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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초점] '닐로 사태' 이어 '숀 사태'…혼란 더 커진 가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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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계에서 실력파 뮤지션으로 불리던 밴드 칵스 멤버 겸 DJ 숀(SHAUN)이 음원 차트에서 깜짝 1위에 오른 뒤 박수가 아닌 비난을 받고 있다. 음원 차트에 대한 불신이 커질대로 커진 상황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자, 이른바 '닐로 사태'가 불러온 나비효과다.

'닐로 사태'는 올해 4월 가요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다. 무명 가수였던 닐로는 발표한지 5개월이 지난 곡 '지나오다'로 '역주행'에 성공하며 국내 주요 음원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닐로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가수가 두터운 팬덤을 보유한 인기 아이돌 그룹들의 신곡을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이 수상하다는 의견이었다.

닐로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역주행'의 '동력'을 찾아 나섰다. 찾고 보니 동력은 유명 SNS 페이지를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이었는데, 닐로 소속사가 '지나오다'를 홍보하며 마치 '입소문'을 타고 순위 상승 중인 곡인 것처럼 소개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대중의 반감을 샀다.

이런 가운데, 닐로의 소속사 리메즈엔터테인먼트(이하 리메즈)가 올 초 '그날처럼'으로 '역주행'에 성공한 장덕철이 속한 회사라는 사실은 반감과 의심을 키웠다. 불과 몇 개월 사이에 한 소속사에서 '역주행'에 성공한 가수가 투 팀이나 나온다는 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이기 때문이다.

닐로

 

'음원 사재기' 의혹은 이 지점에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유명 SNS 페이지를 활용한 홍보만으로 음원차트 1위에 오르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이어지면서 '닐로의 소속사가 음원 사재기를 했을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힘이 실린 것이다.

이에 닐로의 소속사 리메즈는 "결단코 '음원 사재기'를 하지 않았고, 하는 방법도 모르며, 알고 싶지도 않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에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내며 떳떳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닐로 사태' 이후 3개월여가 지났지만, 아직 문체부 조사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문체부는 지난달 19일 각 음원 서비스사업자들에게 닐로의 '지나오다' 와 관련한 차트 자료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으나, 아직 자료를 전달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음원서비스사업자들이 '데이터량이 워낙 방대해서 자료를 정리하는 데 한 달 이상이 걸린다'며 제출 기한을 늘려달라는 양해를 구해왔다"며 "향후 자료를 전달받게 되면 외부 전문 기관에 의뢰해 분석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체부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아 음원차트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 속 갑작스럽게 음원차트 1위에 오른 숀을 보는 대중의 시선이 고울리 없었다.

숀은 지난달 27일 공개한 '웨이 백 홈(Way Back Home)'으로 이달 17일 국내 주요 음원 차트에서 1위에 올랐지만 '제2의 닐로'로 불리며 박수가 아닌 비난을 받는 중이다. 특히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두터운 팬덤을 보유한 인기 아이돌 그룹보다 강력한 음원파워를 보였다는 점, 유명 SNS 페이지를 활용한 홍보를 펼친 뒤 순위 상승효과를 봤다는 점 등이 닐로를 연상케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에 숀 역시 닐로와 마찬가지로 음원차트에서 1위에 오른 뒤 '음원 사재기' 의혹을 받는 처지가 된 상황이다.

숀의 1위는 실시간 차트에 '차트 프리징(chart freezing)' 시스템이 적용된 이후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끈 측면도 있다. 앞서 국내 6개 음원서비스 사업자(네이버뮤직, 벅스, 멜론, 소리바다, 엠넷닷컴, 지니)들로 구성된 가온차트정책위원회는 '닐로 사태' 이후 차트 순위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신이 커지자 머리를 맞대고 개선책을 논의했다. 이후 이를 토대로 새벽 1시부터 오전 7시까지 실시간 차트를 운영하지 않는 '차트 프리징'이라는 새로운 운영 방안을 마련해 이달 11일부터 적용했다.

이는 낮보다 이용자 수가 적고 부정한 움직임이 일어나더라도 쉽게 티가 나지 않는 심야 시간대 실시간 차트를 운영하지 않음으로써 '음원 사재기' 시도 자체를 줄여보겠다는 의도였지만, '차트 프리징'을 적용한 직후 숀의 1위를 두고 또 다시 '음원 사재기' 의혹이 불거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닐로 사태'와 관련한 문체부의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은데다가 이제 막 적용된 '차트 프리징'의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숀 EP 커버아트

 

한편, 숀의 소속사 디씨톰엔터테인먼트(이하 디씨톰)는 '음원 사재기'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디씨톰은 온라인, SNS 상에서 숀에 대한 악의적인 게시물을 상습적으로 게재한 이들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서울강남경찰서 사이버수사팀에 모욕 및 명예훼손에 따른 형사 고소장을 접수했고 "이번 논란이 말끔히 해소됐으면 한다"며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수사 의뢰 요청서까지 접수했다.

그런가 하면,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은 순위 조작 의혹과 관련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조사를 의뢰한다고 밝혔고, 윤종신은 현 음원차트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SNS에 올려 이목을 끌었다.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는데, 장덕철, 닐로, 숀 등의 음원차트 성적을 두고 부정한 방법을 쓰지 않고서는 얻어내기 힘든 결과라고 보는 시선이 있는 반면, 달라진 음악 소비패턴을 반영한 바이럴 마케팅과 음악성이 합쳐진 결과라고 보는 시선 또한 존재한다.

'닐로 사태'에 이은 '숀 사태'로 가요계 분위기가 어지러운 가운데, 문체부 관계자는 "숀을 둘러싸고 새롭게 불거진 '음원 사재기' 의혹을 인지하고 있다"며 "손 건을 닐로 건과 함께 조사해 결론을 낼 예정"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향후 음원 차트에 대한 불신이 해소될만한 조사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앞서 지난 2015년 국내 최대음원사이트 멜론에서 특정 가수에게만 '팬 맺기'를 한 동일 패턴 아이디가 무더기로 발견돼 '음원 사재기' 의혹이 불거진 뒤 "음원사이트의 문제점을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던 '음원 추천제'가 폐지되는 일도 있었다. '닐로 사태'와 '숀 사태'로 인해 업계에 또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지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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