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사들이 건강보험보장성 강화정책인 이른바 '문재인 케어' 반대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지난 12월에 이어 두 번째 집회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0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문재인케어 저지 및 중환자 생명권 보호를 위한 제2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엔 전국 광역시도의사회의 의사 주최측 추산 5만명, 경찰 추산 1만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문재인 케어 저지', '의료진 부당 구속 국민건강 무너진다' 등의 손피켓을 들고 집회에 참여했다.
집회 뒤엔 '비급여 전면급여 건보재정 파탄난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오후 3시쯤부터 청와대로 행진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자리에서 문재인 케어를 재정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우선적인 적정 의료 수가 보장을 요구했다. 또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숨진 이대목동병원 사태에 대해서도 의료진 구속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이자리에서 "정부가 의료계와 상의도 없이 작년 의료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발표했다"며 "임기중에 3천 600개의 비급여항목을 급여화하겠단 건 망상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비급여의 전면급여화를 위한 막대한 재정을 확보하는 방안의 하나인 보험료의 대폭인상에 대해서는 국민은 물론 정치권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최 회장은 "의료계 수가의 보장을 요구한지 9개월이 지났는데, 정부는 아무런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복지부가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강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최 회장은 신생아 4명이 잇달아 숨진 이대목동병원 사건에 대해서 "직접적 원인을 밝히고 엄중한 처벌 해야한다는게 기본적 입장이지만 최선을 다한 의료진 구속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의사를 구속한다면 누가 중환자를 맡고 싶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죄 판결을 받아내고 이런 일이 생겼을 때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게 제도적 시스템을 만들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 현장 주변에서 만난 시민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고 냉소적인 시선도 있었다.
고양시에 사는 송훈(45)씨는 "사회의 안전망을 넓히기 위해선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한데, 자기들의 기득권을 지키겠다고 집회를 하는 것을 보니 불편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최소정(22)씨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나서면서 공익을 위하는 것처럼 포장하는 건 모순적"이라고 했다.
강서구에 산다는 김동현(35)씨는 "이익을 주장하는 것은 인정받아야 하지만, 집회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며 "대안이 되는 정책도 들고 나와서 건설적인 행동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일부 의료계에서도 "집단 이기주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한의사협회 장동민 대변인은 "의사란 국민의 복지를 우선해야하는 공적인 책임이 있는 직업"이라며 "국민의 보장성 강화란 국가 정책에 동조보단 이익부터 내세우는 행동에 대해 잘못됐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