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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교량 안전관리…'첨단장비 + 원시적노동' 합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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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대교.(사진=이한형 기자)

 

서울의 한강 교량 안전관리에 사물인터넷과 드론 등 첨단 IT기술이 투입돼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특정 부분의 안전 점검에는 직원의 직접 닿아야 하는 곳도 있기 마련이다.

의사가 건강검진을 하면서 환자의 몸에 청진기를 갖다 대듯이 교량 안전 점검 직원도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필요하면 위험을 감수한 극한작업도 감행해야 한다.

CBS취재진은 서울시 교량안전과 점검팀이 작업 현장에서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지를 보기 위해 따라 나섰다. 이날 점검팀이 가장 먼저 가기로 한 곳은 국내 최초의 콘크리트 사장교(斜張橋)인 올림픽대교다.

올림픽대교 중간에 도착하자 성화대를 상징하는 높이 88m의 주탑 4주가 우뚝 서있는 모습이 보인다. 주탑 내부에는 다리 위에서 60여 미터에 달하는 꼭대기까지 올라가기 위한 2인승의 승강기가 설치돼 있다.

취재진은 주탑 기울기에 따라 덜컹거리며 사선으로 올라가는 승강기에 몸을 실었다. 시 직원은 "올림픽대교 주탑 승강기에 민간인이 탄 것은 드문 경우"라며 "잠시 후 승강기에서 내려 사다리를 타고 조형물이 있는 꼭대기까지 올라갈 때는 아래를 내려다보지 말라"고 당부했다.

올림픽대교 주탑 내부.(사진=이한형 기자)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천장이 열리고 벽에 고정된 사다리가 보였다. 사다리를 오르면서 호기심이 발동해 아래를 내려보는 순간 아찔한 긴장감이 엄습했다. 육중한 카메라를 둘 씩이나 메고 뒤따라올 후배 기자를 생각하니 안쓰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앞서 간 교량안전과 임승민 주무관은 한 손에 든 망치로 이따금씩 벽을 두드렸다. 그는 "콘크리트 벽을 두드릴 때 맑은 금속성 소리가 나면 강도가 좋은 것이고 반대로 둔탁한 소리를 내면 강도가 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시적으로 보이긴 해도 사람의 손이 닿고 육안 점검이 가능한 다리의 콘크리트 구조물은 망치로 두드려 소리를 듣는 것이 가장 신뢰도가 높고 효율적인 점검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경우에는 콘크리트 구조물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시료를 채취해 분석하기도 하지만 매우 드문 경우"라면서 "대부분의 경우 후레쉬와 망치만 있으면 기본적인 강도 점검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올림픽대교 주탑 콘크리트강도 진단.(사진=이한형 기자)

 

올림픽대교 안전 점검을 마친 팀원들은 곧 바로 강변 선착장에서 보트를 타고 잠실대교로 향했다. 1972년 준공된 이 다리는 성수대교 붕괴 후 교각을 두껍게 보강공사를 했다. 이 과정에서 교각을 받치고 있는 우물통도 덩달아 커지고 수면보다 3미터 가량 높아졌다. 강물이 흐르면서 교각에 미치는 압력도 커졌기 때문에 우물통 안전 점검은 교량 안전을 담보하는 핵심 작업으로 평가받는다.

우물통 점검의 중요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던 중에 장비를 갖춘 잠수사가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이어 잠수부는 교각에 붙은 이끼와 불순물에 물대포를 쏘아 벗겨냈다. 그는 "교각에 붙어있는 이끼를 벗겨내고 교각의 균열과 부식 상태를 점검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잠실대교 교각 청소작업에 나선 잠수부.(사진=이한형 기자)

 

그러나 물속에 잠겨있는 수중구조물은 정기적인 접근이 어려워 잠수부의 숙련도에 의존해야 하고 한강 수심 및 유속 문제로 육안 점검이 불가능한 어려움이 있다. 이에 서울시는 잠실대교를 비롯한 한강 교량의 우물통 점검을 위해 수중점검선을 전국 최초로 자체 개발해 운용중이다. 점검선은 물 위에서 수중의 카메라를 상하, 전후, 좌우로 이동하면서 구조물의 상태를 점검하며 동시에 녹화도 할 수 있다. 모든 부재를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해 선체의 부식을 방지하고, 장비가 장기간 안정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잠실대교 우물통을 점검하는 부양식 수중점검선.(사진=이한형 기자)

 

부양식 수중점검선은 시 공무원들이 선체 디자인과 탑재장비 등을 직접 개발했다. 특히 가로·세로 2m60㎝ 크기의 정사각형 형태를 유지하면서 전복되지 않게 해야 하는 등 그 작업이 쉽지 않았다고 시 관계자는 전했다. 이 점검선은 요원 2명이 수중 카메라와 조명 등의 장비를 탑재해 교각의 기둥과 기둥 사이에 돌며 작업한다.

서울시 교량안전과 김대희 주무관은 "점검선이 감당하는 서울 한각의 교량은 32개에 수중 구조물만 1,383개에 달한다"며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물속 8m 깊은 곳까지 수중카메라를 투입해서 시설물의 상태를 점검한다"고 말했다.

서강대교.(사진=이한형 기자)

 

교량안전 점검팀의 다음 행선지는 서강대교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건설된 닐센아치교다. 이 다리는 2개의 아치 립(rib)을 마치 가방 손잡이 처럼 안쪽 방향으로 경사지게 기울이고, 케이블로 이루어진 아치 행어를 4방향 와렌 트러스(warren truss)형으로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멀리서 볼 경우 아치 립과 데크를 연결한 케이블이 부각되지 않음으로써 아치의 육중한 곡선미와 상부 데크가 조화를 이루는 조형미가 돋보인다. 그러나 유지 관리 관점에서 보면 그리 만만치 않은 다리다.

서강대교 데크 하부박스 진입.(사진=이한형 기자)

 

케이블 연결 부위를 점검하려면 데크 밑으로 내려가서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진입로를 통해 박스 안에 들어가야 한다. 일단 들어가면 바닥이 경사진 구조라 걷기가 불편하다. 올림픽대교의 콘크리트 주탑 내부와 마찬가지로 아치 립(rib) 내부도 비어있는 구조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엘리베이터를 타는게 아니라 암벽 등반을 하듯 아치 립(rib) 꼭대기까지 기어 올라가야 한다는 것. 그것도 양 손에 후레쉬와 망치를 들고 곳곳을 두드리는 점검을 해가면서.... 시 직원은 "철제 구조물의 특성상 날씨가 더워지면 내부가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찜통이 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점검을 여름이 오기 전에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서강대교 아치립 내부 안전진단.(사진=이한형 기자)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김상효 교수는 "아치교의 특성상 아치와 아치에 매달려있는 케이블이 (안전을 위해) 주요 부분"이라며 "케이블이 구조물을 잘 떠 받치고 있는가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점검 못지 않게 중요한게 보수공사인데 시민 불편을 의식해 주로 새벽 1시에서 6시까지 교통통제 시간에 쫓기듯 공사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애로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김상효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사진=이한형 기자)

 

한강 교량 안전점검은 직원들의 현장 작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육안으로 손상 확인을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나 주요 부위도 많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곳을 정밀한 계측장치로 교량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실시간 감시하는 '온라인 감시시스템'이 구축해 운영중이다.

서울시 온라인 감시시스템(사진=이한형 기자)

 

교량의 흔들림·온도변화·풍속·케이블 장력 등 총 8개 종류의 센서로 수집한 정보는 교량유지관리 기초자료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안전점검 및 정밀안전진단 등에 활용된다.

특히 눈으로 쉽게 점검이 어려운 중요다리 부위를 실시간으로 안전상태를 모니터링 해 이상 징후 발생 시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다.

한유석 교량안전과장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전송받아 다수의 교량을 통합 관리하는 '온라인 안전감시시스템' 운영으로 저비용 고효율 교량관리체계가 확립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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