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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계속된 흑산공항 논란…누구를 위한 공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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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안정성·경제성 등 공항 실익 매우 낮을 듯
규제 완화 보수정권·호남 민심 노린 지역정치인 공항 건설 강행 논란

흑산도(신안군청 홈페이지)

 

10년째 갈등을 빚으며 전남 최대 현안으로 불거진 '흑산공항' 신설 논란이 여전히 결론을 맺지 못했다.

국립공원위원회는 지난 20일 흑산공항 신설 여부를 담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계획변경안'을 심의했지만,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오는 9월 재심의하도록 결론을 미뤘다.

홍어로 잘 알려진 흑산도는 인구 4천여명에 면적 19.7㎢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서울지방항공청은 1833억 원 예산을 들여 1.16㎞ 길이의 활주로를 갖춘 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항공청과 일부 주민들이 공항 건설을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도서 지역마다 겪는 교통의 어려움 탓이다.

서울에서 흑산도까지 가려면 KTX 열차를 타고 목포에 도착한 뒤 다시 2시간 가량 여객선을 타느라 꼬박 7시간이나 걸리는데다, 이마저도 기상 악화 등의 이유로 여객선 결항률이 11%에 이른다.

연 30여만명에 달하는 흑산도 관광객이 더 늘어나지 못하는 이유일 뿐 아니라, 응급환자가 발생해도 뱃길이 막히면 섬 안에서 발만 동동 굴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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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걸림돌은 우선 환경이다. 흑산도는 세계적 철새도래지인데다 물수리 등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을 포함한 조류 337종이 모인 '새들의 낙원'이다.

이러한 환경 가치를 인정받아 다도해해상국립공원과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도 지정됐다.

안전성 논란도 남아있다. 만약 배가 뜨지 않을 정도로 기상이 악화된다면 비행기 역시 운항이 어려운데, 특히 흑산공항의 규모는 50인승 경비행기가 오르내릴 것으로 예상되므로 더욱 안전성이 취약하다.

정작 공항을 짓고 비행기가 운항하더라도 막상 주민들의 혜택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우선 '관광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추정부터 불확실하다. 우선 흑산도를 찾는 관광객 중 대다수는 인근의 홍도, 비금도초도 등 도서 지역과 해안 풍광을 구경하기 위해 흑산도에서 유람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어차피 뱃길을 이용한다.

공항을 짓기 위해서는 부지에 있는 대봉산(해방 120m) 일부를 깎아내고 평지로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관광객들을 끌어모았던 흑산도의 풍광도 훼손될 수 밖에 없다.

또 섬의 동남쪽에 있어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하던 산을 깎아내면 태풍 피해가 우려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민들이 이용하기에도 10만원이 훌쩍 넘는 비행기 비용도 부담스러울 뿐 아니라 만약 응급환자가 발생하더라도 환자 한두 명을 위해 50인승 민항기가 별도로 운항할 가능성도 매우 낮다.

따라서 주민들의 이동권 등을 고려하면 차라리 여객선 선박을 대형화해 결항률을 낮추고, 의료용 응급헬기를 마련하는 편이 시간·비용 측면에서 훨씬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흑산도(신안군청)

 

이러한 악조건에도 흑산공항 사업이 10년 가까이 추진된 배경에는 전남 표밭을 노린 정치권이 공항 논란을 부추겼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흑산공항 논란의 씨앗이 뿌려진 때는 이명박 정권 시절이다. 2011년 정부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면서 자연공원법의 각종 규제를 완화했는데, 이 바람을 타고 국립자연공원에도 공항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됐다.

이를 계기로 흑산공항 추진 계획이 급부상했지만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급기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도 재검토 의견을 내며 반대했고,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반려하기도 했다.

2015년 7월 국토부가 환경영향평가 관련 협의를 마친 뒤에도 2016년 11월 첫 심의에서 조류 보완 대책이 미비해 보류됐고, 2017년 7월 국토부의 보완계획서에도 재보완 판정이 내려졌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흑산도 공항의 경제성은 비정상적으로 부풀려졌다.

2013년 기획재정부의 흑산도공항 건설을 위한 예비타당성 검토에서 비용대비편익(B/C)이 4.38으로 제시됐지만, 통상 수준을 훨씬 뛰어넘은 결과에 평가 결과의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됐다.

실제로 이후 2017년 보완계획서에서 2.6, 2018년 재보완계획서에서 1.9 등으로 B/C 값이 계속 하락했지만, 애초 운항횟수와 이용자 수 등이 비현실적으로 설정됐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대선 시절 흑산공항 개항을 공약한 바 있다. 특히 이낙연 국무총리는 전남도지사 시절 흑산공항을 강하게 추진했을 뿐 아니라,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도 "부처 간 이견이 있지만 조정해 좋은 결론을 낼 것"이라며 추진 의지를 공공연하게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김춘이 사무부총장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 적폐사업으로 지목받았는데도, 이 총리를 비롯한 전남 정치인들이 지역개발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진정으로 지향하는 국민의 뜻과는 반대되는 사업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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