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산시민 '정치를 꾸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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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바꾼다 '경고'

부산의 심장부 시청과 시의회.가운데가 시청이고 오른쪽이 시의회다(=자료 사진)

 


부산시민들의 정치 의식은 살아있었다.

부산은 야도(野都)였음에도 불구하고 1990년 YS의 3당 통합으로 탄생한 민자당 이후 여도(與都)의 길을 걸었다. 이른바 '보수'를 지지해온 것이다.

그 같은 정치적 행보는 민자당 신한국당 새누리당을 이어 20여년간 이어졌다. 1995년 제1회 지방선거가 실시된 이후 부산에서는 시장은 물론 구청장까지 모두를 '보수'가 싹슬이 했다(기장군의 경우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긴 했지만).

오죽했으면 "새누리당이면 부산에서는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말이 나왔을까?

하지만, 부산시민은 자유한국당에게만은 달랐다. 부산시민들은 권력을 감시하지 못하고 국정을 제대로 견인하지 못해 결국은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까지 가져온 자유한국당을 용서하지 않았다. 제대로 회초리를 든 것이다.

아무도 예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부산에서 이 같은 선거 결과가 나올줄이야.

시장 선거는 애초에 후보간 지지율에서 큰 차이가 났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은 됐지만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올 줄은 '선거의 신'이라 해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당은 물론 민주당에서 조차 결과에 놀라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반타자'만 해도 성공적이고 5곳 정도만 가져와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봐왔다.

그런데,16곳의 기초자치단체 중 13곳을 민주당이 차지했다. YS의 정치적 고향인 서구와 시의회 3선의 부의장 출신이 구청장 선거에 나선 수영구만 겨우 목숨을 부지했다.

기장군의 오규석 후보는 이번 당선으로 3연임에 성공했다.

광역의원 선거 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한국당에서는 '설마'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이번 선거에서 한국당에서 '생환'한 광역의원 후보자는 3명 뿐이었다. 42명의 지역구 시의원 가운데 초선 1명을 합쳐 한국당은 4명만 당선됐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지역구를 한국당 후보가 모두 차지한것과 비교하면 요즘 말로 '이거 현실?'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 같은 선거 결과를 두고 일각에서는 '문풍'이니 '남북정상회당'과 '북미회담' 효과니 등으로 해석한다. 맞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이것이 이번 선거 결과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이번 선거 결과는 부산시민들의 정치의식이 낳은 것이다. 부산시민들이 정치적 야성(野性)을 회복한 결과다. '잘못하면 언제든지 갈아치울수 있다. 언제든지 회초리를 들수 있다'고 정치권에 경고한 것이다.

부산시민들은 1995년 민선이후 처음으로 지방 권력을 교체했다. 민주당이 예뻐서이기도 했겠지만 한국당이 미워서이기도 하다.

이 같은 민심을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과 각 자치단체장, 시, 구 의원들은 잘 읽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지 시민들의 회초리를 맞아야 한다.부산시민들은 예전처럼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시키는' 유권자가 아니다. 정치에 매몰찬 '야수'로 변했다. 이번 선거 당선자들 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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