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사진=자료사진)
다른 의약외품 제조업자가 만든 제품을 새로 포장해 별도로 제작한 제품처럼 주의사항이나 유효기간 등을 기재해 판매했다면 의약외품 제조·판매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기존 제품을 뜯고 재포장하는 과정에서 화학적 변화를 일으킬 의약품이 포함되지 않았고 용법 등이 바뀔 가능성이 없더라도 원래 제품과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다면 제조행위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임모(48)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미신고 의약외품 제조 및 판매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의약외품을 재포장한 경우가 제조에 해당하는지는 재포장 과정에서 원래 제품의 변질 가능성이나 제품명, 제조연월일 등 재포장 표시에 의해 별개의 제품으로 오인할 가능성 등도 함께 참작해 판단해야 한다"며 "임씨의 재포장행위는 의약외품 제조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부 제품은 멸균제품이 아니고 그 제조업체도 정부인증 우수의약품 적격업체가 아닌데도 이를 표시하거나 콘택트렌즈 세정용 제품을 상처 소독용 제품으로 표시하는 등 원래 제품의 용도, 품질, 유효기간, 제품명 등을 허위로 기재했다"고 지적했다.
또 "임씨 회사의 작업장 상태 등을 볼 때 기존 제품의 포장을 뜯거나 개별 포장되지 않은 제품의 포장 단계에서 감염 등으로 인해 원래 제품이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임씨는 2009년 1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다른 제조업체의 멸균 장갑이나 밴드, 거즈 등을 재포장해 별도로 제작한 응급키트에 넣어 구급용품을 만든 것처럼 명칭, 유효기간 등을 임의로 기재해 제조, 판매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의약외품을 제조·판매하려면 식품의약품안천처에 신고해야 하는데 임씨가 기존 제품을 재포장해 의약품을 제조했음에도 신고하지 않고 판매한 것으로 판단했다.
임씨는 1억2800여만원 상당의 의약외품 23개 품목을 만들어 항공사나 도매업체 등에 판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의약외품을 허위 기재하거나 표기하고 과장 광고 등을 한 혐의도 포함됐다.
1심 법원은 임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임씨가 운영하는 업체에는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임씨의 혐의 가운데 의약외품의 제조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업체도 벌금 1천만원으로 감형했다.
2심은 "장갑 등의 개봉과 포장 과정에서 화학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의약품 등이 첨가되지 않았고 제품의 성상이나 용법 등이 변경되지 않아 제조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