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월드컵에 나서는 축구대표팀의 주장 기성용은 월드컵 본선에서는 공격보다 수비에 중점을 두고 경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종민기자
“월드컵에서는 우리가 약체다. 실점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중원의 핵심선수 기성용(스완지)을 주장으로 뽑았다. 기량은 물론 앞서 2010년 남아공 대회와 2014년 브라질 대회를 경험한 만큼 나이 어린 선수들에게 월드컵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역할까지 고려한 선택이다.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기성용은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평가전에 선발 출전하며 자신의 100번째 A매치 출전 기록을 세웠다. 축구대표팀의 주장을 맡아 나서는 세 번째 월드컵을 앞둔 영광스러운 경기. 하지만 기성용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이날 ‘신태용호’는 1-3으로 패했다. 앞서 온두라스전을 2-0으로 승리하며 기분 좋게 러시아월드컵을 대비한 4차례 평가전 일정을 시작했지만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 완패는 냉정한 현실을 바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경기를 마친 뒤 코칭스태프가 빠져나간 라커룸에서 상당히 오랜 시간을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눈 기성용은 “결과도 내용도 아쉬운 경기였다. 스웨덴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보여준 경기”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기성용은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는 한국 축구지만 월드컵에서는 ‘분명한 약체’라고 정의했다. 그는 “월드컵에서는 우리가 약체다. 앞에서 공격적으로 하는 것보다 수비에 무게를 두고 경기해야 한다”면서 “섣불리 공격적으로 나가면 오늘 같은 경기가 나올 수 있다. 조직적인 수비 훈련으로 실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스리백이나 포백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력도 전술도 부족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분석하며 냉정하게 완패를 인정한 기성용은 “앞으로가 중요하다. 오늘의 패배를 통해 배우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잘 정한다면 좋은 약이 될 수 있지만 실패를 되풀이한다면 같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조금 더 진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2014년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끝까지 희망은 놓지 않았다. “(대표팀 주장으로서) 책임감이 있다. 많은 축구팬이 실망하셨겠지만 아직 수비 조직력 훈련을 완벽하게 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집중하고 노력한다면 기대 이상의 결과도 나올 수 있다. 우리는 그런 경계에 있다”고 월드컵 본선에서의 개선된 경기력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