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은 24일 故 장자연 1부를 방송했다. (사진='PD수첩' 예고편 캡처)
방정오 TV조선 대표가 25일 공식입장을 내고, 전날 방송한 MBC PD수첩 - 고(故) 장자연 사건 내용에 심각한 왜곡이 있다면서 정정보도를 요청하고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 대표는 "PD수첩은 마치 방정오 대표가 자발적으로 고 장자연 씨가 있었다는 모임에 참석했고, 그 모임에서 뭔가가 있었던 것 같이 보도했다"며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제가 고 장자연 씨와 연관된 사실은 단 하나이다"고 했다.
이어 "2008년 10월 28일 밤 지인의 전화를 받고 뒤늦게 모임에 참석했는데, 그 자리에 고 장자연 씨가 있었다고 한다"며 "저는 한 시간 정도 있다가 먼저 자리를 떠나 집으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그는 "이는 경찰의 과거 수사 당시 휴대 전화 위치 추적 등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며 "저는 그날 이전이나 이후에 고 장자연 씨와 통화하거나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방 대표는 "PD수첩에는 정정 보도를 요청할 것이며, 민·형사상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다. PD수첩 방송을 토대로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들에게도 보도 내용 삭제와 정정 보도를 정중히 요청한다"며 "앞으로 진실을 왜곡하거나 잘못된 보도에 대해서는 법적인 책임을 엄중하게 물을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어제 방송에서는 지난 2009년 고위층에게 성 접대를 강요받았다고 폭로하고 숨진 고(故) 장자연 사건이 방송됐다. 고인은 마지막으로 남긴 문건에서 온갖 욕설과 구타, 폭언, 협박을 당한 점, 수없이 술 접대와 잠자리를 강요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방송에서 나온 내용을 종합하면, 고인은 2007~2008년 식사와 술자리 접대에 30차례 이상 불려갔으며 많을 때는 하루에 2번 간 적도 있었다. 어머니 기일인 2008년 10월 28일에도 접대 자리에 불려 나갔다.
무엇보다 PD수첩은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올랐던 인물 일부의 실명을 공개했고, 이들의 입장을 들으려 했다. 대상은 조희천 전 조선일보 기자, 정세호 PD, 박문덕 하이트 진로 회장, 방정오 TV조선 대표 등이다.
24일 'PD수첩' 방송 내용 중 일부. 첫 번째는 故 장자연이 남긴 문건, 두 번째는 2007~2008년 접대 상황, 고인의 동료 배우가 기억하는 2008년 8월 5일 술자리 배치도 (사진='PD수첩' 캡처)
조 전 기자는 2008년 8월 5일 술자리에서 고인을 성추행한 혐의가 있었지만, 검사인 아내를 두어 수사가 부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을 만나러 온 제작진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으며 "지금 제 공간에 침범하신 거다. 법적으로 문제 삼겠다. 나중에 법원에서 봅시다"고 했다.
정세호 PD는 PD수첩과 만난 자리에서 골프는 쳤지만 어떤 접대도 받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박문덕 회장은 2008년 1월 장자연과 함께 필리핀에 갔다는 입출국 기록이 있고, 고인에게 1천만 원을 입금한 내역도 있었다. 'PD수첩'은 이밖에도 고인과 가족에게 수표를 입금한 사람은 20여 명에 달했고, 금액도 억대였다며 "대가성이 의심됐지만 경찰은 내사를 종결했다"고 지적했다.
방정오 대표는 고인의 어머니 기일에 이루어졌던 술자리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지만, 조서에는 작성 경찰 이름이 없었다고 했다. 'PD수첩'은 전·현직 경찰을 통해 조사자 이름이 없는 조서는 공문서 훼손일 수도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PD수첩'은 다음 주 방송될 '故 장자연' 2부에서는 장자연 사건 수사와 은폐 과정을 조명할 계획이다.
2009년 故 장자연 사건 수사 당시 경찰은 강요, 성매매 등으로 수사 선상에 오른 20명 중 7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기소돼 재판받은 사람은 단 두 명이었다. (사진='PD수첩'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