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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 조진웅, "하루 12시간 촬영, 할리우드 부럽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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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조진웅이 한국 영화계에서 배우로 사는 법

영화 '독전'에서 형사 원호 역을 맡은 배우 조진웅. (사진=NEW 제공) 확대이미지

 

'독전'의 조진웅은 날카롭게 갈린 표창같다. 비단 다이어트로 마르게 된 얼굴 윤곽이나 몸매 때문만은 아니다.

아시아 유령 마약 조직을 잡겠다는 일념 하나로 거센 운명의 소용돌이를 맞이하는 형사 원호와 그는 일견 닮은 곳이 있다. 직관적인 선택과 자신에게 솔직한 삶의 모양새가 그렇다.

소처럼 일하는 조진웅은 요즘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주연급 배우 중의 한 사람이다. '독전' 이후에도 세 편의 영화가 줄줄이 남아 있다. 조진웅은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시나리오를 선택한다고.

그렇게 선택된 '독전'은 강렬한 액션 영화를 넘어서 이상하게 잘 소화되지 않는 영화였다. 동시에 배우로서의 삶에 전념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기도 했다. 원호로 살았던 시간은 그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다음은 조진웅과의 일문일답.

▶ 이번에 '공작'이 제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받았는데 참석하지 못해서 아쉬웠겠다.

- 당연히 아쉬웠다. 그래도 감독님과 배우들이 사진도 보내주고 전화 통화도 했다. '공작'도 '독전'도 마켓에서 좋은 평을 받아서 다행이다. '아가씨' 때 칸영화제 경쟁 부문 레드카펫에 섰던 건 상당히 운이 좋았다. 박찬욱 감독님이 워낙 해외 영화제에서 인정 받는 분이라 그런 쇼맨십 같은 것도 많이 배우고 그랬었다. 칸의 해변 모양이 해운대와 많이 닮아있는데 부산국제영화제를 어떻게 하면 이렇게 끌고 갈 수 있을지 부러웠었다. 당시 부산영화제는 스무살 정도여서 성장통을 겪고, 가야할 길이 멀었구나 생각했었다.

▶ 미쟝센 단편영화제, 아시아나 단편영화제 등에서 심사위원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특별히 이런 영화제들에 애정이 있나 보다.

- 재량이 되는 한은 무조건 하려고 한다. '검은 사제들'의 프리퀄격인 영화 '12번째 보조사제', 이번 '독전'의 이주영 배우 등도 내가 심사위원이었을 때 발탁된 작품이고 배우다. 기량 있는 후배들이 이런 등용문을 통해 나와야 한다. 더 많은 경쟁과 전열에 나란히 서야 하고, 그래야 영화도 발전할 수 있다. 그 안을 들여다봤더니 정말 깨알같이 소중한 보물들이 너무 많고, 나 역시 영감을 많이 받는다.

영화 '독전' 스틸컷. (사진=NEW 제공) 확대이미지

 

▶ 이번 영화 '독전'이 개인적으로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어떤 부분에서 그랬는지 말해달라.

- 쉬워 보였는데 된통 당했다. 답을 가지고 갔던 영화인데 답이 없게 고민을 했다. 긴장을 하나도 하지 않고 현장에 갔다. 그냥 찢어지고, 부딪치고 하면 끝나겠지, 이렇게 생각을 했지만 처절하게 힘들었던 작업이었다. 육체적으로 힘든 건 아니었다. 왜 이렇게까지 해석을 해야 되나 고민이 너무 생겼는데 나중에는 이유가 있더라. 내게 좀 질문을 던지는 부분이 생겼었다.

▶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이 생겼는지 궁금하다.

- 영화가 나에게 질문을 하는 것도 있구나 싶었다. 상당히 좀 적절한 시기인 것 같다. '왜 여기까지 왔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중간에 그런 멈춤이 없었던 거다. 왜 이 영화가 나한테 그런 질문을 하는지 기분이 나쁘기도 했지만, 해야 될 질문을 내가 회피했었나 이런 생각도 들었다. 답은 없지만 어쨌든 가고 있는 것 같다. 더 살아봐야 될 것 같은데 분명한 건 답이 있을 것 같은 지점을 느꼈다.

▶ 형사 원호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 굉장히 다이어트도 많이 했다고 들었다.

- 기본적으로 후덕하면 안되고, 마른 장작 같은 건조한 캐릭터인 것 같더라. 다이어트라기보다는 감정적으로도 유분기 없는 그런 캐릭터. 액션스쿨을 끊어서 다녔다. 다른 사람들 밥차 먹을 때 나는 계란 흰자만 두 개 먹고 그랬다. 그런 모습이 아니면 사람들이 원호를 믿지 않을 테니까 고민을 해보고 한 거다. 다신 안 할거다. (웃음) 다시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면서 다이어트를 했다. 나와 동갑의 잘생긴 배우들을 보면 평생을 지켜 온 삶의 룰이 있다. 참 존경하지만 부럽지는 않다고 말한다. 나는 그렇게는 못 산다. 그들은 그런 습관이 DNA에 있는 거다.

영화 '독전'에서 형사 원호 역을 맡은 배우 조진웅. (사진=NEW 제공) 확대이미지

 

▶ 마약을 하는 연기도 있었는데 사실 경험이 없기에 어려웠을 것 같다.

- 해본 사람 같았나. (웃음) 영화 속 마약은 소금으로 만든 거였다. 난 처음에 연기할 때는 몰랐는데 한 번 해봐라. 나쁘지 않다. 몸이 나중에는 그걸 흡입을 안 하더라. 일단 일반적으로 마약을 흡입해 본 경험 자체가 없다. 그 많은 스태프들 중에서도 아무도 없는 거다. 사망 직전까지 가야 하는 고통을 표현해야 되는데 어쨌든 마약을 많이 해 본 것과는 결이 다른 연기를 해야 했다. 연기를 정말 잘하려면 마약을 해봐야 되는데 쿠바를 가야 되나 고민을 많이 했다. (웃음)

▶ 노르웨이 촬영과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는지.

- 협찬을 터키항공에서 받아가지고 26시간이 걸려서 노르웨이를 갔다. 오슬로에서 도착해도 거기에서 5시간 또 들어가야 된다. 너무 멀더라. 난 여기 뭐하러 가는지 생각을 했다. 절대 재미있지 않았고 이미 캐릭터가 많이 쌓여 있는 상태라 '(락이) 잡히면 죽여버린다'는 생각을 했다. 굉장히 신나게 원호 캐릭터를 즐겼다. 완숙된 원호를 입고 현장에 있는 게 나쁘지 않았다. 다들 속편이 있는 시리즈물을 왜 하는지 이해가 가더라. 그렇게 캐릭터가 단단해진 상태에서 작업하면 제대로일 것 같았다.

▶ 실제로 원호 캐릭터와 비슷한 지점도 있는지 궁금하다.

- 우리 아내가 나에게서 제일 불안해하는 지점이 바로 그런 지점인 것 같다. 1차 촛불집회를 할 때 '대장 김창수'를 찍고 있었다. 촬영 후에 항상 술 한 잔 하니까 그 날도 배우들끼리 모였었다. 그런데 물대포가 집회 현장에 와 있다는 속보가 뜬거다. '형님 일어나십시다. 매니저들도 갸야 되니 시동 걸어라'라고 그랬다. 이렇게 가면 다음 날 촬영은 당연히 펑크다. 그런데 그 때 같이 있던 선배가 '한 방울이라도 대중에게 떨어지면 그 때 출발하자'고 하더라. 속으론 '쏘지 말라'고 빌었다. (웃음) 유치원 교사인 아내에게도 전화가 왔다. 학부모 중에 송파경찰서 직원분이 있는데 그냥 형색만 갖추러 물대포가 갔다고 알려줬다. 그래도 일단 시동은 걸었고, 다행히 물대포를 쏘지 않았다.

영화 '독전'에서 형사 원호 역을 맡은 배우 조진웅. (사진=NEW 제공) 확대이미지

 

▶ 지금까지 영화계를 겪으면서 한국 영화계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 스크린 독점 문제라든지 더 가야될 지점이 많지만 12시간 표준계약제가 시행되면서 정말 10년 전에 비하면 너무 행복하다. 숨은 쉴 수 있지 않나. 이전까지는 37시간, 40시간 촬영하고 그랬다. 그냥 끝나면 몸에 유리가 박히든지 말든지 그 자리에서 쓰러지는 거다. 지금 이렇게 되니 프리프로덕션이 더 견고해지고, 쓸데없는데 낭비를 안 한다. 감독이나 배우들도 쓸데없는 고집 안 부린다. 모든 능력을 응집시키는 집중력이 훨씬 높아졌다. 스태프들 웃음도 많아졌고, 조는 친구들도 없다. 그럴 시간에 한 쇼트라도 더 건지자는 생각인 거다. 촬영부 방에 가면 일 끝내고 돌아온 촬영부 퍼스트가 계속 포커스 연습하고 있다. 기술적인 NG 내지 않으려는 거다. 이제 이런 정서가 잘 형성되면 정말 할리우드 영화 부럽지 않은 현장이 될 것 같다.

▶ 본인이 영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꿈꾸는 것은 무엇인가.

- 이런 현상에 대해 실망을 많이 한다. 이제야 잘 살고 있는 무언가를 건드려서 주저앉히려는 현상들이 보이니까…. 뭐랄까 더불어 행복하게 잘 갔으면 하는 그런 인식을 영화를 통해 알려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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