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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휘청이는 청춘, 그 내밀한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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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 이창동 감독이 꿰뚫어 본 이 시대 청춘들의 내면

영화 '버닝' 스틸컷.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여기 세상에서 정처없이 흔들리는 세 청춘이 있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의 주인공, 종수(유아인 분)와 해미(전종서 분) 그리고 벤(스티븐 연 분)이 바로 그들이다.

온갖 뉘앙스와 메타포로 가득한 '버닝'은 마치 한 편의 잘 짜여진 단편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배우들은 이창동 감독이 정해놓은 틀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서사를 쌓아 나간다. 세 명 중 극을 좌우하는 중심 인물은 단연 종수다. 영화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모두 종수의 시선을 따라 전개된다.

소설가를 꿈꾸는 종수는 현대사회에서 소위 '패배자'와도 같은 위치에서 살아간다. 등단도 하지 못하고, 변변한 밥벌이도 하지 못한 채 아버지 대신 파주 집을 돌본다. 우연히 만나게 된 소꿉친구 해미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 사회에서 소외된 인물이다.

사회의 냉혹함에 적응할 수 없는 둘은 마치 나약한 동물 새끼들이 서로를 돌보듯이 의지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관계는 '로맨스'나 '욕구'보다는 외로운 존재들이 온기를 나누려 몸을 부비는 듯하다.

영화 '버닝' 스틸컷.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이야기는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온 해미 옆에 벤이 나타나면서 전환점을 맞는다. 벤의 존재는 이들의 관계에 작은 파문을 갖고 온다. 해미를 짝사랑하는 종수, 벤과 가까워지는 해미, 그리고 좀처럼 속을 알 수 없는 벤은 기묘한 관계를 쌓아 나간다.

강남에 거주하는 상류층 청년 벤은 종수와 해미에게 마치 '개츠비'와 같은 존재다. 비밀이 가득한 의문의 인물인 동시에, 출처를 알 수 없는 '부'를 누리는 인물인 것이다. 종수는 그런 벤의 접근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해미를 말리지도 않는다.

눈여겨 볼 것은 영화 속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벤'의 존재감이다. 그는 종수와 해미에게 좀처럼 속을 내보이지 않는 수수께끼와도 같은 세상을 대표한다. 벤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질감은 일관되지 않다. 한없이 상냥하고 가벼웠다가도, 섬뜩하고 차갑다. 민낯을 드러내지 않은 범죄자 같다가도, 상냥하고 교양 있는 이웃이다.

영화 '버닝' 스틸컷.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영화는 벤을 포함한 상류층들의 어떤 의식과도 같은 행위를 끊임없이 보여준다. 인종전시회가 열렸던 만국박람회처럼 그들은 자신들 앞에 전시된 소외계층의 일상과 경험을 소비한다. 해미 또한 벤에 의해 이런 역할로 기능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종수의 혼란한 시선은 참과 거짓의 경계를 뒤흔들어 놓는다. 그는 해미의 기억이 왜곡됐음을 의심하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실체'를 찾아 헤맨다. 결과적으로 이런 종수의 시선은 영화의 미스터리를 강화시킨다. 허구와 진실을 넘나들며 종수를 통해 바라 본 세상이 왜곡되는 효과를 주는 셈이다. 종수가 확신하는 '실체'를 누구도 '진실'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이들에게 그토록 냉막했던 현실은 단 한 번, 따뜻하게 불타오른 뒤 막을 내린다.

'버닝'은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유일하게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한국 영화다. 이창동 감독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의 만성적인 우울과 고통 그리고 혼란을 강렬한 미장센으로 표현해냈다. 설사 표현법은 다를지 몰라도 인간의 내면을 날카로우면서도 섬세하게 짚어낼 줄 아는 기존 이창동 감독의 영화와 맥을 같이 한다. 호평 세례 속에 상영을 마친 '버닝'이 칸영화제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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