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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포의 장사법> 박찬일 "신메뉴를 문화로 즐기는 시대…이제 '노포'도 브랜드로 이용돼"

- 노포 상실 대한민국…"자식에게 가업 물려주는 게 더 끔찍하다"
- 맛집이 도시에 많은 이유? 외식문화 발달…취향이 산업으로 이어져
- 요리사의 칼질, 솜씨.. 무형의 가치를 사러 오는 사람이 많아져야
- 박찬일 "주체적인 선택, 표현에 익숙한 SNS 신인류…'음식은 문화이자 놀이'"
- 이택광 "인간 진화의 결정적 요인 '음식'…식탁 밖 문화와 미학에도 영향"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8년 5월 23일 (수)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경희대 이택광 교수, 박찬일 셰프 (노포의 장사법 저자)

◇ 정관용> 글쓰는 요리사로 유명하시죠. 박찬일 셰프. 이번에 책을 냈는데요. 노포의 장사법, 노포라는 게 오래된 식당을 말하는 거죠. 그런 책을 냈네요. 오늘 박찬일 셰프를 모시고 오래된 식당이 의미하는 바가 뭔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는다는 것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좀 생각을 나눠보고자 초대했고요. 문화비평가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도 오늘 함께 나오셨습니다. 박찬일 셰프 어서오십시오.

◆ 박찬일> 안녕하세요?

◇ 정관용> 이택광 교수 어서 오십시오.

◆ 이택광> 반갑습니다.

◇ 정관용> 노포. 제가 말한 대로 오래된 식당이죠. 여기 모두 몇 곳의 식당을 소개했고 평균 몇 년이나 된 식당들입니까, 이게.

◆ 박찬일> 업력이 계산해 보니까 평균 54년이 됐고요. 의외로 어떤 업종상 오래되지 않은 업종들이 좀 있었어요. 그래서 평균이 좀 낮아졌는데 보통 뭐 70년 이런 식당 여러 군데 갔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모두 몇 곳을 지금 소개합니까?

◆ 박찬일> 26곳 이렇게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26곳.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 일본이나 이런 나라보다는 오래된 식당이 별로 없는 편이죠?

◆ 박찬일> 식당 업이라는 걸 자랑스러워하지 않는 문화가 또 있었고. 또 전쟁 겪고 일제강점 이런 것 때문에 식당이 남아나지 못했어요. 태평양 전쟁 시기에 한 2년 동안 물자가 없어서 식당이 다 폐업을 했었죠. 경성 그러니까 서울의 옛 식민지 이름이요. 그다음에 한국전쟁 때문에 또 뭘 좀 해 보려고 했더니 또 뭐. 47년도, 48년도에 보면 독립신문이 재발간되는데 그때 주 광고가 냉면집과 한식집 개업광고였어요. 그런데 그 식당들이 지금 하나도 없습니다. 열었다가 한국전쟁 터지면서 문제가 생겨서 없어져버린 거죠.


◇ 정관용> 너무 이렇게 거창하게 한국전쟁까지 거슬러 갈 게 아니라 그 이후 60년대쯤부터 만들어져서 지금까지 이어 내려온 식당도 그렇게 많은 건 아니잖아요.

◆ 박찬일> 네. 피맛골에만 약 300개가 넘는 식당이 있었대요. 그래서 그 피맛골을 지키는 모임에다가 전화번호를 얻어서 통신을 좀 했는데 선생님, 왜 식당을 다시 안하십니까? 하고요. 피맛골을 헐고 나서 그 근처에 재개업한 가게가 몇 개 안 됩니다. 여러 유명한 업주들이 안 열었어요. 그래서 전화를 했더니 이제는 안 한다고, 힘들어서 이 기회에 때려치웠다고. 그러시는 거예요. 그러니까 너무 고단하고 예의없는 손님들한테 지치고. 식당업이 현대화되지 못하다 보니까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는 구조로 돼 있었어요. 그러니까 노동환경 자체가 안 좋은 거죠. 그러니까 피곤하고 병이 좀 드시고 그래서 나는 이제 안 해. 이게 오래하면 누가 상주나? 이런 거죠. 그래서 그냥 때려치우시고 자식한테 그걸 물려준다는 건 더 끔찍하게 생각하셨어요. 너무 힘드니까 우리 대에 끝낸다.

◇ 정관용> 지금 이 얘기는 박찬일 셰프가 직접 식당을 하는 분들의 회한과 고충을 얘기한 거고 이택광 교수. 오래된 식당이 많은 나라와 오래된 식당이 많지 않은 나라에 무슨 문화적 특징이 있나요?

◆ 이택광> 금방 아주 중요한 말씀을 해 주셨는데 일반적으로 오래된 식당이 많은 곳은 그런 어떤 식당 일을 비롯한 그런 노동에 대한 어떤 태도가 좀 다르죠.

◇ 정관용> 사회가 대접해 준다?

◆ 이택광> 일반적으로 장인정신 이런 말을 많이 하시는데 실제로 노동에 대한 태도가 좀 다르고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대단히 중요한 포인트인데 왠지 일본은 오래된 식당들이 많은데 우리는 없느냐. 사실은 외식문화가 발달하는 측면들도 있거든요.

도시생활이 일찍부터 이루어졌기 때문에 일본 같은 경우는 그런 취향들이 만들어지고 그러니까 거기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이 생기게 되고 그러한 산업들이 발달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사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시기에 시골이나 이런 데 가면 그런 식당들이 많지 않겠냐 생각하시지만 사실 사먹는 분들이 많아야지 식당이 잘 되는 거잖아요.

◇ 정관용> 도시에 있죠, 도시에.

◆ 이택광> 도시를 중심으로 발달합니다. 그래서 외국들 보면 아주 좋은 식당들은 대부분 도시에 있어요. 그래서 거기에 가보면 20년 전에 가도 똑같은 식당이 있는 것이고 그 요리법이라든가 이런 걸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이것은 그걸 찾아주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 정관용> 노동에 대한 태도 그리고 외식문화가 언제부터 발전했는지. 이 두 가지를 지금 지적하셨네요. 또 지적할 게 있을까요?

◆ 박찬일> 그러니까 식당업 자체가 대를 물려서 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어요.

◇ 정관용> 우리나라? 일본은 2대, 3대 계속 이어서 하잖아요.

◆ 박찬일> 심지어 16대 되는 식당이 미슐랭 3스타를 받았죠. 교토에 있는 식당. 그 식당도 있었고 1000년된 떡집도 있습니다. 어느 신사 앞에. 떡집은 진짜 1000년 됐어요.

◇ 정관용> 정말요?

◆ 박찬일> 우리는 왜 그걸 못 지키느냐. 말씀대로 직능에 대한 우리 사회적인 시선.

◇ 정관용> 좀 천대한다.

◆ 박찬일> 직업은 귀천이 없다는데 실은 예전에 설렁탕집이 많이 있었는데 설렁탕집 오래된 집이 견디기 어려웠냐면.. 군자는 식당이랑 주방이랑 정육점 그러니까 푸줏간을 멀리해야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 말이 유교적인 발상이죠.

◇ 정관용> 옛날에 있었던 말이죠.

◆ 박찬일> 실질이 없었던. 실질을 충성하지 않는. 그래서 설렁탕이면 소도 잡고 이런 일도 같이 하지 않습니까? 이런 일을 백정이 하는 일이다. 오죽하면 백정이 결사를 만들어서 노동조합처럼 결사 만들어서 그렇게 생존운동을 했겠습니까? 우리가 그런 직업에 대해서 인정 안 해 주는 우리의 문화, 우리 민족의 문화가 노포가 좀 적었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 이택광> 어떻게 보면 유교적인 그런 문화에서 한국이 근대로 넘어오면서 청산하지 못한 것들도 있고요. 제가 이제 일본 친구한테 우스갯 삼아서 이렇게 물어본 게 있습니다. 일본은 어떻게 동경대 법대를 나와서 변호사하다가 때려치우고 가서 스시집을 하느냐.

◇ 정관용> 그런 사람이 있어요?

◆ 이택광> 가업을 잇는다 이런 얘기를 하니까.

◆ 박찬일> 아버지 일을 물려받은 거죠.

◆ 이택광> 그러니까 그 친구가 이제 웃으면서 변호사 하는 거 보다 스시집 하는 게 돈을 많이 버니까 하는 거야 이렇게 말을 하더라고요.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신성한 직업 정신 그런 게 있어서 하지 않는 걸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실은 굉장히 돈을 많이 벌죠. 무슨 말인가 그러면 단순히 돈을 많이 번다는 이유보다는 그것을 했을 때 여러 가지 보상이 많이 돌아오기 때문에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게 제가 볼 때는 상당히 문화적인 어떤 백그라운드도 중요하지만 사실 이러한 보상 체제가 사실 이루어져 있느냐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봐요. 그게 안 돼 있으면 쉽게 말하면 그런 식당 문화 같은 게 현대화가 안 돼 있으면 상당히 이제 가업을 잇는다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기 힘들죠. 빨리 이것을 청산하고 아니면 프랜차이즈를 해서 본인은 그냥 손에 물 안 묻히고 관리만 하고 사는 이런 문화가 만들어져 버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 정관용> 아니, 상식적으로 대를 이어서 오래 가는 식당이 있다는 얘기는 장사가 된다는 얘기죠. 망했으면 이미 없어지는데.

◆ 이택광> 정확하게 말하면 그 요리사의 칼질이라든가 그런 솜씨나 이런 걸 사러 오는 분이 있다는 거죠. 그 무형의 가치를 사러 오는 분이 있다는 거죠.

◇ 정관용> 그리고 다른 데보다 더 비싸더라도. 능히 그 비싼 돈을 내고 찾아오는. 그런데 우리나라의 오래된 식당들이 다른 식당에 비해서 더 많이 비싸요? 안 그렇죠?

◆ 박찬일> 우리는 그렇지 않죠.  노포들은 보통 다 대중식당이에요. 고급식당이 혹시 노포가 없나 찾아봤더니 없더라고요. 이를테면 요즘 음식을 한다든가 그런 정치, 사회적인 변화에 따라서 다 폐업을 했고요. 굉장히 비싼 일식집이나 이런 것들은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다 변해 있고 오히려 싸고 대중적이어서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그런 문화도 있습니다. 우리가 예를 들어서 고급 접대나 이런 게 한정식집 이런 데서 요정에서 했었잖아요. 그걸 그대로 좀 전수되어 오면서 예를 들면 서울식 음식이나 전라도식 음식 파는 그런 한정식집이 있어야 되는데 그런 접대가 다 룸싸롱으로 넘어갔어요. 70~80년대, 90년대 룸싸롱 문화로 넘어가면서 그런 식당 가서 접대를 안 하죠. 그러니까 당연히 견뎌내지 못하게 된 사유도 있습니다.

◇ 정관용> 그래도 오래된 식당들을 쭉 찾아다녀보시니까 몇 가지 어떤 공통점이 있다던가요.

◆ 박찬일> 주인이 남다르다는 게 제일 컸죠.

◇ 정관용> 남다르다? 어떻게 남달라요.

◆ 박찬일> 주인이 대부분 일을 직접 하세요. 적어도 예전에 오랫동안 지속해서 그 일을 잘 알아요.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충격이라고 생각했던 건 직원들이 장기근속자가 ..상상을 초월하는 장기근속자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연세가 80인데 19살에 입사해서 61년차 이런 거죠.

◇ 정관용> 80인데도.

◆ 박찬일> 세무서에서 아마 조사를 하면 최장기 근로소득세 납부자. 그분들은 국민연금도 안 내요. 국민연금 61세인가 그때 끝납니다. 그러니까 공제하는 것도 적죠. 국세청이나 거기서 그런 분들 모아서 한번 상 주는 행사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세금을 50년, 60년 냈다고 그러면 어마어마한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어요.

◇ 정관용> 나이 80 종업원이시면 사장님하고 거의 친구?

◆ 박찬일> 사장님은 3대고.

◇ 정관용> 3대고. 그 선대 때부터 계속 쭉 그냥.

◆ 박찬일> 선대 때 19살에 소년. 그때 말로 '뽀이' 그다음에 주방 꼬마 이런 걸로 시작해서 어떻게 하다 보니까 지금까지 왔다고. 체력도 되게 좋으시고요. 홀에서 최고령은 우리가 아는 유명한 냉면집 있지 않습니까, 주교동에. 그 냉면집의 홀에 있는 사장님이라고 착각하는 분이 87세 되셨습니다. 그분이 박정희 정부 때 화폐개혁하고 62년도인가 입사했으니까 지금 육십 몇 년차 되셨죠. 경력직으로 입사했어요. 홀 관리. 지금도 11시 20분에 거기 문을 여는데 그 시간 되면 지팡이 짚고 무릎 관절이 안 좋으세요. 딱 서서 단골들하고 다 환담합니다. 오셨습니까, 어서 오세요. 기가 막힙니다. 그거 보는 맛이.

◇ 정관용> 그렇게 오래된 종업원들이 계시다는 얘기는 사장이 뭔가 인간관계 같은 걸 중요시 한다.

◆ 박찬일> 사장님이 훌륭한 분들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분을 고용하고 또 아랫대로 넘어가잖아요. 그런데 그 아랫대에 대를 이은 분들도 덕성이 있는 거예요.

◇ 정관용> 그렇죠. 아버님과 같이 하던 분들을 존중해서.

◆ 박찬일> 인수, 소위 말하면 그대로 고용을 유지하는 거죠. 어떤 노포의 3세가 그분들을 해고하려고 했어요. 당신이. 느릿느릿하고 말이지 해장국 부엌에서 받아서 손님한테 주는데 가는 시간만 3분 걸린다고. 홀 직원이 칠십 몇 세대 할머니들이 있으신 거예요. 안에 들여다보면 국 푸고 토렴 하는 데 한참 걸린다고. 젊은 사람으로 바꾸면 빨라질 거라고 생각한 거예요. 그래서 바꾸려고 그랬더니 윗대에서 아버지가 그냥 놔둬보라고. 이유가 있다, 네가 알게 될 거야. 그래서 젊은 사람들은 한두 명 고용을 해 봤어요. 그랬더니 그 일에 자부심이 없더랍니다.

◇ 정관용> 젊은이들은?

◆ 박찬일> 자부심이 없고 거기 나이 든 사람도 많이 오고 노인 직원들은 군더더기가 전혀 없어요. 느린 대신 이렇게 일 자체가 기복이 없고 항상 일정하게 하세요. 왜냐하면 40년차, 50년차 되니까 같은 일을 반복하니까 항상 일정하게 하신다는 거. 그게 노포의 핵심이 맛을 유지하는 거거든요.

◇ 정관용> 물론이죠.

◆ 박찬일> 그런 분들이 맛을 유지해 준다는 거죠. 심리적 안정감도 줘요 손님들한테. 젊은 사람들도 그런 데 가면 좋아해요. 왜냐하면 우리 할머니나 어머니 같은 이런 분들이 요리하는구나. 이게 맛있겠네 하는 벌써 약간의 마음이 안정되는 맛이 좀 있죠.

◇ 정관용> 그렇죠. 이택광 교수도 즐겨가는 노포가 있어요?

◆ 이택광> 그렇죠. 노포가 있죠. 서울에도 있고 제 고향이 부산인데 부산에 가면 꼭 가는 돼지국밥집이 있습니다.

한림대 국제대학원대학교 정관용교수, 박찬일 셰프, 경희대 이택광 교수(시계 방향)(사진=시사자키)

 

◇ 정관용> 그런데 솔직하게 말해서 그렇게 오래된 식당을 자주 갑니까? 아니면 요즘 소문난 맛집 찾아다니는 일이 더 많습니까?

◆ 이택광> 소문난 맛집을 아무래도 많이 가보죠. 새로 생긴 것도 많고 또 새로운 메뉴들도 많이 개발되니까. 특히 지금 한국 식단이 굉장히 많이 바뀌었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전통적인 식단에서 서양식으로 많이 바뀌고. 그리고 또 이른바 퓨전음식이라고 그래서 사실 이탈리아 같은 경우도 그대로 가져와서 한다기보다는 약간 아이디어를 넣어서 재미있게 만들고 그런 데를 가보죠. 가보고 괜찮으면 계속 가게 되고 그래서 또 이제 이런 문화가 또 한 번 더 사이클을 타고 있는 게 아닌가 싶고요.
 
그래서 좀 여기서 우리 박 셰프님이 하셨던 것처럼 그런 제대로 된 식당이 나와서 또 노포가 되면 더 좋겠죠. 그러면 또 한 단계 새로운 어떤 요식 문화가 생기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도 기대를 하고 있는데 젊은 셰프들이 요즘 또 많이 나오셔서 새로운 식당도 열고 개발하고 이런 모습을 많이 보고 있으니까 또 상당히 미래가 밝은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물론 어두운 측면도 있지만 그런 생각듭니다.

◇ 정관용> 그런데 이택광 교수님 예를 들어서 어느 동네 갈 때 어느 동네 맛집 이렇게. 스마트폰으로 검색해서.

◆ 이택광> 어느새 그렇게 돼 있더라고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 정관용> 검색하고 거기에 올라온 블로그들의 글을 보고 찾아가고.

◆ 이택광> 블로그는 안 봅니다. 블로그는 안 보는데요. 그것도 재미있는 게 뭐냐하면 블로그에 많은 정보가 있지만 자꾸 이렇게 하다 보면 그 정보를 조금 해석을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이런 식의 정보를 올리면  어느 정도의 해석을 하게 되고 이건 이렇게 올라왔으니까 이 정도일 것이다 하는.

◇ 정관용> 이건 돈 받고 하는 데다. 돈 받고 올려주는 블로그다, 아니다 이런 거.

◆ 이택광> 그리고 보통 어떤 동네가 있고 인테리어라든가 셰프를 소개한다든가 대충 보면 좀 속된 말로 각이 나오죠. 이 가게는 어떤 가게구나 싶으면 한번 가 보고 영 아니면 안 가는 거고. 그렇게 되는 거죠.

◇ 정관용> 박찬일 셰프 요즘 남성 셰프들이 대중 연예인처럼 인기도 끌고 그러는 세태가 한편에 있고요. 그걸 이제 뒷받침해 주는 시스템이 제가 조금 아까 얘기한 것처럼 수없이 많은 맛집 탐방, 동네 맛집 소개, 블로그. 그렇게 해서 쫙 지금 문화가 만들어져가고 있잖아요. 그 우리의 그 문화, 신문화라고 해야죠. 어떻게 보세요?

◆ 박찬일> 그렇죠. 요리문화에서의 신문화인 것 같은데요. 새로운 음식을 이제는 문화로 즐기는 거죠. 그것이 결정적인 계기는 제 생각에는 자기의 매체를 소유하게 된 게 제일 컸던 것 같아요. 블로그라는 개인공간이 주어지고 지금은 여러 가지 SNS가 많이 있지 않습니까? 심지어 그렇게 그런 곳에 잘 나오게끔 SNS에 최적화된 인테리어 업자들도 있어요. 거기에 I라고 하는 그 회사에 잘 노출될 수 있도록 I라는 프로그램에 노출될 수 있는 전형적인 디자인을 해요.

◇ 정관용> 어떤 인테리어 업자가 하면 인스타그램 사진에 좋게 나오더라.

◆ 박찬일> 맞습니다. 그렇게 해서 잘 나온다. 인스타용 인테리어, 인스타용 음식디자인도 있어요. 인스타용 접시, 인스타용 오디오, 인스타용 직원. 그러니까 그것은 과연 오래 갈 것인가. 저는 그렇게는 또 생각 안 하는 거죠. 그러니까 노포가 무섭다는 거예요. 그래서 요즘은 노포가 브랜드가 되다 보니까 가짜 노포도 많이 생겨요.

◇ 정관용> 그건 또 어떻게 가짜 노포가 돼요?

◆ 박찬일> 그냥 자기네가 70년 됐다, 80년 됐다 그러는 거예요.
◇ 정관용> 사기네요, 사기.

◆ 박찬일>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없잖아요. 누가 그걸 추궁을 하거나 민사로 누가 소송을 걸어서 너희 그거 70년 됐다는데 입증해 봐. 그런 사람은 없잖아요. 그리고 기존의 노포들도 보면 근거가 없어요. 그냥 구전으로 심지어 자기네가 35년에 열었는지 36년에 열었는지를 잘 몰라요. 그리고 어디서 했는지 정확하지가 않아요. 
 
그러니까 서울은 도시계획이 자꾸 바뀌니까 할아버지 때 어디서 했는데 그래서 제가 심지어 그 가게가 오픈할 무렵에 위치나 이야기를 옛 문헌에서 찾아드린 적도 있어요. 어떤 설렁탕집을. 게다가 지금은 이런 데도 있습니다. 3대 무슨 밥집이 뭐 이렇게 해서 3대가 내려오는 건 줄 알고 갔더니 3대는 맞아요. 3대가 같이 일을 하세요, 그냥. 그리고 한 30년만 돼도 요즘은 Since 19 뭐 이렇게 써요. 이게 고객에게 굉장한 이익이 되는구나. 고객을 유인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걸 이제 아시는 거예요.

◇ 정관용> 아는 거죠. 그 아까 저는 깜짝 놀란 게 인스타용 종업원까지 있다?

◆ 박찬일> 인스타에 잘 먹히는. 그러니까 말하자면 친절함의 어떤 모습인데 그것이 인스타를 주로 이용하는 연령층, 성별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뜻입니다. 인스타용 종업원이라고 공장이 찍어내는 건 아니고요.(웃음)

◇ 정관용> 어쨌든 인스타용 종업원까지, 인스타용 음식 디자인 그런 말 쭉 해 주셨는데 거기는 지금 노포에 들어있는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식당의 맛, 땀, 관계 이런 건 없잖아요. 그냥 허장성세 아닙니까?

◆ 박찬일> 나쁘게 보면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지만 지금 그렇게 하지 않으면 뒤집어 얘기하면 식당이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에 그렇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청년창업이라는 말은 청년이 창업해서 무슨 로봇공학이나 무슨 기계공학 할 것 같지만 실제 할 게 뭐가 있습니까? 카페랑 식당밖에 더 있어요? 그러니까 엄청나게 유입이 되고.
 
식당이 매달인가요. 3000개씩 생기고 2000개씩 망해요. 그러면 1000개가 남죠. 그러니까 식당은 많아집니다. 그래서 서울의 인구가 980만인데 식당이 12만 5000개 정도 됩니다. 칠십 몇 명당 식당이 하나예요. 그러니까 성공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생존하기 위해서 인스타그램을 쓰는 유저들 또 블로거들. 그런 데 잘 소구하려고 했던 게 있습니다.

(사진=tvN수요미식회 캡쳐)

 

◇ 정관용> 하긴 너도 나도 그러다 보면 결국은 또 맛으로 승부가 가겠네요.

◆ 박찬일> 그러니까 비슷비슷해요. 디자인이나 인테리어는 비슷비슷하니까 이제는 거기서 아마 사람들이 싫증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정관용> SNS뿐 아니라 TV나 이런 미디어에서도 먹방이 왜 그렇게 많아요. 음식점 프로그램이 왜 이렇게 많아요?

◆ 박찬일> 시청률이 잘 나와서 그렇지 않을까요.

◆ 이택광> 특별히 한국 사회에 오락거리가 없죠. 특별히 없어요. 그러니까 전 세계를 보더라도 야외활동이 제대로 안 되는 나라가 우리나라가 굉장히 저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고요. 왜 그러냐 하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고 봅니다. 가장 큰 건 노동 강도가 너무 세다는 것,한국 사회가. 어느 회사를 다니든 간에 일하는 시간이 너무 길죠. 휴일을 즐기기에는 너무나 또 바깥에 그런 부대 시설들이 약하고 주말에 한번 날씨 좋을 때 고궁이든 어디 가보시면 거기는 고궁 구경 하는 게 아니라 사람 구경하기 바쁘잖아요. 그러니까 이런 너무나도 이렇게 각박한 어떤 삶이 결국은 내면적인 어떤 그런 즐거움을 찾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맛있는 집을 찾아다니면서 먹게 되는 문화가 생기는 것이고 이걸 이용해서 여러 가지 마케팅이 나오는 것이고요. 그리고 또 장사 잘 되면 건물주가 렌트비를 올려서 또 가게 문을 닫아야 되는 이런 복합적인 일들이 계속 악순환이 되고 있다고 봐요.
 
그래서 이런 부분들을 좀 해결하기 위한 결국 음식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진화론자들이 이야기하듯이 인간을 진화시킨 결정적인 요인이 바로 음식입니다. 그러니까 조리라는 것이 탄생하면서 지금의 우리가 있게 된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어떤 삶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리고 거기에서 식당이 가지고 있는 위치는 굉장히 단순히 문화적인 어떤 차원이 아니라 여러 가지 굉장히 중요한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봐요. 요리사라든가 또는 거기에 깃들어 있는 어떤 문화라든가 미학이라든가 이런 여러 가지 것들이 가치가 있다고 보는데 그것을 조금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합의가 모일 필요가 있죠, 사회적 합의가. 한번 생각을 해 봐야 한다는 거죠. 왜 우리는 같은 돈을 내고 이렇게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정말 어떻게 보면 모양만 노포 같은 이런 음식을 즐겨야만 되는가. 진짜 노포가 만들어지는 환경을 우리가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우리 후손을 위해서도 그래야 되고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그래야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 정관용> 저도 지금 오늘 박찬일 셰프 얘기를 쭉 들으면서 요즘의 세태..서로 막 올리고 올린 걸 서로 찾아보고 거기에 또 맞게끔 정형화되고 이런 건 좀 싫어하는 마음을 갖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가만히 듣다 보니까 그냥 아무데나 가서 대충 먹지 이것보다는 나은 거네요. 사람들이 찾아다니면서 먹는다는 게. 그렇죠?

◆ 박찬일> 주체적으로 자기 먹을 것에 대해서 선택하는 것들 그런 것이 자기를 표현하는 방법이거든요. 먹고 찍어서 올리고 거기에 대한 품평을 달고 글을 쓰는 것은 개인이 자기 시간을 쓰는 좋은 방법 중에 하나죠. 그걸 뭐라고 할 건 아니지만 다만 지금 아까 정 선생님 말씀대로 먹방이 유행하고 이런 것들이 극단적으로 먹는 일을 가지고 먹는 것 갖고 장난치지 말라는 말이 있잖아요.
 
먹는 것을 가지고 누군가가 흥행을 자꾸 노린다는 것은 저는 그것은 별로 합당치 않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그렇다고 교양 토론 프로그램을 2시간씩 보라고 하지 않겠지만 그 음식 음식 포르노라는 말이 나오는 게 결국 욕망이 잘 표현되기 때문에 포르노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까? 그것이 바로 시청률하고 바로 잘 연결되는. 게다가 제가 내부적인 시선으로 보면 적은 제작비로 시청률이 잘 나와요. 그냥 음식이 거기서 김이 나오고 각도를 당겨주면. 채널은 못 돌려요. 그러니까 PD들도 자꾸 그걸 하고 싶은 거죠.

◇ 정관용> 정리해 봅시다. 그러니까 우리가 노포, 오래된 식당이 많을 수 있는 사회가 사실 바람직하고 건강한 사회다 이걸 일단 전제하고요. 대충 가서 아무거나 먹지라고는 문화에서 새롭게 맛집을 서로 찾아다니고 소개하고 있는 문화는 바람직한데. 그 안에 지나친 상업성 또 지나친 이런 것들 말초적 신경을 자극하는 이런 것들을 좀 골라내는, 걸러내는 이런 게 앞으로 좀 있어야 되겠군요. 잘 걸러낼 수 있을까요?

◆ 이택광> 그게 이제 결국은 찾아다니시는 분들이 감식안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고요. 우리 박 셰프님도 열심히 하고 계시지만 그런 어떤 정보들, 솔직한 정보들이 저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와 관련돼서 이렇게 치장되고 뭔가 이렇게 가식적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아니라 그리고 저는 이런 걸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음식 문화라는 것을 만들기 위해서 과거의 한식 세계화 이런 말씀을 하셨지만 사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런 음식을 즐기는 것이고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음식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런 것들을 만들 수 있는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야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네요.

◇ 정관용> 우리 나름 다 미식가가 됩시다. 괜찮은 표현이죠?

◆ 박찬일> 네. 미식가라는 게 젠체하고 그런 사람이 아니고요. 음식에 대해서 사랑하고 거기에 대해서 관심 있는 사람들은 일단 미식가가 될 자격이 있는 거죠. 그거는 이제 예전에는 비싼 음식을 먹는 사람이 미식가. 하지만 지금은 비교적 적은 돈으로도 자기 음식을 잘 골라서 먹을 수 있는 필드가 지금 있거든요.

◇ 정관용> 맞아요. 알겠습니다. 우리 다수가 미식가가 되면 노포 오래된 식당도 많아질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오늘 여기까지 해 볼까요. 박찬일 셰프 그리고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어요.

◆ 박찬일, 이택광>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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