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5일) 오후 10시에 방송되는 MBC 새 수목드라마 '시간'과 SBS 새 수목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 (사진=각 방송사 제공)
MBC와 SBS가 월화드라마에 이어 수목드라마도 맞붙는다. MBC '시간'(극본 최호철, 연출 장준호)과 SBS '친애하는 판사님께'(극본 천성일, 연출 부성철)이 오늘(25일) 오후 10시 처음으로 시청자들을 만난다.
현재 지상파 드라마의 처지는 녹록지 않다. JTBC '라이프', tvN '미스터 션샤인',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 쟁쟁한 작품들에 화제성은 물론 시청률까지 밀린다. 수목드라마의 상황은 더 나쁘다. 지난주까지 지상파 3사 수목드라마는 4~5%의 시청률을 맴돌았다.
가장 높은 MBC '이리와 안아줘'가 5.9%(32회)였고, KBS2 '당신의 하우스헬퍼'가 4.5%(12회), SBS '훈남정음'은 2.8%(32회)였다. '훈남정음'은 29~30회에서 모두 2.1%의 시청률을 기록해 SBS 미니시리즈 중 최저 시청률을 새로 썼다.
이 와중에 시청자들을 새롭게 찾는 MBC '시간'과 SBS '친애하는 판사님께'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우려를 씻고 시청자들의 마음에 자리잡을 수 있을까.
◇ 시한부 로맨스 '시간', 김정현 태도 논란 잠재우는 게 관건MBC '시간'은 한마디로 시한부 로맨스다.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남자 천수호 역에 김정현이, 그 남자의 인생에 휘말리는 여자 설지현 역에 소녀시대 서현이 캐스팅됐다. 남부러울 것 없이 모든 것을 갖춘 금수저와, 악착같이 살아가는 흙수저 셰프 지망생이라는 남녀 구도는 낡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쫀쫀해서 몰입도가 높은 전개가 장기인 최호철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공동 집필한 KBS2 '비밀'은 초반 시청률이 저조했으나, 다음 회가 기다려지는 탄탄한 이야기와 캐릭터 간 관계성으로 입소문을 탔고, 결국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여기에 '도둑놈, 도둑님', '엄마', '내 생애 봄날' 등을 공동 연출한 장준호 PD가 합류했다.
다소 진부해보이는 설정 말고도, 변수가 또 있다. 때아닌 주연배우의 태도 논란이다. 지난 20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주인공 천수호 역을 맡은 김정현이 내내 무신경하고 처져 있는 모습을 노출해 잡음이 나왔다.
MBC 새 수목드라마 '시간' (사진=MBC 제공)
취재진이 극중 상대역으로 나오는 소녀시대 서현(서주현)과 다정한 포즈를 요청했으나 거절했고, 쭉 무표정을 유지했다. 제작발표회 당시 김정현에게 컨디션이 안 좋냐는 질문이 나온 이유다.
이후 소속사는 "시한부 역할에 몰입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실수했다"며 배우 본인도 죄송해하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의아해하는 반응은 여전하다.
설상가상으로 제작발표회 직후 예정됐던 V 라이브도 취소됐다. 태도 논란이 아닌 일정 지연 때문이라고는 했지만, 어찌 됐든 예비 시청자들에게 드라마를 알릴 기회가 날아간 것이다.
방송 전부터 대중에게 당혹감을 안긴 김정현이 캐릭터를 얼마나 잘 표현해 좋은 연기를 보여줄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질투의 화신'으로 드라마 출연을 시작한 김정현은 '빙구', '학교 2017', '으라차차 와이키키' 등에서 연달아 주연을 맡으며 연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서현 역시 지난해 '도둑놈, 도둑님'으로 지상파 첫 주연을 맡은 후 안정적인 연기를 했다는 평을 듣는다.
◇ '친애하는 판사님께', 넘쳐나는 법정물 속 차별화 가능할까SBS '친애하는 판사님께'는 실전 법률을 바탕으로 법에 없는 통쾌한 판결을 시작하는 불량 판사의 이야기다. 윤시윤은 이번 작품으로 특수상해, 사기 협박, 주화 훼손까지 여러 전과를 가진 동생 한강호와, 태어나 1등 말고는 해 본 게 없는 최연소 사법고시 합격자로 판사가 된 형 한수호 역을 모두 소화한다.
전과 5범으로 마지막 복역을 마치고 나온 한강호는 자신과 정반대의 삶을 산 형 한수호가 없어졌다는 걸 알게 되고, 사람들이 자신을 한수호로 착각하는 것을 경험한다. 밑바닥 인생이 똑같이 생긴 외모와 극적인 상황 덕에 180도 다른 위치에 오른다는 점은 지난 5월 종영한 SBS '스위치'와도 닮았다.
법정 드라마라는 장르는 '친애하는 판사님께'의 가장 특징이면서 약점이기도 하다. JTBC '미스 함무라비', tvN '무법 변호사', KBS2 '슈츠', MBC '검법남녀'가 종영한 지 몇 달 되지 않았다. SBS 역시 올해 초까지 판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판사판'을 방송한 바 있다.
SBS 새 수목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 (사진=SBS 제공)
오늘(25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부성철 PD 역시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작가님과 제가 오랜 시간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작은 정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드라마"라며 "정의에 관해 한 번 더 얘기하면 조금 더 정의로워질 거로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미스 함무라비'에서 출세는 포기했으나 사람들이 진 삶의 무게를 인지한 속 깊은 판사 한세상 역을 맡았던 성동일은 '미스 함무라비'와 '친애하는 판사님께'의 차별점을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전자가 '우리' 이야기를 담았다면, '친애하는 판사님께'는 개인적 관점에서 법을 다룬다는 것이다.
SBS 드라마 사상 최저 시청률을 기록한 '훈남정음'의 후속작이라는 것도 신경을 안 쓸 수 없는 부분이다. 부 PD는 "전작 시청률이 처참했다"면서도 "호기심에 한 번이라도 보면 넋을 놓고 보게 되는, 절대로 나가지 못하는 전법을 쓰겠다"고 밝혔다.
'친애하는 판사님께'는 '스타의 연인',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장옥정, 사랑에 살다', '상속자들', '가면' 등을 연출한 부성철 PD와 '추노', '더 패키지' 등을 쓴 천성일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윤시윤, 성동일, 이유영, 박병은, 나라, 허성태, 황석정 등이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