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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사립 회계 규칙, 자율성 내세워 비리 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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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당한 교사와 학생들…서울미술고⑪]
"에듀파인 면제 조항, 회계 불투명 보장해 줘"
"교육부 규칙, 감사원 사이버 감사 강화에도 위배"

성(城)이다. 중세시대 영주들은 성을 쌓고 그 안에서 전권을 휘둘렀다. 적지 않은 학교의 장들은 말그대로 '영주'였다. 학교구성원들은 안중에 없었다. 오직 자신과 족벌로 일컬어지는 몇몇만이 존재했다. CBS 노컷뉴스는 대한민국의 교육을 황폐화시키는 사학비리의 '민낯'을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파면까지 속수무책'…공익제보 교사의 눈물
② 학생지도가 성추행 둔갑, 사립학교 치졸한 보복
③ 사립 일반고 수업료가 472만원! 서울시교육청은 "…"
④ 교육부, '비리 사립고 등록금 장사' 길 터줘
⑤ 수업료 472만원 그 사립고, 운동장도 없더라
⑥ 서울미술고의 등록금 장사와 교육당국의 직무유기
⑦ '비리' 사립고, 알고보니…통합회계전산관리 '사각지대'
⑧ 조희연 "서울미술고, 수업료 자율학교 취소 등 적극 조치 의지"
⑨ 조희연 "수업료 자율학교, 회계시스템 면제 문제 있다"
⑩ '공익제보 교사' 방치…서울시교육청의 무책임 행보
⑪ 교육부 사립 회계 규칙, 자율성 내세워 비리 조장
(사진=자료사진)

 

사학의 자율성 존중인가? 공공성 결여인가?

재정보조를 받지 않은 사립학교에 대해 통합학교회계시스템, 즉 에듀파인 사용을 면제해 주는 것에 대해 교육당국이 현장 여론을 도외시하고 있다.

학부모·학생·교사들의 의견은 묵살한 채 오직 사학법인 설립자의 이익만을 고려해 자율성의 이름으로 공공성을 외면하고 있다. 사립학교는 공공영역에 있는 만큼 학교 운영에 있어 국·공립학교와 다를 바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의 취지이다. 국가로부터 지원 여부에 상관 없이 모든 사립학교는 정보공개법, 부패방지법, 김영란법에서 보듯이 '공공기관'에 포함된다.

2014년 10월 서울시교육청 주관 공·사립 초·중·고 행정실장 연수자료. 에듀파인 장점을 강조하며 사이버감사 활동 강화 계획을 담고 있다.

 

교육당국은 정부로부터 교사 인건비와 학교운영비를 지원받지 않는 '재정결함미보조' 학교에 대해 에듀파인 사용을 면제해주고 있다.

이 면제 조항은 2010년 교육부가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 신설한 53조의3에 명시되어 있다.

이 조항은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의 예산 결산 회계 업무는 에듀파인을 통해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국가 또는 자치단체의 보조금(인건비 및 학교운영비에 한정한다)을 받지 않은 학교와 유치원은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단서조항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을 담은 교육부 규칙은 사학 비리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1원까지 보고하는데, 그 사립고들 비리는 대체 뭔가? 2018.4.18)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도 이 조항의 문제점에 공감하며 교육부 규칙 개선 요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조희연 "수업료 자율학교, 회계시스템 면제 문제 있다" 2018.5.9)

교육부는 CBS 보도와 조희연 후보의 입장 발표가 나온 후, 공식 입장문 발표를 요구받고 "문제의 단서 조항을 삭제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교육부 규칙 개정이 필요한 만큼 사전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며 "검토할 사안이 많아 현재로서는 공식 입장 발표가 어렵다" 고 담당자가 구두로 입장을 설명했다.

이어 "서울시교육청의 의견을 듣고 종합적으로 판단해보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지방교육재정분석팀 김태경 팀장은 "에듀파인 사용 면제 단서 조항 신설은 당시 사학의 자율성 보장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재정결함미보조 사학에 대해 에듀파인 의무 사용은 과도하다는 해당 사립학교들의 반발을 반영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서울미술고 회계비리가 에듀파인 미사용 때문인지는 검토해봐야 한다. 사립학교 회계관리 지도 감독 권한은 시도교육청에 있는데도, 마치 에듀파인 미사용 때문에 서울미술고 회계비리가 터진 것처럼 서울시교육청이 말하는 것은 교육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서울미술고 회계비리를 공익제보한 정미현 교사는 "서울미술고는 2001년과 2017년 감사에서 각기 10억 원이 넘는 회계 비리가 적발된 곳이다. 교육청이 첫 감사 이후 17년 간 회계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이 있는 건 맞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회계관리가 안 된 학교에 대해 회계 감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에듀파인 사용을 하지 않게 하는 건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사는 "더구나 에듀파인 시행 초기인 2010년 서울미술고에서 1년간 에듀파인을 사용하다가 그 다음해부터 돌연 중단했다"며 "교육부의 퇴행적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에듀파인, 학교회계시스템을 본격 시행하기 전 2009년 11월 서울시교육청이 서울미술고에 보낸 공문. 서울미술고는 에듀파인 시행 첫 해인 2010년 1년 간 에듀파인을 운영하다가 그 다음해부터 돌연 사용을 중단했다.

 

서울시교육청 공익제보센터 이득형 청렴시민감사관은 "일반 사립학교는 국공립학교와 똑같은 회계규정에 의해 학교예산이 집행되고 있다. 그런데 재정결함미보조 사립학교에 대해서만 에듀파인 사용을 면제해 주는 것은 오히려 비리를 저지르도록 조장하는 것이다. 교육부 규칙은 사학이 자율성 뒤에 숨어서 회계를 불투명하게 운영하도록 보장해주는 근거를 마련해 준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득형 감사관은 "실제 비리사학에 대한 감사 현장에서 학교측에 '에듀파인을 사용해도 되는 데 못 쓰는 이유가 뭐냐'고 물으면 묵묵부답이다"며 "그 이유는 에듀파인을 사용하면 투명하게 관리되기 때문에 회계비리가 다 드러나니까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에듀파인 미사용은 사이버 감사를 불가능하도록 한다. 이 감사관은 "에듀파인은 학교 회계 입·출금의 상시적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감사원도 계속 사이버 감사를 강화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에듀파인을 쓰지 않도록 한다면 그런 학교에 대한 사이버 감사가 불가능하다. 교육부 규칙은 감사원 지침과 국가정책에도 반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에듀파인 미사용은 사학 자율성에도 역행한다. 예를 들면 일선학교에서 학습기자재를 구입할 때 에듀파인을 사용할 경우 업무담당자의 구입 품의에서 검사까지 투명하게 민주적 예산 집행이 가능하다. 행정실에서 장난을 쳐도 모르는 깜깜이 예산집행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장학사는 "에듀파인을 사용하면 교육행위 당사자의 자기 기획과 교육활동이 가능해, 질이 높은 교육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2014년 공·사립 초·중·고 행정실장 연수에서 에듀파인 장점을 강조하며 사이버 감사 강화 계획을 밝혔다. 회계사고 사전 예방을 위한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으로서 에듀파인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에듀파인에 의한 사이버 감사를 통해 감사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서울만 하더라도 20개 학교가 교육부 규칙 단서조항을 내세워 에듀파인을 사용하지 않아 사이버감사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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