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이 26일 서울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백남준 다다익선 보존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은정 기자)
"백남준 작가의 작품 살리고 보존해야 한다는데 100% 동의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작품을 유지할지에 대해서는 치열한 논쟁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26일 서울 삼청동 서울관에서 열린 '중기 운영 혁신 계획' 언론간담회에서 고(故) 백남준 작가의 '다다익선' 복원을 둘러싼 복합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다익선은 백 작가가 1988년 서울올림픽을 맞아 선보인 18m 높이의 대형 영상탑이다. 10월3일 개천절을 상징해 1003개의 크고 작은 모니터들로 거대한 탑을 쌓았다.
30년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전시된 이후 미술관 상징으로 자리잡은 이 작품은 지난 4월 전원을 끌 수밖에 없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안전진단 결과 화재 위험이 있다고 판명됐기 때문이다.
전원을 끈지 석 달이 지났지만 미술관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작품을 복원할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전통 브라운관 방식을 복원할지, 최첨단 기술을 접목해 LED나 LCD로 화면을 바꿀지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마리 관장은 "브라운관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더이상 부품들이 생산이 안되기 때문에 위험한 측면이 있다"며 "또 다른 방법으로 LED나 LCD로 교체하는 안이 있는데, 스크린의 채도와 조도를 원작과 똑같이 유지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토로했다.
다다익선 문제는 거대 설치미술 등 현대 예술 작품들을 어떻게 보존할지에 대한 주제와도 연결돼 있다.
이에 국립현대미술관은 성급히 결론내리지 않고 '백남준의 다다익선 작품 보존과 아카이빙'을 주제로 국내외 전문가들과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미술관은 논의를 마친 뒤 내년 상반기 중으로 작품 보존 방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미술관 관계자는 "다다익선의 경우에 수십년간 하루에 6시간씩 1000개의 모니터를 가동해서 무리가 갔던 측면이 있다"며 "작품 보존을 위해 상영 시간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술관은 막대한 비용 문제를 떠나 작품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마리 관장은 "작품을 살리려는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대응 방안 마련하고 조치를 취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이지 문제에 대한 충분한 의지는 가지고 있다"며 "조속히 결정을 내려서 빨리 국민 품으로 작품을 돌려드리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