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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챔피언' KIA, 2010년의 전철을 밟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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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같지 않네요' KIA 우완 헥터 노에시(오른쪽부터)가 24일 한화와 원정에 선발 등판해 2회말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로 올라온 이대진 코치, 포수 김민식 등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대전=KIA)

 

'디펜딩 챔피언' KIA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올 시즌 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후반기로 접어든 상황에서 가을야구조차 장담하기 어렵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7위 삼성에게도 쫓기는 형국이다.

KIA는 24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한화와 원정에서 0 대 5 완패를 안았다. KBO 리그 데뷔전을 치른 상대 선발 데이비드 헤일에 6회까지 2안타 무득점으로 막혔다.

외국인 에이스 헥터 노에시도 팀의 연패를 막지 못했다. 헥터는 이날 4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잡아냈지만 홈런 2방 포함, 8안타를 내주며 5실점으로 7패째(8승)를 안았다.

수비의 도움을 얻지 못한 탓이 적잖았다. 2회말 3실점은 실책이 없었다면 주지 않았을 점수였다. 3루수 최원준이 이성열의 빗맞은 땅볼을 놓치면서 주자를 내보냈고, 헥터는 2사 뒤 연속 4안타를 맞고 3점을 내줬다.

이날 패배로 KIA는 지난 22일 kt전 역전패까지 연패에 빠졌다. 43승49패로 3연승을 달린 7위 삼성(44승51패2무)에 0.5경기 차로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 넥센(48승51패)과 승차는 1.5경기다.

지난해 통합 우승을 이룬 KIA의 성적표라고는 믿기 힘들다. 2017시즌 KIA는 정규리그 87승56패1무 승률 6할8리로 1위에 올랐고, 한국시리즈(KS)에서도 3연패를 노리던 두산을 저지하고 통합 우승을 이뤄냈다. 그 전력이 고스란히 남은 KIA는 올해도 우승후보 1순위로 꼽혔다.

하지만 KIA는 올해 전반기를 6위(40승45패)로 마쳤다. 전반기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5연패를 당하며 10경기를 2승8패로 마쳤다. 올스타 휴식기 뒤 후반기 첫 주 3승3패로 제자리걸음한 뒤 두 번째 주 출발부터 좋지 않다.

'힘겨운 에이스' 양현종(왼쪽 두 번째)이 22일 kt와 홈 경기에서 5회초 1사 1, 2루 때 상대 타구에 왼쪽 다리를 맞은 뒤 고통을 이겨내고 힘겹게 일어난 뒤 타구를 날린 kt 유한준(오른쪽)의 사과를 받는 모습. 양현종은 이날 5이닝 3실점으로 승리 요건을 갖췄지만 불펜 난조로 시즌 10승째가 무산됐다.(광주=KIA)

 

전반적으로 팀 전력이 지난해보다 적잖게 약해진 가운데 무엇보다 강점이던 선발진이 흔들린다. 지난해 KIA는 20승 듀오 양현종-헥터를 앞세운 선발진이 강력했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 75회로 단연 1위였고, 평균자책점(ERA) 2위(4.31)에 무려 63승(39패)을 합작했다.

그러나 올해는 QS 34회로 7위에 머물러 있다. 선발진 ERA도 5.39로 8위다. 양현종이 ERA 3.57로 분전하지만 9승(7패)으로 승운이 따르지 않는다. 3선발 팻 딘은 3승5패 ERA 6.08에 그치고, 지난해 깜짝 4선발 활약(8승6패 ERA 3.65)을 펼친 임기영도 올해 5승8패 ERA 5.98이다. 오죽하면 KIA는 베테랑 불펜 임창용이 11년 만에 선발로 등판했다.

여기에는 타선의 힘이 떨어진 탓도 있다. 프로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해 KIA의 선발진 득점 지원은 5.89로 전체 6위다. 지난해는 7.38로 두산(6.48)을 넉넉히 앞선 1위였다. 엄청난 화력을 앞세운 KIA는 초반 화끈하게 점수를 내줬고, 선발진이 편안하게 경기를 끌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겨우 리그 평균 수준의 득점 지원이다.

타선에서는 안치홍이 타율 3할7푼2리 16홈런 74타점으로 모두 팀내 1위의 활약을 펼친다. 그러나 지난해 타격왕 김선빈이 2할7푼3리로 허덕이는 데다 지난해 이적 첫 시즌 맹활약을 펼친 최형우, 이명기 등이 올해는 다소 주춤하다. 나지완의 침체도 걱정이다.

KIA는 지난해 워낙 승승장구했던 게 사실이다. FA(자유계약선수)와 트레이드 효과 등 모든 것이 맞아떨어졌고, 선수들도 120% 능력을 끌어올리며 예상 외의 우승을 일궈냈다. 기대치가 높아졌기에 올해 부진이 더욱 크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올해 성적은 실망스럽다. 이런 상황이면 KIA는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조차 실패할 수 있다. KIA는 지난 2009년 통합 우승을 일궈낸 이듬해인 2010년에도 가을야구에 나서지 못했다. 이대로 가다간 자칫 2010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과연 호랑이 군단이 남은 기간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자존심을 회복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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