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성기 감독)
더불어민주당이 6.13 지방선거에서 부산, 울산, 경남 등 이른바 '부·울·경'에 파란 깃발을 꽂으면서 그동안 각고의 노력을 들여온 '동진(東進) 전략'이 어느정도 성과를 거뒀다.
13일 개표 결과, 부산, 울산, 경남에서 오거돈 후보와 송철호 후보, 김경수 후보가 각각 승리를 거머쥐었다.
특히 오 당선인과 송 당선인은 부산과 울산에서 민주당 후보로는 처음 지자체장 자리에 올랐다. 여야 최대 격전지였던 경남도지사 선거에서도 김 후보가 승리했는데, 민주당 간판을 달고 승리한 것은 1995년 광역단체장 선거 도입 이후 처음이다.
부산은 민주당이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지역이기도 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부산에서 국회의원과 시장 등에 도전했지만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이후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동강 벨트' 전략으로 민주당이 부산을 공략했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부산에 민주당의 세력을 약진한 계기는 2016년 '4.13 총선'이었다. 이곳에서 민주당은 모두 5개 지역구에 민주당 깃발을 꽂으면서 '지역주의 타파'의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마침표는 오 당선인이 찍는 모양새다. 오 당선인은 3전 4기 끝에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열린우리당 공천을 받아 출마한 이후 14년만의 일이다.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당선이 확실시 된 후보들의 이름표 옆에 스티커를 붙인 뒤 머리위로 하트를 그리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울산은 그동안 '보수의 아성'으로 불릴 만큼 민주당 후보들이 명함을 내밀기도 어려운 지역이었다. 송철호 당선인이 수차례 도전 끝에 당선된 울산시장 자리는 자유한국당이 23년 동안 독식해온 곳이다.
경남도지사는 민주당에게 각별하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무소속 출신으로 경남도지사에 당선된 뒤 민주당에 입당하면서 민주당의 영향력이 미쳤던 지역이었지만, 이후 김 의원이 대권에 도전하면서 도지사직을 사퇴해 다시 새누리당에 자리를 내줬다.
부.울.경 광역단체장의 승리에 힘입어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도 민주당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부산의 경우 강서구청장 1명에 불과하던 기초단체장이 이번 선거에서는 13명으로 크게 늘 전망이다. 경남에서도 거제시장과 산청군수 등 2명에 불과했던 기초단체장이 7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이번 동진전략 성과는 노 전 대통령이 당선권인 서울 종로 지역구를 버리고 부산에서 수차례 고베를 마시면서 미완의 과제로 남긴 '지역주의 벽'을 어느정도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은 내심 2020년에 있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지역 유세를 다니면서 안동이나 구미에서 반응이 확연히 달랐다"며 "물 스미듯 지역주의가 극복되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당 자체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낮은 상황에서 단순히 민주당의 동진전략이 승리했다고 볼 수 없단 목소리도 있다. 문 대통령 인기의 공이 크단 분석이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당자체가 지지를 못 받는 와중에 민주당은 그래도 조금 인정해준 것 같다"라며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한 힘을 실어줘야겠다는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된 이유가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