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 마련된 회담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백악관 제공)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또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우리는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에서 한 말이다.
"우리는 아주 훌륭한 관계를 맺을 것"이라며 '미래'의 관계 개선을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굳이 모두 발언에서 '과거'의 어려움을 이야기한 것이 주목된다.
실제로 북미는 70년 동안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한 것은 물론, 잊을만 하면 상대를 절멸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식의 노골적 협박을 주고 받아왔다.
그럼에도 굳이 김 위원장이 과거를 언급함으로써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상호 적대적인 관계, 불신의 역사를 딛고 이 자리에 섰다는 것"(김상기 통일연구원 평화협력연구원)이다.
여기서 가장 먼저 가리키는 상대는 미국이다.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북한을 압박하면서 상호 적대적 관계를 이어왔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양자대화를 통해 적대감을 해소하자는 요청을 여러 차례 했지만 미국이 자신의 시각과 관점, 불신 때문에 대화에 발목을 잡아오지 않았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릇된 편견과 관행'의 '주어'는 미국이 된다.
비단 북미 차원의 어려움 뿐 아니라, 북한 내부에서도 군부 등 김 위원장의 결단에 부정적인 세력을 가리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미 양측 뿐 아니라 북 내부에서도 부정적이었을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은 '미국이 우리를 무장해제하려 한다, 왜 핵을 포기하느냐'는 등의 내부 회의적인 입장을 정리해야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트위터에 "많은 전문가들이 실패할 것이라 했지만 두고 보라"며 내부의 비판적 시선을 언급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서로 대립하는 계기를 제공한 한국전쟁을 암시한 것이라는 분석, 일종의 자기반성적 메시지를 담았다는 설명도 한다.
반면 미래를 얘기한 트럼프 대통령은 3대에 걸쳐 핵공포에 떨었던 김 위원장과는 달리 역사에 대한 관심이 적고, 따라서 미래지향적인 얘기를 위주로 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또 '노련한 협상가'로써 회담의 성과에 주안점을 두는 만큼, 결과물이 나올 미래에 더 집중했다고도 볼 수 있다.
비록 모두발언에서 방점이 찍힌 '시점'은 달랐지만 비핵화와 북한 체제안전보장을 교환하는 빅딜을 통해 북미관계를 정상화하자는 목표는 두 정상이 일치했다.
앞서 전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전 세계의 비상한 관심과 기대속에 역사상 처음으로 진행되는 조미수뇌회담에서는 달라진 시대적 요구에 맞게 새로운 조미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문제, 조선반도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문제들을 비롯하여 공동의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한 폭넓고 심도있는 의견이 교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