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보셨죠?' 이광석이 18일 보은단오장사씨름대회에서 태백장사에 등극한 뒤 황소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보은=대한씨름협회)
'IBK기업은행 2018 보은단오장사씨름대회' 태백장사(80kg 이하) 경기가 열린 18일 충북 보은국민체육센터. 이날은 대회 개막식과 제 7회 '씨름의 날' 기념행사 등이 열려 자못 주목도가 높았다.
당초 이날 우승후보로는 성현우(연수구청), 김성용(제주특별자치도청), 이재안(양평군청) 등이 꼽혔다. 성현우는 올해 설날대회를 제패했고, 김성용은 지난해 설날대회 우승, 천하장사대회 태백급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4, 2015년 연속 보은대회를 제패한 베테랑 이재안은 이후에도 꾸준한 성적을 올려온 베테랑이었다.
하지만 황소트로피를 거머쥔 선수는 이광석(27·울산동구청)이었다. 이광석은 결승에서 이재안을 3-1로 누르고 꽃가마를 탔다. 이재안은 8강에서 김성용을 누른 성현우와 4강전에 이긴 선수였다.
2014년 실업 씨름에 데뷔한 이광석은 2016년 설날대회에서 깜짝 장사를 빼면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14년 보은대회, 지난해 설날대회 4품(5위)이 최고였다. 최근 5년 동안 승률도 60%로, 김성용(77.19%), 이재안(74.64%)에 비해 떨어졌다.
다시금 깜짝 우승이라 할 만하다. 16강전에서 지난해 보은대회 장사이자 친구인 장현진(연수구청)을 2-0으로 제압한 이광석은 8강에서 불혹의 노장 오흥민(부산갈매기)과 4강전에서 유환철(양평군청)을 잇따라 제친 데 이어 이재안마저 제압했다.
경기 후 이광석은 "2016년 처음 장사에 올랐을 때는 나와 주위 사람 누구도 기대가 없었다"면서 "그러나 이후에는 주위에서 기대감이 커서 부담이 많아 헤맸던 것 같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이어 "이번 대회는 컨디션도 좋고 운동도 많이 했다"면서 "아직도 얼떨떨하고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해냈구나' 이광석이 18일 보은단오장사씨름대회에서 태백장사에 오른 뒤 이대진 감독과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보은=대한씨름협회)
특히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이광석은 "중계방송 인터뷰에서 미처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면서 "평소 무뚝뚝한 성격에 연락도 잘 하지 못해 서먹한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광석인 대구 사나이다.
하지만 이광석은 "마음으로는 안 그런데 사랑한다는 말을 부모님께 못 해봤는데 해보고 싶다"고 용기를 냈다. 이어 "부모님이 세탁소를 하시는데 집안이 부유하지 않다"면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씨름을 하겠다는 것도 말리셨는데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돌아봤다.
이제는 든든한 아들이다. 이광석은 "두 살 위 누나에 10살 밑의 고등학생인 여동생이 있다"면서 "평소 월급이 많지 않지만 용돈을 자주 준다"고 웃었다. 이어 "훈련과 대회로 자주 못 보니까 용돈을 주면서 오빠의 존재감을 준다"고 강조했다.
키워준 스승들에 대한 고마움도 드러냈다. 이광석은 "초중고 대학교, 현재 소속팀 감독, 코치님들의 기대가 컸다"면서 "조금이나마 기대에 부응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특히 복명초교 시절 자신을 발탁한 은사를 잊지 않았다. 이광석은 "2년 전 설날대회 장사에 올랐을 때도 김기수 선생님이 정말 좋아하셨다"면서 "이번에도 뿌듯해 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선전도 다짐했다. 이광석은 "씨름의 날에 우승해서 더 기분이 좋다"면서 "공격적인 화려한 기술 씨름과 세리머니로 씨름의 부흥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