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옹'의 감독판 재개봉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뤽 베송 감독의 성범죄 및 사생활 논란에 따라 '레옹'이 소아성애를 암시한 작품이라는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최근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나탈리 포트만이 '레옹' 이후 자신에게 향했던 성폭력을 증언하면서 논란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레옹'은 무심하지만 따뜻한 킬러 레옹과 부모를 잃은 소녀 마틸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영화다. 배우 장 르노가 레옹 역을, 나탈리 포트만이 12세의 나이에 마틸다 역을 맡았다. 결론만 이야기하면 감독판에 레옹와 마틸다 사이, 어떤 성애의 장면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두 사람이 서로를 '가족애' 이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와 마틸다가 레옹에게 '첫경험' 이야기를 하는 등 성적 긴장감이 흐르는 장면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미 국내에서는 세 번째 재개봉임에도 올해 이처럼 논란이 생긴 결정적 이유는 최근 영화 주인공이었던 나탈리 포트만이 '레옹' 이후 당했던 성폭력의 고통을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나탈리 포트만은 지난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된 여성 권익 증진을 위한 '여성의 행진' 행사에서 "내가 처음으로 받은 팬레터에는 나를 향한 남성의 강간 판타지가 쓰여 있었다"면서 "한 지역 방송국 라디오에서는 내 18번째 생일이 나와 합법적으로 잘 수 있는 날이라면서 카운트다운을 했고, 평론가들은 리뷰에 내 봉긋한 가슴에 대한 감상을 썼다"고 폭로했다.
이어 "나는 13살의 나이에 성적으로 나를 표현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고, 남자들은 나의 몸을 대상화해 지적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것마냥 생각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화계는 성적인 테러가 만연한 환경"이라고 비판했다.
'레옹'의 출연은 결국 이후 나탈리 포트만의 작품 선택을 180도 바꿔 놓았다. 그는 성적 대상화의 여지가 있는 작품들, 키스신이 있거나 조금이라도 노출이 있는 작품들에 대해서는 출연을 거부했다. 어린 시절부터 빈번하게 당해온 성폭력이 이 같은 결과를 만들어낸 셈이다.
'레옹'으로 고통받았던 나탈리 포트만의 고백 이후, 영화를 재개봉하는 것이 경솔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c_an***)은 "당시 아동청소년이었던 주연 여자 배우가 영화 출연 후에 겪은 성희롱, 성차별 인터뷰 한지 반년 밖에 안됐다. 나탈리 포트만 본인 인터뷰가 나왔는데도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 여배우가 하는 말은 말 같지가 않느냐. '미투'로 할리우드 다 뒤집혔는데 시류를 못 읽나"라고 꼬집었다.
애초에 '레옹'을 만든 뤽 베송 감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뤽 베송 감독의 두 번째 부인인 마이웬은 16세의 나이에 뤽 베송 감독의 딸을 낳았다. 뤽 베송 감독은 과거 자신과 마이웬의 관계에서 '레옹'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가하면 지난달에는 한 여배우로부터 성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이 여배우는 뤽 베송 감독을 만나 차를 마신 후 정신을 잃었고, 파리의 한 호텔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한 네티즌(@_eten***)은 '레옹'의 연출 문제를 지적하며 "어린 여자아이들이 나오는 영화는 수없이 많은데 왜 유독 마틸다와 그 역을 맡았던 배우에게까지 영향이 갈 정도로 페도필리아 남성들의 집중 표적이 됐을까를 생각해봤으면 한다. 어린 마틸다의 조숙함, 레옹에게 사랑을 느끼는 것, 마틸다의 옷차림과 말투. 그 모든 것이 감독의 페도필리아적 연출임을"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lar***)은 "나탈리 포트만의 인터뷰와 뤽 베송에 대한 '미투' 증언이 터진 시점에서 '레옹'의 디렉터스컷을 셀링포인트 삼아 개봉이라니. 생각이 없는 걸 넘어서 역겹고 천박하다"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레옹'의 국내 배급사인 제이앤씨미디어그룹은 19일 CBS노컷뉴스에 "실제로 영화에는 지난 감독판 개봉에서 더 추가된 부분이 없다. 재개봉을 결정한 후, 영화의 '베드씬' 등을 셀링포인트로 삼은 적은 없고, 4K로 디지털리마스터링된 디렉터스컷임을 알리는 게 전부였다"고 설명했다.
'레옹'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해서는 "재개봉을 결정할 4월 당시에는 논란이 이 정도로까지 커지지 않았고, 이미 명작으로 검증받은 영화라 영화 이후에 발생한 이슈들과 영화 자체를 관객들이 따로 볼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현재 7월 개봉이 결정된 상태인데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내부적으로 개봉 여부를 놓고 논의중이다. 관객들의 거부감이 크다면 현실적으로 멀티플렉스에서 상영관을 배정해 줄 지도 의문"이라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