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국방부 장관.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기무사 계엄령 문건이 구체적 실행 계획이 담긴 '대비계획 세부자료'까지 공개되면서 송영무 국방장관이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개각 대상에 포함될 지 여부가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송 장관은 당초 국방개혁을 밀고 나아가야 하고, 그를 대체할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유임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송 장관에 대한 신뢰를 거둬들였다는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67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계엄령 실행문건의 존재를 지난 3월에 알고도 넉달 이상 뭉갠 셈이어서 안이한 판단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는 등 여론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 67 페이지를 1페이지로 만든 송 장관
지난 20일, 청와대는 67페이지 분량의 기무사 계엄령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공개했다. 기무사가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기각시 계엄령 선포를 준비했던 것으로 보이는 문건이다.
이 문건이 공개되면서 재차 논란이 된 것은 송 장관의 대응 방식이었다. 청와대의 문건 발표 직후 기무사 특수단은 해당 문건을 그보다 앞선 16일 수사과정에서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틀 뒤인 18일에는 송 장관으로부터 해당 문건을 제출받았고, 국방부는 특수단에 자료를 제출한 다음인 19일에 청와대에 해당 자료를 제출했다.
송 장관이 자료의 존재를 안 것은 수개월 전인 지난 3월이었다. 20일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국회에 나와 지난 3월 해당 문건을 앞서 공개된 8쪽 문건과 함께 보고했다고 밝혔다. 당시 송 장관은 자료를 "놓고 가라"고 했고, 세달 뒤인 6월 28일 8쪽짜리 문건을 보고하면서 해당 문건을 1쪽짜리 분량으로 '요약해' 보고했다.
송 장관은 늑장 보고에 대해 '정무적 판단'이었고, "후회가 없다"는 소신을 보이고 있다. 그는 "심각성을 느끼고 엄청난 고뇌를 했지만 동계 패럴림픽이 막 끝나고 남북정상회담이 일어나기 시작할 때였다"고 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는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밤을 새우며 고민하면서 (상황을) 지켜봤다. 다시 그 상황이 돼도 그렇게 판단할 거라고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 교체된다면 문책성…반면 부담 요인도이번 개각 대상에서 송 장관이 포함된다면 계엄령 문건과 관련한 문책 성격이 크다. 8쪽짜리 계엄령 문건이 공개됐을 때만 해도 교체 대상까지는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여론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계엄령 대비계획 자료 공개 당일에는 마린온 사고 유족을 두고 "의전 문제로 짜증이 난 것"이라고 말해 또한차례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막상 교체에는 부담 요인이 상당하다. 가장 큰 점은 후보자를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 수준이라는 점이다. 부적격 사유가 없고 국방개혁까지 책임져야 할 국방장관 후보자는 여타의 부처보다 후보자 찾기가 힘들다고 여권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국방개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정말 없다"며 "송 장관이 성격 면에서는 국방개혁에 적임이다. 앞뒤 가리지 않고 전진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방위 소속 한 의원 역시 "송 장관이 국방개혁을 그런대로 해 왔다" "방법이 거칠어서 그렇지 방향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송 장관이기 때문에 이만큼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아직 계엄령 문건과 송 장관의 교체 여부는 관계가 없고, 또 국방개혁이 장관 평가의 주요 항목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계엄령 문건 등으로 인해 여론이 계속해서 나빠진다면 청와대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