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가 출산한 신생아를 최경화씨가 돌보고 있는 모습.
미혼모가 낳은 아이들은 상당수가 버려지거나 보호시설을 통해 해외로 입양된다.
미혼모협회에 따르면 2016년도 기준으로 국내외로 입양된 아이 10명 중 9명은 미혼모의 아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 아이를 키울 수 없어 결국 아이를 포기했기 때문인데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미혼의 여성 2명이 발 벗고 나서 부산에서 해피하우스를 마련해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올해 42세의 동갑내기 김세정씨와 최경화씨. 지난 8일, 부산 연제구 연산동에 위치한 해피하우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지난 2010년,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처음 만난 인연으로 어려운 사람을 도왔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함께 소소한 봉사 활동을 해왔다고 한다.
◇ 하늘에 속한 사람 ‘해피톡톡’
지난 2014년, 학원 운영을 위해 최경화씨와 함께 부산으로 내려 온 김세정씨는 포도원교회에 등록해 신앙생활을 하면서 구제의 은사를 받았다.
“2014년 크리스마스 전날 기도를 하는데 하나님께서 제게 엄청난 회개를 시켜 주셨습니다. 원래 하나님께서 주신 모든 것을 누리면서 노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제 마음에 아주 큰 변화를 심어주셨습니다.”
이 때부터 시작된 그녀들의 봉사활동은 김세정씨가 구제의 은사를 받은 이듬해인 2015년에 만든 봉사단체 ‘해피톡톡’을 통해서 구체화 됐다. 우리 사회의 복지 사각 지대에 있는 차상위계층 사람들과 개척교회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해피톡톡’은 하늘에 속한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기력한 영성과 잠든 신앙을 깨워 예수님의 참 사랑을 전하고 싶었는데 필요한 순간, 순간 하나님께서는 필요를 채워주셨습니다.”
“집수리 봉사 중 싱크대 교체를 위해 부산에 있는 싱크대 공장 50여 곳에 전화를 했는데 그 중 한 곳에서 ‘그렇게 좋은 일을 한다면 나는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내가 도와주겠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참, 감사한 일이죠!”
‘나눔’이라는 봉사를 통해 그녀들이 받는 은혜는 금은보화와도 바꿀 수 없을 만큼 크다고 한다.
“아들 내외가 부도로 충격을 받은 후 자살을 해 결국 할아버지, 할머니가 3명의 손자를 돌보던 집을 수리해 준 적이 있습니다. 저희가 집수리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저희를 못 믿어서인지 사람들이 자꾸 왔다 갔다 한다고 화를 내셨는데 집수리가 완료된 후 ‘우리가 이제 소망이 생겼다.’, ‘아이들을 밝은 분위기에서 제대로 키워보고 싶다.’, ‘이제는 진짜로 살고 싶어졌다.’고 말씀 하시더군요!”
그녀들의 봉사가 한 가정의 다섯 사람에게 ‘희망’이라는 소박한 ‘꿈’을 갖게 만든 사건이었다.
김세정씨가 입양을 준비 중인 건우와 함께 색칠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
◇ 미혼모와 그 아이들의 안식처 ‘해피하우스’이렇게 지속되어 온 그녀들의 봉사활동은 지난 5월 20일, 부산 연제구 연산동에 위치한 주택을 임대해 해피하우스를 오픈하면서 본격적으로 미혼모와 그 아이들을 돌보는 봉사로 영역이 확대됐다.
24평 남짓 되는 해피하우스에는 출산한 지 1달여 조금 지난 남자 신생아 시온이와 7살의 남자 아이 건우가 생활하고 있었다.
“건우는 자폐증 증상으로 아버지와 할머니가 양육을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저희와 함께 생활하면서 자폐증 증세도 많이 호전되었고, 지금은 입양을 하기 위해 관련 절차를 밟고 있는 중에 있습니다.”
“또 시온이는 엄마, 아빠가 대학생이었는데 임신 사실을 각 자의 집에 알리지 않고, 고민 해오던 것을 포털 사이트 네이버 지식인을 통해 사연을 들은 후 출산한 지 3일 만에 엄마와 아이 모두를 데리고 왔습니다.”
“해피하우스에 온 시온이를 저희가 입양 받으려 했지만 엄마가 이내 마음을 바꿨습니다. 시온이 아빠도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군대를 다녀온 후 직업을 갖고, 아이와 엄마를 책임지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2~3년간은 저희와 함께 지내고, 아빠가 군대 다녀오면 저희가 결혼식도 예쁘게 올려 줄 계획입니다.”
오는 7월이면 두 명의 신생아가 해피하우스로 들어온다.
미혼모가 출산한 신생아를 최경화씨가 돌보고 있는 모습.
◇ 미혼모와 아이들의 '섬' 기대하나님께서 좋아하실 거 같아 이 일을 시작했다는 김세정씨. 그녀는 미혼모가 아이와 함께 생활하면서 아이를 버리기 보다는 직접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녀에게는 ‘섬’ 하나를 구입해 섬 전체를 미혼모와 아이들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은 소원을 갖고 있다.
“친구와 함께 운영하는 학원 수입으로 재정을 충당하고 있어 아직까지는 재정에 큰 문제는 없지만 아이들을 돌보는 일과 병행하기에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학원 수강생 학부모 한 분이 낮 시간에 봉사해 주시는데 저희에게는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녀들에게는 최근 기도제목이 하나 생겼다. 해피하우스에서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아이들을 돌봐 줄 수 있는 봉사단을 하루빨리 구성하게 해달라는 내용이다.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면 엄마도 마음이 바뀔 것이고, 그런 것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에 대한 버려짐을 찾아 힘 닿는 데까지 생명을 구하려고 합니다. 시온이 엄마 케이스를 바라고 이 일을 하는 것 같아요.”
막다른 골목에 몰린 미혼모와 아이들에게 출구가 되어주고 있는 두 여인의 노력이 어떠한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