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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파면 교장의 하루…"학교 들어간지 30여분만에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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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마케팅고 권대익 교장, 구재단 복귀로 갑자기 해임
'교장되면 자동 의원면직'이라는 황당한 논리

권대익 동구마케팅고 교장(오른쪽)이 안병순 행정실장과 함께 각기 복귀 판정을 받고 5월 1일 들뜬 마음으로 출근하면서 교정에 들어서고 있다.

 

"학교 들어간지 30여분만에 나오게 되었죠"

올해 56살의 권대익 교장. 권씨는 구재단에 의해 교장직을 박탈당했다가 가처분 소송에서 이기자, 올해 5월 1일, 부분 꿈을 안고 학교에 출근했으나 30여분만에 쫓겨나고 말았다.

서울 성북구 '동구마케팅고' 학교법인 동구학원은 횡령죄로 형을 선고받은 행정실장에 대한 당연퇴직 요구를 이행하지 않고, 회계 부정과 횡령을 공익제보한 안종훈 교사에 대한 불이익 철회 요구를 무시한 채 지속적으로 탄압했다.

동구학원은 안 교사를 2회 연속 파면했다가 소송에서 안 교사가 이겨 복귀하자 10개월간 수업을 배제시켰다. 서울시교육청은 안 교사에 대한 불이익 조치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으나 학교법인은 오히려 3차례 직위해제를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막무가내식 조치 불이행을 이유를 들어 구재단 이사진을 전원 교체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했다.

임시이사회는 지난해 5월 학교정상화를 위해 동구마케팅고와 동구여중 교장을 공모해, 동구마케팅고 교장에 권대익 동구여중 교사를 임명하고, 동구여중 교장에 오환태 동구여중 교사를 임명했다. 그리고 새 행정실장에 안병순씨를 뽑았다.

30년 교직 경력의 권 교장은 "동구마케팅고의 전신인 동구여상에 초임 4년동안 근무해 애정이 있었고, 학생·학부모·교사 세 주체가 건강하게 참여해 자기 목소리를 내는 학교를 만들고자 교장에 공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구재단 이사진이 '임원취임승인 취소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이겨 학교에 복귀하게 된다.

구재단은 임시이사진이 임용한 교장, 교감, 행정실장을 올해 1~2월 사이에 모두 해직시켰다.

이에 권대익 교장은 '교장임용취소처분 취소' 가처분 신청에서 승소했고, 안병순 행정실장은 부당해고구제신청에서 복직판정을 받게 되었다.

동구마케팅고 권대익 교장이 5월 1일 상황을 카톡방에 올린 내용.

 

권씨와 안씨는 5월 1일 학교에 함께 출근하게 되었다. 권씨는 당시 기분을 이렇게 전했다.

"굉장히 기대했었죠 . 가처분에서 이겼으니까 최종심까지는 지위를 보장해주겠구나. 아이들을 만날 수 있겠구나 혼자 갈수 있었지만 때마침 행정실장이 지방노동위에서 이겨 둘이 함께 가서 굉장히 힘이 되었죠."

권씨는 "아이들이 인사하고, 내가 정장을 하고 있으니까, 출근하게 되었냐며 아이들도 너무 좋아했어요. 아이들의 눈빛을 보니 너무 좋더라구요. 설레는 마음으로 갔었지요"라고 출근 당시 들뜬 기분을 표현했다.

어디로 갈까 막막해하던 권씨는 교감을 찾아갔다고 한다. 권씨는 "내가 근무할 수 있도록 교감 선생님이 알고 있어야 하는데, 전혀 모르고 있더라"며 "판결문이 나왔는데 몰랐다니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따졌다"고 했다.

행정실로 내려가서 행정실장을 만나라는 교감의 말에 따라 행정실장을 만났더니 "이렇게 일찍 올 줄 몰랐다"고 하면서 "직위해제 상태이니 학교를 나가달라"고 얘기했다. 문서로 달라고 하자 이사장 직인을 찍은 '직위해제 통지에 따른 근무 지시'문서를 갖다 줘 받아 나왔고, 같이 갔던 안병순 행정실장에게도 직권면직 문서를 전달했다고 한다.

권대익 동구마케팅고 교장(가운데)과 안병순 행정실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5월 1일 출근하면서 교정에 들어서기 직전 교문 앞에서 오환태 동구여중 교장(맨 오른쪽), 지역주민과 함께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권씨는 그 때 심경을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둘이 똑같이 학교 들어간지 30여분만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나오면서 아이들이 제일 많이 밟혔죠. 정말 기뻐하지도 정말 슬퍼하지도 못하는 얘들에게 제가 어떤 일을 해야 될까 많이 고민이 되었구요.그날 정말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는 그런 행위를 학교에서 이렇게 무턱대고 해도 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법인 동구학원은 5월 16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권 교장에 대해 파면을 의결했다. 직원PC 불법사찰 행위, 법인 임원 비방집회 행위 등 14가지 징계사유를 들었다.

이에 대해 권 교장은 "징계 사유 중 그 어느 것도 타당하지 않다"며 "14가지 사안 모두 학교법인이 내게 '교장임용취소처분'을 할 때 문제를 삼았으나, 내가 취소 가처분 신청 소송에서 승소한 만큼 한 번 걸러진 사안이다"고 주장했다.

권 교장은 "그들이 저와 대화를 통해 어떤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징계를 한다든가 했다면 이렇게 억울하지 않을텐데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고, 그리고 그들이 내놓은 근거라는 게 너무 터무니 없고 전무후무한 얘기들을 내세워 저를 징계하는 것이 정말 화가 났습니다. 그렇다고 아이들 앞에서 제가 화내고 언쟁을 하는 것이 오히려 교육적이지 않고 해서, 속을 썩이면서 왔죠"라고 울분을 토했다.

권 교장은 이번 주 중으로 파면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소청을 낼 예정이다.

재판부, 상식에 부합하지 않은 논리로 노골적인 구재단 편들기

권씨는 사법부가 사학비리를 옹호하는 판결을 하는 것도 문제라고 날을 세웠다.

"동구학원의 76년의 역사를 봤더니, 민주화 격동기 때마다 인사비리와 회계부정을 겪어왔다. 교육적인 적폐를 단죄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교육이 설 수 없다. 만약 법원이 또 2심에서 '사립학교는 개인재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논리로 사립학교의 손을 들어준다면 사립학교는 더 이상 학교가 아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0월 구재단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제기한 '임원취임승인 취소처분 취소'소송에서 구재단의 손을 들어주었다.

구재단 인물인 행정실장이 2010년 배임수재죄와 횡령죄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 5,420만원을 선고받았다. 동구학원 법인 정관에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그 집행유예의 기간이 완료된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를 사무직원의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이에 해당하게 될 때에는 당연 퇴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인은 행정실장에 대한 1심 판결이 선고된(2010.10) 후 2011년 2월 '당연 퇴직'조항을 삭제한 후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정관을 인가받았다.

재판부는 "이러한 정관 변경을 교육청이 인가해 행정실장에 대한 형이 확정된 2011년 11월 당시 시행된 개정 정관은 사무직원의 당연퇴직에 관한 규정이 없었던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며 "교육청이 행정실장에 대한 당연퇴직 처리를 요구하고 그 불이행을 처분사유로 삼고 있으나, 결국 행정실장은 개정 정관상 당연퇴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의 논리는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노골적인 구재단 편들기라는 지적이다. 법인이 개정 정관에서 '당연 퇴직' 조항을 삭제한 시점은 행정실장에 대한 1심 판결이 난지 넉달 후이다. 누가 봐도 행정실장을 봐주기 위한 의도적인 정관 개정이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형이 확정될 당시에 당연퇴직 조항이 없었다는 해괴한 논리를 펴고 있다. 마치 선수가 경기장에 오른 뒤에 경기 규칙을 바꾼 꼴이다.

동구학원 '임원취임승인 취소처분' 취소 소송 2심 판결이 오는 6월 29일 열린다.

'교장되면 자동 의원면직'이라는 황당한 논리

권대익 교장은 파면처분 취소 소청과는 별도로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의원면직처분 취소 소청을 냈다. 이 소청에 대한 심사위원회는 오는 6월 20일 열린다.

권씨는"구재단측이 내가 작년 5월 15일에 임사이사진에 의해 교장에 임용되면서 자동으로 교사직에서 의원면직된 것이라고 황당한 논리를 펴고 있는데, 이런 경우는 전무후무하다"며 "나는 의원면직 동의서를 쓴 적이 없기 때문에 의원면직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권씨는 또 "구재단이 교장임용취소 사유로 교장자격연수를 받지 않은 점을 들고 있는데, 이는 1년까지 유예가 가능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교육청에서도 공식 입장을 낸 바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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