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시인 도종환이 아니라, 장관인 도종환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당신은 단순히 행정가로서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의 문화예술인으로서 행정을 돌아보는 위치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 눈에는 틀림없이 보일 것이다. 행정 시스템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왜 대한민국의 문화 예술이 경제 논리에 휘둘리고 있는지, 왜 국가의 철학이 되어야 할 문화 예술이 그렇지 않은지."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구 적폐청산과 문화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문화예술 대책위원회)가 20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취임 1주년을 맞아 공개 성명을 발표했다.
실천연대는 "문화, 체육, 관광까지 아우르는 분야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알아야 할 일도 많거니와 해야 할 일도 태산이다. 그 일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1년 동안 장관을 지켜본 문화예술인들은 축하한다는 말을 꺼낼 수 없다"고 말했다.
실천연대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를 언급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며, 일어난 원인을 규명해서 그 작동 시스템을 해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원칙과 기준을 세워야 하며, 이것이 문화예술계 피해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천연대는 도 장관이 예술경영지원센터장에 윤미경 씨를, 국립한국문학관 추진위원에 오정희 씨를 세운 최근 행보를 비판했다. 실천연대는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는 두 사람이 블랙리스트 사태에 개입한 사실을 언급했으나, 공동위원장인 도 장관은 이 사실을 반영하지 않은 채 두 사람을 임명했다가 많은 사람들의 문제제기를 받아 결국 두 사람 임명은 없던 일이 됐다"고 말했다.
실천연대는 '두 사람을 임명한 것은 불찰이지만 블랙리스트 전력자를 기관장에 임명하지 말라는 것은 또 다른 블랙리스트가 될까 걱정된다'고 한 도 장관 발언에 대해 "또 다른 블랙리스트 사태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에 대한 원칙과 기준은 명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실천연대는 또한 블랙리스트 실행에 한몫 했던 문화체육관광부 자체의 혁신 필요성도 주장했다. 이어, "이는 도 장관이 문체부 장관으로서 지니고 있는 '철학'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고 밝혔다.
실천연대는 "문화예술은 한 사회를 탄탄하게 만드는 기초 철학이며, 이 철학을 바탕으로 해야 4차 산업혁명이 가능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도 장관이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철학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다. 아니, 냉정하게 따져본다면 아예 없는 것이 아닌가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실천연대는 "장관은 단순한 행정가가 아니라 시스템을 재편할 수 있어야 한다. 블랙리스트 실행에서 문체부가 한 몫을 담당했던 것은 수직적인 구조와 소통하지 않는 방식 때문이었지만, 그 방식을 바꾸려는 노력을 장관이 했는가 묻고 싶다"면서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자유롭게 사고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문체부를 바꾸는 것이다. 그래야 당신이 원하는 바대로, 제2의 블랙리스트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천연대는 "우리는 문화예술이 튼튼한 나라를 원한다. 당신이 해야 할 일도 그렇다"면서 "예술 행정을 새롭게 만들기 위해서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할 창구를 열어두기 바라며, 이들이 던지는 화두를 진지하게 받아들였으면 한다. 장관이 해야 할 일은 단순한 행정업무가 아니라 문화예술이 사람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더 나아가 문화예술을 맛본 사람들이 국가의 철학을 건강하게 만들게 하여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