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조와해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삼성과의 유착 의혹이 불거진 경찰 간부를 조사하며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경찰의 조직적 개입을 규명하는 데까지 이를지 주목된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김성훈 부장검사)는 지난달 29일 경찰청 노동정보팀 소속 김모 경정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김 경정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사 교섭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달 27일 경찰청 정보분실을 압수수색해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하기도 했다.
검찰은 2014년 6월 삼성전자서비스와 노조가 노조활동 보장과 임금 문제 등을 두고 협상이 진행되던 당시 김 경정이 삼성 측 테이블에 앉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경정이 노조 측 동향 등 정보를 수집해 삼성에 전달하고 그 대가로 삼성 측으로부터 수천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분회장이었던 故염호석 씨 시신 탈취 과정에서도 김 경정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설립에 앞장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염씨는 2014년 5월 "지회가 승리하는 날 화장해 뿌려달라"고 적힌 유서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염씨는 노조장으로 치러 달라는 유서를 남겼지만 삼성전자서비스는 이를 막으려고 부친 염씨에게 6억원을 건네며 회유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삼성과 부친 염씨 사이에서 중간 연결책 역할을 맡은 이 모씨를 김 경정이 소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도피중이었던 부친 염씨를 28일 체포해 이같은 내용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문제에 광범위하게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경찰 '윗선'으로까지도 수사가 확대될지 주목된다.
해당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 관계자는 "경찰의 조직적인 개입에 대해 수사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지만 경찰 간부의 단독 범행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염호석씨 장례식 당시 경찰은 삼성 노조원들이 식을 방해한다고 판단하고 경찰 병력 300여명을 긴급 투입하고 노조원들을 제압해 삼성의 개입 의혹을 샀다.
노조 관계자는 "경찰이 신원도 모르는 민원인의 신고로 10분 만에 장례식장에 기동대 300명을 보내 노조원들을 제압했다"며 "김 경정과 같은 정보관을 통해 미리 조직적으로 대응을 한 거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통상 일선 경찰서가 집회 정보나 요청 경력 인원 등을 상급청에 보고하면 상급청이 검토를 거쳐 서울 지역 경력을 모아 배치한다. 짧은 시간에 수백에 달하는 경력을 급파하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당시 경찰청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담당 부서의 팀장 급이었던 김 경정은 당시 직속 상관인 이모 과장에게 수집한 정보나 활동 내용을 수시로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윗선 결재라인은 이인성 경찰청 차장이다.
검찰이 최근 김 경정과 같은 팀 소속 정보관 2명을 불러 조사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경찰 조직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