울시 성평등상 대상을 받기도 했다.
박진성 시인은 최영미 시인의 '미투'가 사실이라면서, 자신이 목격자이자 방관자였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고은 시인은 최영미 시인의 '미투' 후 한 달 가까이 이렇다 할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3월 영국 출판사를 통해 "나 자신과 아내에게 부끄러울 일은 하지 않았다"면서 성추행 의혹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