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1억원의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자유한국당 최경환(63) 의원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부(조의연 부장판사)는 29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최 의원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억5천만원,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범행으로 장관이라는 직무의 공적성과 사회 일반의 신뢰가 훼손됐다"며 "국고 자금이 국정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됐다는 점에서 무거운 범죄"라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먼저 이병기에게 (뇌물을) 요구한 게 아니라 이병기의 제안에 소극적으로 응했고 국정원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피고인이 부당한 업무지시나 처리를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최 의원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재직한 2014년 10월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예산을 늘리는 대가로 이병기(71) 당시 국정원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혐의(뇌물)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 의원이 돈을 받은 시점은 국정원 댓글 사건과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공개 사건 등으로 국정원이 특활비 투명화 요구 등 압박을 받던 때다.
이후 최 의원은 2015년 국정원 예산안을 5.3% 증액하는 등 2003년 이후 최대치로 국정원 예산을 증액하는 것으로 뇌물에 보답한 것으로 검찰조사에서 드러났다.
그동안 최 의원은 1억원을 수수한 사실이 없다고 강력하게 부인해왔다. 또 국정원 특활비를 수수했다고 하더라도 이 전 원장의 격려금 차원으로 받은 것이지 장관 직무와는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돈의 전달 사실을 진술하는 이병기 등의 진술이 모두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높다"며 국정원 특활비 1억원이 최 의원에게 흘러들어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예산 편성에 대한 국회 심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이 원장이 피고인에게 뇌물을 줄만한 동기가 충분해 보인다"며 직무 관련성 및 대가성도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국정원 특활비가 격려금일뿐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별개의 기관인 국정원이 기재부에 격려금을 지급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격려금으로 보기에도 액수가 지나치게 크다"고 지적했다.
이날 최 의원은 양복 차림으로 법정에 등장했다. 판결이 선고되는 내내 서 있던 최의원은 재판부에 머리를 깊게 숙여 인사한 뒤 퇴정했다.
형이 확정되면 최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국회법 제 136조에 따르면 현직 국회의원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형이 만료될 때까지 피선거권과 의원직을 상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