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앞으로 중소 하도급업체의 하도급대금 인상 요구를 중소기업협동조합이 대신할 수 있고 하도급업체에 대한 전속거래 강요와 기술자료 해외수출 제한 등이 금지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개정 하도급 법령이 17일부터 실시된다며 원.수급업자 간의 힘의 불균형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16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개정 하도급 법령에 따라 우선, 중소 하도급업체가 대기업 등 원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올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요건이 대폭 확대됐다.
지금까지는 계약기간 중에 원유·철광석과 같은 ‘원재료’의 가격이 오르는 경우에만 하도급대금을 올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인건비(노무비)’나 전기요금·임차료 등 각종 ‘경비’가 오르는 경우에도 하도급대금 증액을 요청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하도급업체는 원사업자에게 대금을 올려달라고 요청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한다는 점에서 중소기업협동조합이 하도급업체를 대신하여 요청·협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됐다.
하도급업체나 조합으로부터 대금 증액 요청을 받은 원사업자는 10일 이내에 협의를 개시해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협의를 거부하거나 10일 이내에 협의를 개시하지 않는 경우에는 시정명령·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조치를 받게 된다.
또,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하도급업체로 하여금 자신과만 거래하도록 강요하는 이른바 ‘전속거래(專屬去來) 강요’ 행위와 하도급업체에 대해 기술자료를 해외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이와함께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하도급업체에게 원가정보와 같은 경영정보를 요구하는 행위는 ‘부당한 경영간섭’의 한 유형으로 하도급법에 명시돼 금지된다.
그동안 원사업자들은 하도급업체를 대상으로 △원가정보 △원사업자 자신의 경쟁사업자에 대한 납품단가에 관한 정보 △그 정보들을 확인해 볼 수 있는 매출액, 거래량, 거래처 명부 등의 정보 등을 제공 받고, 이를 활용해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감액하는 행위를 해왔다.
보복행위에 대한 규제도 한층 강화된다. 하도급업체가 분쟁조정 신청 등의 이유로 원사업자가 거래단절 등 보복하는 행위 이외에 공정위 조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보복하는 행위도 새로운 위법행위로 명시됐다.
또 이전에는 기술유용과 하도급대금 부당결정·감액, 부당 위탁취소, 부당 반품행위에만 3배 손해배상제가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보복행위도 그 적용대상에 추가된다.
공정위는 동시에 오는 10월까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정액과징금 상향 조정 △기술자료 요구서면 기재사항 확대 등 세 가지 과제 등과 관련한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는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깎거나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출·유용하여 단 한 차례만 고발 조치되더라도 공공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또, 정액과징금은 기술유용·보복행위·계약서면 미교부 등 법위반금액을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에 부과되는 과징금으로 기본금액 상한이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 조정될 예정이다.
공정위는 이와함께 하도급업체의 책임 없이 공사기간이 연장되거나 납품기일이 늦어져 원도급금액이 증액되는 경우에는 그 비율만큼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도 증액해 주도록 의무화하고, 대기업으로 하여금 1차 협력사에 대한 자신의 하도급대금 결제조건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등의 법률 개정에도 나설 계획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하도급 분야에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중소기업이 ‘일한만큼 제대로 된 보상’을 받게 하는 것이 우리 경제가 당면한 양극화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각종 중소기업 문제를 풀어가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는 앞으로 법·제도의 변화가 현장에서의 관행과 문화의 변화로까지 이어지도록 노력하고, 새로운 법·제도가 국민의 눈높이에 부족한 점은 없는지 지속적으로 살피며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