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구 동삼2주공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경비원들이 취약계층인 입주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경비실 내 에어컨 설치를 거부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동삼2주공 경비실. (사진=부산CBS 강민정 기자)
경비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전국 임대아파트 단지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의 한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경비원들이 취약계층인 입주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에어컨 설치를 거부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부산 영도구의 한 영구임대아파트인 동삼 2주공. 이곳에서 근무하는 8명의 경비원은 LH 지원으로 경비초소 4곳에 설치하기로 한 에어컨을 거부하기로 뜻을 모았다.
나이가 지긋한 이들 경비원은 땡볕 아래 재활용 수거와 주차 관리를 하다 보면 땀이 비 오듯 흐르는 일이 부지기수지만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모두가 에어컨 설치를 거절했다.
초소에 설치될 에어컨 전기 사용료를 떠안아야 하는 저소득층 입주민들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서다.
경비원 A씨는 "뙤약볕이 그대로 내리쬐는 꼭대기층 입주민보다 아파트 1층에 위치한 초소가 덜 덥다"면서 "덥긴하지만 더 더울 주민들을 생각하면 선풍기 1대로 여름한철 40~50일을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 영구임대아파트 경비원들은 전기 사용료를 직접 자신들이 내거나 주민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지자체나 기업 등의 지원을 받는 방안을 찾아보고 있지만 동삼 2주공 경비원들은 아예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대다수 입주민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거나 장애인들로 경제적 취약계층이라 에어컨 설치가 어려운 데다 경비 초소 내 에어컨 설치로 느낄 상대적 박탈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실제 해당아파트 입주민 에어컨 설치비율은 1/5 수준에 불과하다.
경비원 B씨는 "하루걸러 하루 씩 경비원들은 쉴 수라도 있지만, 실내 온도가 40도에 육박하는 아파트에서 허덕이는 입주민들이 한평 남짓한 경비실에 에어컨이 틀어지는 것을 본다면 얼마나 씁쓸하겠느냐. 서로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면서 에어컨을 설치하는 게 어떻겠냐는 권유에 한사코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언제까지 경비원들이 고통을 감내하는 차원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경제적으로 폭염 사각지대에 놓인 부산지역 근로약자와 생활약자를 위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