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텍사스 추신수.(사진=노컷뉴스DB)
고비를 넘긴 '추추 트레인'의 질주가 이어질 수 있을까. 텍사스 구단 역사를 새로 쓴 데 이어 메이저리그(MLB) 현역 선수 최장 기록에 도전하는 추신수(36·텍사스)다.
추신수는 9일(한국 시각) 미국 코메리카파크에서 열린 디트로이트와 원정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8회까지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다 9회 2사 1루에서 내야안타로 가까스로 출루에 성공했다.
이 안타로 추신수는 47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이었다. 25년 만에 텍사스 단일 시즌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이전 기록은 1993년 훌리오 프랑코가 세웠던 46경기다.
이런 가파른 상승세에 추신수는 생애 첫 올스타 출전의 꿈도 이뤘다. 추신수는 이날 MLB 사무국이 발표한 올스타전 아메리칸리그 외야수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팬 투표에서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추천 선수로 뽑혀 오는 18일 워싱턴의 홈 구장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리는 별들의 잔치에 나선다.
이제 추신수는 MLB 현역 선수 최장 기록을 눈앞에 뒀다. 2015년 조이 보토(신시내티)와 2001년 앨버트 푸홀스(LA 에인절스)가 세인트루이스 시절 달성한 48경기다.
텍사스 구단이 추신수의 47경기 연속 출루로 구단 신기록을 세우자 기념 사진을 공식 SNS에 올렸다.(텍사스 페이스북)
모두 MLB 정상급 타자들이다. 보토는 2013년 추신수가 신시내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다. 2010년 내셔널리그(NL) MVP, 5번 올스타에 선정됐다. 특히 최근 2년 연속, 또한 2010~2013년까지 4년 연속 등 6번 NL 출루율 타이틀을 차지했다. 통산 출루율이 무려 4할2푼8리다.
푸홀스는 명예의 전당을 예약한 빅리그 19년차 베테랑이다. 세 번이나 NL MVP에 올랐고, 9번 올스타에 뽑혔다. 에인절스 이적 이후 최근 페이스가 떨어졌지만 2009년 NL 출루율왕(4할4푼3리)에 올랐다.
추신수가 1경기만 더 출루하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10일 보스턴과 원정에서다. 쉽지 않은 상대다.
이날 보스턴 선발은 좌완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다. 로드리게스는 올해 17경기 10승3패 평균자책점(ERA) 3.84의 빼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빅리그 데뷔 시즌인 2015년 21경기 10승 6패 ERA 3.85의 성적을 올해는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달성했다.
특히 추신수에도 강한 면모를 보였다. 통산 6번 맞붙어 6타수 1안타, 피안타율 1할6푼7리였다. 사사구 없이 삼진도 3개를 잡아냈다. 로드리게스는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1.26으로 통산 평균(1.28)보다 조금 낮다. 볼넷을 잘 골라내는 추신수였지만 로드리게스에는 고전했다.
물론 추신수의 허벅지 상태가 변수다. 추신수는 통증으로 지난 1일과 6일 결장했다. 이날도 내야안타로 전력질주를 한 만큼 10일 결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추신수는 현재 보스턴 투수진을 상대로 통산 타율 2할3푼3리, 출루율 3할1푼으로 다소 약한 면모를 보였다. 11일 선발로 예정된 헥터 벨라스케스도 올해 6승 무패 ERA 2.76으로 쾌조의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추신수가 한번도 상대한 적이 없는 투수라 생소할 수 있다.
올해도 추신수는 보스턴전에서 타율 1할8푼8리(16타수 3안타)로 약했다. 출루율도 2할3푼5리. 보스턴 홈 구장인 펜웨이 파크는 10일이 올해 첫 방문이지만 지난해까지 최근 3년 동안 여기에서 타율이 2할6푼7리(30타수 8안타)였고, 출루율도 같았다.
2013년 4할2푼3리의 높은 출루율을 기록했던 신시내티 시절의 추신수.(자료사진=노컷뉴스DB)
하지만 추신수는 이번 출루 기록 행진에서 고비를 넘긴 뒤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패턴을 보였다. 기사회생한 뒤 상대적으로 마음을 다잡고 분전하는 형국이다.
추신수는 지난달 27일 샌디에이고와 홈 경기에서 4번 침묵하다 9회 2사에서 극적으로 안타를 때려내 39경기 출루에 성공했다. 이후 2경기에서 멀티히트와 홈런으로 살아났다. 2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홈 경기에서도 4번 침묵하다 8회 볼넷으로 출루해 42경기 올해 MLB 최장 기록에 다가섰다. 이후 4경기 연속 멀티히트에 이 기간 홈런과 2루타 2방을 날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9일 추신수는 간신히 고비를 넘겼다. 통산 7타수 무안타로 약했던 디트로이트 선발 마이클 풀머에 4번 막혔다가 9회 바뀐 투수를 상대로 행운의 안타를 날려 구단 신기록을 세웠다. 가슴을 쓸어내린 만큼 10일 경기 반등이 예상되는 이유다.
추신수는 9일 경기 뒤 "야구의 신이 나를 도왔다"며 기록 달성을 기뻐했다. 자신이 목표로 했던 구단 신기록을 수립한 데다 생애 첫 올스타 선정의 여세를 몰아 홀가분한 기분으로 출루 행진에 나설 가능성이 적잖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