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회관 전경.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마감한 한국 축구가 새로운 감독 찾기에 돌입했다. 대표팀을 이끈 신태용 감독 재신임 가능성도 남아있는 상황. 그러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감독 교체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대한축구협회의 개혁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5일 축구회관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평가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월드컵 성과와 16강 실패 원인 논의와 더불어 신태용 감독의 재신임 여부 얘기가 오갔다.
축구협회는 긴 논의 끝에 신태용 감독을 차기 감독 후보군에 포함해 신중하게 사령탑을 결정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떠난 자리에 소방수로 등판했다. 월드컵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새로운 외국인 감독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 대표팀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대표팀을 이끌고 1승 2패로 월드컵을 마친 신태용 감독. 목표로 삼은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1위에 빛나는 독일을 잡으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하지만 사실상 신태용 감독이 다시 대표팀을 맡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팬들에게 신임을 잃은 상황에서 축구협회도 무리해서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우리의 철학에 맞는 후보에게 우리가 접근할 것이다.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다 만나면 후보가 너무 많다"면서 "수준 높은 감독이 후보에 있다. 수준으로는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차기 감독을 선정하는 배경에 대해 밝혔다.
그러나 한국 철학이라는 것이 너무나 모호하다. 더욱이 수준 높은 감독이면 한국 축구가 무조건 나아질 것으로 생각하는 것 또한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좋은 감독을 데려오기에 앞서 한국 축구 수준을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당장 성적에 급급하기보다는 축구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축구협회 역시 개혁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축구계 관계자들은 '회전문 인사'로 구성된 축구협회에 새 인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도 "축구협회가 본질에 충실한 게 아닌 보여주기식 행정에 급급하다"며 "실제로 팀이 강해지기 위한 행정이 아니다. 협회가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한국 축구는 계속 힘들게 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강해질 필요가 있는 한국 축구. 좋은 감독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것을 뜯어고치는 용기 또한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