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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참 판사들과 소장 판사들 '시각차' 어디서 비롯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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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판사들 "의혹은 있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모습에 분노"
법원장들 "행정처가 재판부나 대법관에게 영향 미치는 구조 아냐"
법조인 1000명 시대 소장 판사들, 유대감보다는 객관적 시각 해석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해결 방안을 놓고 소장파 판사들과 고위 판사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법원 내 '세대 갈등'으로 비치고 있다.

중견·고참 판사들과 단독·배석 판사들은 이번 사태가 심각하다는 점에서는 인식을 같이하지만, 해결 방안을 놓고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11일 법원 등에 따르면 일선 단독, 배석 판사들을 중심으로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반면 법원장들과 차관급인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은 수사 의뢰 등 형사조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놨다.

법원 안팎에서는 의견 충돌 원인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의혹은 불거졌는데 아무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 일선 판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고, 진실 규명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일선의 한 판사는 "의혹이 불거지고 잘못이 드러났는데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며 "누군가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했는데 전혀 없는 이 상황에 분노하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고 물러났다면 수사 요구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의혹만 계속되는 상황에서 수사를 통해서라도 잘못된 부분을 깨끗하게 도려내자는 목소리"라고 말했다.

그는 "의혹과 관련해 책임자 지위에 있는 분들이 모두 물러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의혹'과 관련해 열린 전국법원장 간담회에서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한 전국법원장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이런 반응은 지난 7일 열린 전국법원장간담회 내용과 비교하면 차이를 엿볼 수 있다.

당시 전국 법원장들은 형사조치 반대는 물론 "합리적인 근거 없는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 제기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도 밝혔다.

이들은 재판부 결정이나 법원행정처가 대법관에게 부당하게 개입해서 결론을 바꾸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가 아니어서 재판거래는 있을 수 없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의혹이 불거졌으니 이를 규명해야 한다는 일선 분위기와 달리 문제 삼을 일 자체가 아니라는 시각차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이런 배경에는 법원장들 혹은 수사 의뢰를 반대하는 중견, 고참 판사들이 이른바 '양승태 키즈'라는 분석이다.

고법 부장판사 대부분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승진한 사람들로 양 전 대법원장에게 이른바 '은혜'를 입어 직접 비판이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재판 업무가 아닌 사법행정을 다루는 법원행정처 근무 경험이 있는 중견, 고참 판사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올해 부장판사로 승진한 사법연수원 32기 판사들을 중심으로 법원 문화가 바뀌면서 이런 시각차가 강해졌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32기 연수생들은 교육 중 사법연수원이 서초동에서 경기 고양시 일산으로 이전한 원년 기수다. 이른바 '서초' 세대가 저물고 '일산' 세대가 열린 시점이다.

32기 이하부터 1000명 시대로 접어든 연수생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 빠져들었다.

여기에 선배 판사들의 생활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던 서초 세대와 달리 다소 거리를 두고 법원을 바라보면서 강한 유대감보다는 객관적 시각을 갖추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이와 관련해 지방의 한 판사는 "32기 이하부터 법원 문화가 달라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이는 실체가 없는 것으로 세대 갈등보다 철저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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